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비철금속 비축량을 오는 2027년까지 '60일분'으로 확보하겠다던 목표를 국회 보고 없이 2029년으로 2년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비철금속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제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비축은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비축 목표 변경의 타당성과 이행 계획에 대한 국회 검증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조달청은 변경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도별 비축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향후 3년간 1295억원이 필요하다는 예산 소요액부터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14일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달청은 비철금속 비축 목표를 당초 '6종 평균'에서 '품목별 기준'으로 바꾸면서 달성 시한도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춘 것으로 파악됐다. 조달청은 "2024회계연도 결산 국회에서 목표재고일수 산정방식 개선을 지적함에 따라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품목별 목표일수 달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국회엔 별도로 보고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 지적'을 목표 변경의 근거로 들면서도 변경된 목표와 달성 시한에 대해선 국회에 따로 알리지 않은 셈이다.
당초 조달청은 지난 2023년 2월 비축자문위원회에서 비철금속 비축량을 2027년까지 평균 60일분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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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2024년과 2025년 2월 비축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목표를 거듭 확인했다. 2024년 9월19일에는 '비축물자 60일분 확보 계획 차질 없이 추진'이라는 제목의 설명 자료까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조달청은 자체적으로 목표를 변경한 후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훈 의원실이 2027~2029년 품목별 목표 재고일수와 달성 전망을 요구하자 조달청은 "매년 초 비축재고와 예산 등을 고려해 당해연도 목표일수를 산정한다"고만 답했다. 해당 기간에 품목별로 며칠분의 재고를 확보할 것인지 연도별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반면 예산 소요액은 연도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조달청은 품목별 목표 달성을 위해 "2027년 정부안 491억원에 추가로 2028년 500억원, 2029년 304억원 소요가 예상된다"며 3년간 총 1295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마다 무엇을 얼마나 비축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으면서 필요한 예산부터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실제 비축 실적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철금속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제조업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로, 국가 비축은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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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올해 8월 기준 조달청이 비축하는 비철금속 6종 가운데 품목별 목표 재고일수를 채운 것은 니켈뿐이었다(품목별 구체적 비축일수는 비공개 사항).
특히 알루미늄의 비축 부족은 장기간 이어졌다. 의원실이 조달청의 월별 재고일수를 각 연도 목표와 비교한 결과,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80개월 연속 목표에 미달했다. 같은 기간 주석은 67개월, 구리는 57개월, 아연은 43개월 동안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납은 해당 기간 중 올해 8월 처음으로 목표 아래로 내려갔다.
조달청이 올해 중.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힌 품목마저 재고일수가 줄었다. 조달청은 지난 2월10일 비축자문위원회에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구리 및 알루미늄을 중。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리 재고일수는 지난해 말 57.4일분에서 올해 8월 56.3일분으로, 알루미늄은 같은 기간 69.8일분에서 67.5일분으로 각각 감소했다.
재고 부족 속에 비축물자 방출한도까지 줄면서 원자재를 공급받는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달청은 지난 3월 알루미늄에 이어 7월부터 구리·납·아연·주석·니켈까지 전 품목의 주간 방출한도를 20% 축소했다. 비축물자는 해당 원자재를 사용하는 실수요 제조업체와 중소기업 조합 등에 판매된다.
조달청은 방출한도 축소 사유로 '재고 감소'와 '신규 구매물량의 입고 시차'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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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 정상화 시。은 특정하지 않은 채, 향후 재고수준과 신규 물량 입고 상황 및 국내 수급 및 가격 동향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달청 측은 "품목별 목표 달성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사항으로 달성 전엔 목표보다 부족한 품목이 존재할 수 있다"며 "비축 사업은 원자재 가격, 중소기업 방출수요 등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맞춰 운영함에 따라 당초 계획과 다르게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미달 품목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연도별 세부 계획이 미비한 데 대해선 "상시적으로 방출도 하고 있는데 방출량이 매년 다르다 보니 이를 감안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AI 등 새로운 산업 수요와 여러 변수를 감안해 계속해서 새로운 비축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목표 변경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선 "품목별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은 상임위에 보고했는데, 2029년까지로 기한을 늦춘 사실은 보고 여부가 불명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시사저널에 "국회에 계획보다 '청구서'부터 내민 것 아니냐"며 "국회 지적을 받고 목표를 바꿨다면 그 결과를 국회에 먼저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데, 정작 국회는 바뀐 목표도, 연도별 계획도 모르는 상태다. 목표 시한은 2년 미루면서 연도별 계획조차 내놓지 않는 것은 국회의 감시를 스스로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달청은 변경된 품목별 목표와 연도별 달성 계획을 종합감사 전까지 국회에 정식으로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상훈 국민의힘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