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젊은이들이 화가 났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각각 교육 환경 개선과 주거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청년들은 국가가 나서 열악한 공공 인프라와 주택난 등을 해결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는 고령층에 줄 연금 등으로 인해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저성장으로 커지지 않는 ‘경제 파이’를 놓고 고령층과 젊은 층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선 파리, 마르세유, 리옹, 툴루즈, 낭트,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에서 50만명이 넘는 노동자, 학생, 일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복면과 마스크를 쓴 일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화염과 최루 가스, 물대포를 쏘며 충돌했다. 남서부 리모주에선 시청 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였고, 마르세유에서도 도심 상.과 경찰서가 피해를 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중순 파리 외곽에서 고등학생들이 시작한 이래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와 대학생. 노동조합원까지 합세한 대규모 집회로 확대됐다. 스페인에선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에서 70년간 살다가 월세를 못 내 강제 퇴거된 80대 여성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이 지난 7일 숨지면서 월세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시위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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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로 확산
시위는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날 로마, 밀라노, 토리노, 볼로냐 등에서 물가급등과 낮은 임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전날엔 주요 도시에서 프랑스 학생 시위에 동조하는 청소년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 교원 충원, 학교 시설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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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도 프랑스어권 중심 도시인 동부 리에주를 중심으로 교육 예산 삭감,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고교생들의 시위가 수일간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브뤼셀 도심과 리에주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포르투갈에서도 물가 상승과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가중에 항의하는 시위가 리스본, 포르투 등에서 열렸다. 시위대는 지난 10일에도 수천 명이 모여 “이런 봉급으론 먹고 살 수 없다” “50살이 되기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교육·주거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 프랑스에선 긴급 예산 100억 유로(약 15조원)를 투입해 물이 새는 학교 건물을 보수하고 부족한 교사를 충원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스페인 시위를 주도하는 2030 세입자들은 정부에 ‘월세 50% 인하’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을 요구 중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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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많은데 금리도 오른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쓸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저성장으로 세수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그리스(146.1%), 이탈리아(137.1%), 프랑스(115.6%), 벨기에(107.9%) 순이다. EU 평균(81.7%)을 훌쩍 넘어선다.
설상가상 국채금리까지 오르며 내야 할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긴축 정책으로 빚 규모를 줄여야 하는 판에 공공 인프라 확충에 돈을 더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증세도 어렵다. GDP 대비 세금부담률은 프랑스(44%), 이탈리아(43%), 벨기에(43%) 등으로 OECD 평균보다 높다.
주택 역시 장기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민자 유입이나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수요가 급등했다
오락실황금성
. 이로 인해 주택이 관광 상품이나 투자 대상 위주로 거래되면서 실거주자들을 위한 주택은 더 부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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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줄이고 싶어도 못한다
빚내기도 세금 더 걷기도 어렵다면 지출 비중이 큰 연금 등 다른 부분 예산을 깎는 것이 방법이다. 이탈리아(16%), 프랑스(14%), 스페인(13%), 포르투갈(13%) 등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이 크다. OECD 평균은 9.4%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보건과 연금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어 젊은 세대에게 쓸 돈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은 많은 세금을 걷어 고령층 연금 등 사회복지로 재분배하는 방식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써 왔다. 하지만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가 겹쳐지면서 이 시스템하에서 막대한 재정적자가 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은 쉽지 않다. 프랑스에선 2023년 만 62세이던 연금 수령 연령을 64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전국민적 반발로 개혁을 2028년 1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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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치·노인경제 사회된 유럽
무엇보다 전체 유권자에서 고령층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케빈 아르세노 파리 정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정당과 노조는 당원과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그리스어 ‘노인(geron)’과 ‘통치(cracy)’를 합성한 개념으로 고령층이 국가의 정치를 주도한다는 것을 뜻한다. 팀 블란다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현 상황을 노인(geron)’과 ‘경제(oikonomia)’를 합친 ‘제론토노미아(Gerontonomia)’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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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층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정책이 펼쳐짐에 따라 국가의 경제 성장이 지장을 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이번 시위의 배경엔 세대 간 이해관계의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성장 등으로 국가 재정은 빠듯한데 고령층은 연금 등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열악해진 생활상을 견디지 못한 젊은 층이 기존 정치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NYT는 “저성장으로 크기가 고정된 경제 파이를 둘러싸고 세대간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이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 청년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인 대상은 결국 그들의 조부모를 위해 만들어져 운영돼온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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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포퓰리즘 공약
문제는 정치권의 문제 해결 의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는 。이다.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정부는 2028년까지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 단기 임대차 규제 강화 등을 담은 대책 법안을 내놨지만, 조기 총선 등을 기대하는 야당의 반대로 지난 2일 부결됐다.
프랑스에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든 세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극좌·극우 정당의 포퓰리즘 공약이 힘을 얻고 있다. 연금 개혁 등 재정 적자 해결 노력은 중단하면서도 젊은 층의 공공지출 요구도 수용한다는 것이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선 후보는 2023년 연금개혁안을 전면 폐지하고 연금 수령 시기를 만 60세로 낮추자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재정 적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프랑스 국채를 탕감받아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도 연금 수령 연령을 만 62세로 유지하면서도 현 정부보다 더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이민 축소, EU 분담금 삭감 등으로 이루겠다고 밝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원은 “유럽 청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