“‘김광태세’(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 같은 대형 로펌에서는 일찍부터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신들을 전문위원 형식으로 많이 채용하기 시작했다. (대형 로펌의 주 고객인) 기업과 달리 일반인들은 전문적인 인력, 변호사를 찾기 어려울 것.”
검찰청이 문을 닫은 지난 10월 2일, 로펌 출신 A 변호사는 달라질 법조현장을 이같이 내다봤다. 이날부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는 폐지됐다. 여전히 검사의 지도·조언을 받을 수 있지만, 수사의 방향과 법리 판단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해당 수사기관의 몫이 된 것이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이 커졌다는 평가와 함께 우려도 나온다. 특히 노동 분야처럼 전문적인 법리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기업과 노동자·피해자 사이의 법률 대응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기업과 대형 로펌은 이미 검찰 폐지 이전부터 수사·조사기관 출신을 꾸준히 영입해왔다. 주간경향이 2023년 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매달 공표된 인사혁신처 취업심사 결과(3551건)를 전수 분석한 결과, 수사·조사기관 8곳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모두 1089건이었다. 이중 929건(85.3%)이 취업 가능 또는 승인 결정을 받았다. 매년 200건 이상씩 기업과 로펌 등으로 향하는 재취업 심사가 이뤄진 셈이다. 분석 대상은 경찰청, 검찰청, 해양경찰청,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다.
행선지는 대기업과 대형 로펌에 몰렸다. 수사·조사기관 출신 가운데 삼성 계열사로 가겠다며 심사받은 사례는 32건으로, 31건이 통과했다. 쿠팡 계열사는 17건 중 13건이 통과했다. 로펌행 심사는 250건으로 156건이 통과했는데, 이중 80건(51.3%)의 취업예정지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등 5대 로펌이었다. 로펌별로는 김앤장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종 18건, 태평양 12건, 율촌 10건, 광장 9건 순이었다.
출신 기관별 차이도 컸다. 고용노동부 출신은 36건 중 33건이 통과했다. 2023~2025년에 심사받은 25건은 전부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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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의 로펌행 43건도 모두 통과였다. 반면 경찰 출신은 133건 중 62건(47%)만 통과했다.
공개된 취업심사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동감독관 출신까지 고려하면 기업과 로펌으로 이동한 수사인력의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앞서 대형 로펌들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20~30년 경력의 노동감독관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고용노동부 출신 고위공직자도 영입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8월에는 노동부 차관을 지낸 권기섭 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김앤장 고문으로 합류했다.
A 변호사는 “검찰 폐지로 경찰과 특사경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특히 전문 분야가 있는 수사기관 출신들은 로펌에서 서로 영입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처럼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특수 분야는 일반인이 전문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리셀 참사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도 “대형 로펌은 단순히 전문성뿐 아니라 인맥을 갖춘다는 측면에서도 영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에 대한 예우나 친소관계 등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원 27% 공석…노동 수사는 과부하
또 한 가지 문제는 현재 노동 수사조직이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고용노동부 소속 특사경인 노동감독관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다. 이들은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 수가 전체 특사경 가운데 가장 많고, 19개 법령과 1022개 조문을 담당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인력은 정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노동부 자료(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 제출)에 따르면 노동감독관 정원은 지난 7월 기준 5131명에 달하지만 현원은 3725명(72.6%)에 불과했다. 27.4%에 달하는 인원이 미달이었다. 변호사·노무사 자격을 가진 노동감독관은 17명뿐이었다.
부족한 인력은 이미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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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미처리율은 2022년 46건(18%)에서 2023년 144건(51.6%), 2024년 363건(78.2%)으로 급증했다. 처리된 사건 가운데서도 처리 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인 사건이 33%, ‘2년 이상’인 사건이 11%였다. 처리 사건 약 44%가 노동부 조사 단계에서만 1년 넘게 걸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가 사라지면서 노동감독관의 법리 판단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법 전문인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 불법 파견, 부당노동행위의 지배·개입처럼 사실관계와 법리가 얽힌 사건은 그동안 검사의 지휘와 보완수사로 방향이 잡혔다”며 “지휘를 맡게 된 과장·관서장 상당수가 행정관리자로 일해왔다는 。에서 내부 지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지 의문이 있고, 구속력 없는 (검사의) 지도·조언만으로는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경험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한 변호사는 “대검 분석상 특사경 전체의 48%가 경력 1년 미만이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만 연 1만6000여건에 이른다”며 “급속한 증원은 단기적으로 경력 비중을 낮추므로 사건 처리 지연과 관서별 판단 편차가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독자 수사과정에서 형사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감독관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하나 변호사는 “노동감독관들이 형사소송법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실력을 키우지 않는 이상 현장에 있어서의 삐걱거림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피해자와 유족들은 수사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제가 접한 노동감독관은) 진행 상황 같은 것도 연락을 안 해주고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준다”며 “형사사법체계 내에서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일반 공무원으로서 민원을 처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더 나빠질 것도 없다”…내부 통제 지켜봐야
검사의 지휘가 사라진 것 자체를 노동 수사의 후퇴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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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과 민사재판에서 쿠팡 노동자들을 대리한 정병민 변호사는 “특사경이 쿠팡을 비호하는 건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애초에 검찰도 기업을 상대로 한 수사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지휘 핑계를 대지는 못하게 됐다”며 “경찰·검찰은 노동감독관 탓을 하고, 노동감독관은 검찰 탓을 하던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폐지 결과 수사의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단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지연이나 권리침해를 방지할 절차를 마련했다. 고소인 등은 수사개시 후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수사과정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특사경 소속 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관서장은 14일 이내에 수사 공무원 교체, 수사 경과·계획, 권리보호 대책 등을 알려야 한다. 상급관서에 다시 심사를 신청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노동부도 검사의 수사지휘를 대신할 수 있는 별도의 내부 통제장치를 뒀다. 노동감독관 수사규칙을 제정하는 한편 지방관서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수사지휘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본부와 지방청에는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둬 수사의 적법성·적절성과 사건 관계인의 이의제기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또 노동부는 재직 감독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수사지휘체계를 보완해 전문성 부족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장치가 종전 검사의 수사지휘를 대체할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원회는 법률이 아닌 수사규칙에 근거하고 심의 결과에도 구속력이 없다”며 “사건 관계인이 문제를 제기한 뒤 움직이는 방식이라면 사후적인 민원 창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또 “수사심의위원회가 실질적인 견제장치가 되려면 사건기록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사단체 추천위원을 수사심의위에 포함하고, 심의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서면으로 밝히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사심의 신청·인용 건수와 사건 처리기간 등 관련 통계 역시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 이날부로 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