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을처럼 황금빛을 띤 오케스트라 음색을 찾는다면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이 그 답에 가장 가깝다. 날카로워지기 쉬운 고음에서마저 유려함을 잃지 않는 현악 선율,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관악 음색, 여러 악기가 겹겹이 쌓아 올리는 풍성한 울림은 빈 필을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만들었다. 인류의 문화유산이 된 이 황금빛 소리를 1842년 창단 이후 184년간 지켜온 빈 필이 한국에 온다.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빈 필은 공연장 밖에서도 특별하다. 세계적인 악단 중 드물게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단원들이 초청 지휘자를 직접 선정한다. 악단 고유의 음색을 지키고자 1933년부터 이어온 고집스러운 전통이다. 정식 단원이 되는 과정도 까다롭다. 빈 필하모닉 아카데미에서 연주 경험을 쌓고 빈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최소 2년은 실력을 연마해야 공연장인 빈 무지크페라인에 빈 필 정식 단원으로 앉을 기회가 주어진다. 빈에서 전승된 독특한 오보에와 호른, 팀파니도 다른 악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음색을 내는 데 일조한다.
내한 공연의 지휘봉은 러시아 출신인 투간 소키에프가 잡는다.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음악감독을 지내며 서유럽과 러시아 음악 현장 모두에서 실력을 쌓은 그는 지난해 빈 쇤브룬궁전에서 열린 빈 필의 대표 야외 행사인 ‘여름밤 음악회’를 지휘하며 수만 명 앞에서 빈 필을 이끌었다. 빈 필의 2009·2023년 내한 공연을 맡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한다. 조성진은 2022년 빈 필과 처음 협연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선보였고, 2년 후인 2024년에도 이 악단과 한국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빈 필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빈 필이 1877년 초연을 맡은 작품이라는 .에서도 특별하다. 이 곡을 149년 전 세상에 처음 들려준 악단이 2026년 한국에서 역사적인 연주의 감동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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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베토벤 4번' 협연…환상의 앙상블 기대하세요"
빈 필 이끄는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
2027년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지휘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취임을 앞둔 투간 소키에프(49)와 한국의 인연은 남다르다. 빈 필하모닉과의 첫 만남이 2009년 한국 투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이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지휘봉을 잡는 소키에프는 한국경제 아르떼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빈 필하모닉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는 건 매우 상징적인 일이에요. 2009년의 그 연주가 없었다면 오케스트라와 이렇게 일찍 관계를 맺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빈 필하모닉과 한국에서 연주하는 일은 항상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러시아 지휘계의 전설 일리야 무신을 사사한 소키에프는 “지휘자의 역할은 단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관객이 작곡가의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말로 소통할 수 없는 무대 위에서 손과 얼굴, 몸짓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전하는 것이 그가 정의하는 지휘 테크닉의 본질이다. 그는 후배 지휘자들에게도 “절대로 음악과 작곡가를 배반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소신은 음악감독 없이 단원들이 직접 지휘자를 선출하는 빈 필하모닉의 민주적 구조와 맞물려 시너지를 낸다. 소키에프는 “단원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줄 지휘자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은 지휘자와 단원 간 즉각적이고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해준다”며 “최고 수준의 음악성과 집념, 빈 필 특유의 소리가 결합해 독보적 매력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브람스 교향곡 여정의 완성, 전원적 서정성
소키에프는 2009년 브람스 교향곡 4번, 2023년 브람스 교향곡 1번에 이어 올해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이로써 그는 3번을 제외한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을 빈 필하모닉과 함께 한국 무대에 올리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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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입니다. 빈 필하모닉과 브람스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매우 강한 연결 고리가 있고, 빈 필은 브람스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 특유의 특별한 방식을 보여주죠. 오케스트라의 뛰어난 음악성을 거쳐 제가 그토록 사랑하는 브람스의 음악과 연결되는 과정은 매번 대단합니다.”
그가 풀어낼 교향곡 2번은 이전 작품과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다. “교향곡 2번에는 전원적 요소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브람스가 자연에 대해 품은 깊은 애정과 인간과 자연의 연결 고리를 담고자 애쓴 。을 느낄 수 있죠. 누구보다 진실했던 한 인간의 내면이 담겨 있어 브람스 자신에게도 매우 사적인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관객 여러분께 음악에 담긴 모든 것을 온전히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조성진과 쌓아온 깊은 음악적 우정
이번 내한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32)이 협연자로 참여한다. 소키에프와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소키에프는 조성진에 대한 각별한 신뢰와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조성진은) 매우 진지하고 흥미로우며 깊이 있는 음악가”라고 정의하며 “악보에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해석을 불러오기 때문에 오늘날 가장 매력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협연곡으로 지정한 이유와 관련해선 “3번에는 베토벤의 초기 모습이 남아 있고, 5번(황제)은 웅장하고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지만, 4번은 친밀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늘 기쁜 마음으로 이 곡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소키에프는 한국 관객을 향한 진심 어린 인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 관객분들의 열정과 클래식 음악을 향한 애정 그리고 무대 위 아티스트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사랑에 매번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늘 환상적인 환대를 받기에 제게는 항상 기쁨의 시간입니다. 관객 여러분, 꼭 콘서트에 오셔서 평소처럼 마음껏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대에서 여러분을 만날 날을 진심으로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4년전 공연 취소 위기…대타 연주로 인연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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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빈 필하모닉의 음악 동행
세계 최정상 악단 빈 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만남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2022년 조성진이 공연 취소 위기의 빈 필을 구하며 시작된 인연이 꾸준히 이어지며 세계 클래식 팬들이 믿고 듣는 ‘황금빛 앙상블’로 자리잡았다.
빈 필과 조성진의 첫 만남은 2022년 2월 이뤄졌다. 당시 독일에 있던 조성진은 미국에서 걸려온 급한 전화를 받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의 뉴욕 카네기홀 출연이 취소된 자리에 대타 연주자로 설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공연을 불과 하루 앞둔 시。이었다. 조성진은 곧장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턱없이 부족한 준비 시간에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현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때 무대는 조성진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2년 뒤 이들은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안드리스 넬손스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선보인 무대였다. 당시 공연을 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는 “오케스트라와 이렇게 깊은 농도의 음악을 만드는 조성진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호평을 남겼다.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은 조성진이 꼽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2024~25 시즌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 활동 당시에도 협연 무대에 올렸을 정도다. 조성진은 쇼팽콩쿠르 우승 전인 2013년 이 곡에 대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개 중 가장 낭만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신비롭고 여성스러운 분위기 속에 베토벤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한 열정이 담겨 있는데 이를 제대로 표현하는 게 쉽진 않다”고 말했다.
빈 필, 베를린 필 등 수많은 명문 악단과 협연을 이어가는 조성진. 하지만 그에게 이런 가시적 성과는 긴 음악 인생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조성진은 2년 전 베를린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적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콩쿠르 우승이나 명문 오케스트라 협연은 커리어 측면에서 분명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음악가라는 직업에 완성은 없어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음악적 깊이 그 자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콩쿠르 우승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