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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Tea)와 함께 접시들에 다채로운 음식이 차려진 튀르키예 전통 아침 식사인 ‘카흐발트(Kahvaltı)’. 카이막, 올리브, 치즈, 달걀 요리와 각종 과일, 빵이 식탁을 채우고 있다. ⓒ정주영
“이게 튀르키예의 아침이야. 세계 최고의 아침이지.”
아침 식사로 유명하다며 튀르키예 친구가 추천한 식당을 찾았다. 식탁에는 여러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 토마토와 오이, 달걀, 빵, 잼, 꿀과 카이막이 작은 접시에 빼곡하게 놓였다. 차도 잔이 비기가 무섭게 채워졌다.
친구는 감탄을 기다리는 듯한 뿌듯한 표정이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는 거지? 토마토와 오이는 한국 밥상에도 익숙하다. 치즈가 여러 종류라는 .이 새롭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과해 보였다. 최고라는 기준은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우리의 전통 아침 밥상이 떠올랐다. 밥, 국, 김치와 여러 반찬으로 차린 한 상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는 쓸데없는 경쟁심이 생겼다. 튀르키예 친구에게 제대로 된 한국의 아침상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서로의 아침상을 설명하다 보니, 재미있는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전통적인 한국 밥상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밥과 국, 반찬이라는 같은 틀로 차린다. 반면 튀르키예에는 ‘카흐발트(Kahvaltı)’라는 독특한 아침 문화가 있다. 커피 전에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지만, 정작 상 위에는 커피 대신 차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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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들을 차와 함께 하나씩 맛보며 깨달았다. 친구가 자랑한 것은 치즈나 올리브 몇 가지가 아니었다. 아침 한 끼를 위해 상을 가득 차리고, 그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여유였다.
가까운 나라끼리도 아침 풍경은 다르다. 일본 친구는 한국에서 아침부터 김치를 먹는 것을 신기해하고, 우리는 중국에서 아침으로 튀긴 빵을 먹는 것을 낯설어한다.
중국 도시에서는 출근길에 아침을 사 먹는 풍경이 일상이다. 길쭉한 튀김빵 유탸오(油條)와 따뜻한 두유 더우장(豆漿)은 길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대표적인 아침 메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집에서 아침을 차려 먹는 문화가 이어졌다. 일터와 학교로 나서는 가족에게 밥과 국을 챙겨 먹여 보내는 것이 ‘제대로 된 아침’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부엌이 있어야 했고, 그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도 필요했다. 맞벌이가 늘고 아침 시간이 짧아지면서 식탁에는 빵과 시리얼이 자리 잡았다. 이처럼 아침 식사는 나라마다 다를 뿐 아니라 생활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전 세계인이 드나드는 호텔에 들어가면 이렇게 서로 다른 아침도 몇 가지 이름으로 분류된다. 콘티넨털, 잉글리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서로 다른 식문화를 가진 여행자에게 조식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국제어’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아침’이라던 카흐발트는 왜 콘티넨털이나 잉글리시처럼 호텔 조식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널리 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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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가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콘티넨털 브렉퍼스트는 조리 부담이 비교적 적고, 잉글리시와 아메리칸은 영미권 여행자에게 익숙한 아침이다. 반면 카흐발트는 상을 가득 차리고 오래 앉아 있어야 제맛이 나는 아침이다. 어떤 조식 이름이 널리 통용되는지에는 여행자의 수요와 호텔이 그 상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방식도 작용한다.
한식은 어떨까. ‘Korean Breakfast’라는 이름은 이미 일부 국내 호텔에서 쓰이고 있다. 한식이 더 널리 알려지고 호텔에서 한식 아침을 찾는 손님이 많아진다면, 이 이름도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호텔에서도 밥과 국, 김치가 조식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어쩌면 라면이 그 자리에 먼저 들어갈지도 모른다.
아침 메뉴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세상은 생각보다 맛있다.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 한 스푼 더 - 익숙한 호텔 조식의 종류
호텔 조식의 세 가지 이름에는 저마다 배경이 있다. ‘콘티넨털’은 영국에서 유럽 대륙의 가벼운 아침 식사를 가리키던 표현이다. 빵과 페이스트리, 과일과 커피처럼 조리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메뉴가 중심이다. ‘잉글리시’는 달걀과 베이컨, 소시지 등을 곁들인 푸짐한 아침 식사다. 부유층의 저택에서 발달한 풍성한 아침 식사는 산업화 이후 그 형태가 간소화되면서 더 넓은 계층으로 퍼졌다. ‘아메리칸’에는 광고의 영향도 있었다. 1920년대 베이컨 업계는 의사들의 입을 빌려 ‘든든한 아침’을 권했고, 달걀과 베이컨은 미국 아침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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