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경유 거래 및 대러 제재 보류에 대해 러시아가 종전 협상을 계속하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대상 국가와의 거래 명분으로 종전 협상을 위한 기반 작업임을 강조했지만, 러시아는 미국과의 합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왔다. 미국의 ‘경고’를 받은 이후 지난 사흘간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습을 자제했던 우크라이나도 이날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재개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에너지 휴전’은 무색해졌다.
반면 제재 보류로 여유를 확보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다음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종전 위해 러 붙든 것”…제재 보류 비판에 트럼프 반박=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에 대한 내 결정은 매우 간단하다. 나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협상을 진행 중이며,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도록 만드는 어리석은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게시했다.
이어 “(협상에) 큰 진전이 이뤄졌으며, 여기엔 현재 인질 협상도 포함된다”며 “지금 그 문서에 서명하면 그걸 할 수 있으며, 나는 나중에 혹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서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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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 문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아마 더 중요한 건 러시아가 이란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비록 있다고 해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어리석은 이들이 방해하지 않는 한 이 상태를 유지하길 원하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대러 제재가 담긴 ‘린지 그레이엄 법’의 시행을 보류하고, 러시아가 경유를 세계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을 두고 미국 내 비판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대러 제재 보류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제시하는 당근”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에 대한 유인책이다”라며 “에너지 분야의 휴전을 끌어내거나 분쟁을 축소해 수출할 디젤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세계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공유 재개했지만 여전한 美·우 갈등=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제재 보류와 경유 거래 합의를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에 지난주 군사 정보 공유 중단으로 ‘우크라 길들이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군사 정보 공유는 재개됐지만, 양국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게시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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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젤렌스키는 (고유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솔직히 말해 유럽이 그에게 주는 모든 자금과 비뚤어진 조 바이든이 과거에 줬던 것을 고려하면 그(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으며, 아마도 그랬던 적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미사일 조기 경보 등 군사정보 공유가 “일정 기간 차단됐다가 미국 측이 차단을 해제했다. 이에 매우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동맹이라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라며 “우리는 전략적 파트너이기 때문에 나는 미국 대통령에게 매우 솔직하고, 명확하며, 미국을 적극 지지한다. 이게 바로 내가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의 형태”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경색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보낸 유화된 수사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통화하기도 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통화가 미국과 러시아의 경유 거래 합의로 미·우관계가 악화된 이후 처음 이뤄진 고위 당국자 간 통화라면서, 약 40분간 이어진 이 통화에서 양국의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을 재개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속 대화 일정을 잡았다는 등의 전언은 없어, 갈등이 봉합됐다거나 양국 관계가 정상화됐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크라, 러 정유시설 타격 재개…멀어진 ‘에너지 휴전’=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도,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을 재개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주 미국이 정보공유를 제한하자 사흘간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했다가 이날 아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석유 터미널 등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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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국영언론은 이를 “올해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정유시설 공격 재개를 지시했다고 SNS에 게시했다. 젤렌스키는 이번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공격 중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자제하는 동안 러시아의 일방 타격 양상이었던 전쟁은 이날부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재개로 인해 상호타격으로 변했다. 상대국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는 무력 공방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휴전설’은 유명무실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와의 경유 거래 합의를 알리면서, 러·우가 상대국의 에너지 시설은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에너지 휴전’을 주장했지만 러·우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주장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합의를 듣지 못했다고 부인했고, 러시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타격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WSJ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달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러시아로선 유럽을 배제한 이 3자 회담을 자신이 세계 강대국 모임의 일원이라는 지위를 굳히는 수단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은 푸틴 대통령이 이 회담을 ‘제2의 얄타회담’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하지만 비현실적 야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시진핑과 트럼프가 이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작더라도 미국, 러시아, 중국 정상이 한 나라의 운명을 놓고 협상하는 모습 자체가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대만에선 자국의 미래도 언젠가 비슷한 협의체에서 흥정의 대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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