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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린 교수가 소아 신경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병원과 의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 진료할 때 의사가운 대신 정장이나 일상복을 입는다고 밝혔다./사진=우리아이들병원 제공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느린 것 아닐까?"라는 걱정을 한다. 말이 늦거나 걷는 시기가 조금 다르면 발달장애를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마다 발달 속도에는 차이가 있어 몇 개월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발달지연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조금 늦는 것'이라고 생각해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그럼 이를 어떻게 구분하고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까. 소아 신경발달 분야 명의로 알려진 우리아이들병원 은백린 교수에게 부모가 알아둬야 할 발달지연의 모든 것을 물었다.
-아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느린지 판단할 때 부모가 가장 먼저 봐야 할 신호는 무엇인가?
"발달은 운동·언어·인지·사회성 등 여러 영역에서 일정한 순서로 진행된다. 아이마다 각 단계에 도달하는 시기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기술 하나를 몇 개월에 했는지만으로 발달지연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먼저 볼 것은 발달의 방향과 사회적 반응이다. 조금 늦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꾸준히 익히고 있다면 개인차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몇 달 동안 새로운 기술이 거의 늘지 않는 발달 정체가 있거나 또래와의 격차가 。。 벌어진다면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신호가 발달 퇴행이다. 이미 하던 말을 하지 않게 되거나 잘하던 행동·놀이·사회적 반응이 줄어드는 경우다. 눈맞춤이나 호명 반응이 적고 부모와 관심을 공유하려는 모습이 부족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돌 무렵에는 부모가 가리키는 곳을 함께 보거나 자신이 흥미롭게 본 것을 부모에게 보여주는 공동주의가 나타나는지도 중요하다."
-'조금 느린 것'과 실제 진료가 필요한 발달지연은 어떻게 구분하나?
"발달의 정도와 진행 양상, 여러 영역이 함께 늦는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본다. 예를 들어 말이 조금 늦더라도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눈맞춤이나 호명 반응이 좋으며, 가리키기나 제스처를 사용한다면 다른 발달이 잘 진행되는지 지켜볼 수 있다. 반대로 언어지연과 함께 눈맞춤, 호명 반응, 가리키기, 모방, 공동주의 등이 부족하다면 사회적 의사소통 발달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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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12개월 무렵 사회적 제스처가 매우 적거나, 16개월경 의미 있는 한 단어가 없거나, 24개월경 자발적인 두 단어 조합이 없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기준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발달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지, 정체되거나 퇴행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말이 늦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아이는 청력 문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이 특히 걱정하는 '말이 늦는 아이'는 어떻게 봐야 하나?
"언어의 양보다 의사소통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부모와 눈을 맞추고, 원하는 것을 가리키거나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며, 부모의 말을 이해한다면 주의 깊게 지켜볼 수 있다. 반대로 언어가 늦으면서 사람과 관심을 공유하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사회적 의사소통 발달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생후 10개월경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옹알이, 12개월 무렵 의미 있는 말, 24개월 무렵 간단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는 절대적인 진단 기준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와 의사소통 기술이 계속 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책임연구자로 참여한 영유아발달선별검사(K-DST)는 어떤 검사인가?
"K-DST는 진단검사가 아니라 선별검사다. 우리나라 영유아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고 추가 평가가 필요한 아이를 찾아내기 위한 검사로, 대근육운동·소근육운동·인지·언어·사회성·자조 등을 평가한다. 따라서 결과가 좋지 않다고 곧바로 발달장애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정상이라고 모든 발달 문제가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하다면 전문 진료와 추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발달지연을 걱정해 병원을 찾는 아이가 늘어난 이유는?
"미숙아나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이 한 가지 이유다. 이들은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지적장애, 뇌전증 등의 후유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영유아건강검진과 K-DST를 통해 발달 문제를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고, 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또래와의 접촉과 외부 활동이 줄고 미디어 노출이 많아져 언어지연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도 증가했다. 또한 조산아나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이들은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지적장애, 뇌전증 등의 후유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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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원하는 아이가 늘었다고 실제 발달지연이 모두 증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거보다 발달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조기에 평가하고 발견되는 아이가 많아진 측면도 크다."
-발달지연은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은가?
"영유아기는 뇌의 변화 가능성, 즉 가소성이 높은 시기다. 적절한 자극과 치료를 제공하면 신경회로 형성을 촉진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중재가 중요하다. 발달지연이 의심된다고 해서 최종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필요한 아이에게는 가능한 한 일찍 교육과 치료적 개입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들이 인터넷이나 SNS에서 발달장애 자가진단 정보를 찾아보는 경우도 많던데.
"가급적 진단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온라인 체크리스트는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계기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 눈맞춤이 적거나 까치발을 하거나 장난감을 줄 세우는 행동 하나만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 진료에서는 아이의 연령, 행동의 빈도와 지속성, 다른 발달 영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K-DST 같은 선별검사도 마찬가지다. '진단 도구'라기보다 '신호등'에 가깝다. 빨간불이 켜졌다면 병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확인해보라는 의미다."
"화면 자체가 무조건 해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수동적 화면 시청이 부모와의 대화나 놀이 같은 실제 상호작용을 대신하는 것이다. 아이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은 사람과 직접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달하기 때문에 무엇을 보는지, 혼자 보는지, 화면 때문에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면 영유아기 뇌 발달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장난감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다. 아이가 바라보거나 소리를 내거나 무언가를 가리켰을 때 눈을 맞추고 말과 표정으로 반응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강아지를 가리키며 "멍멍"이라고 하면 "맞아, 강아지네. 강아지가 뛰어가고 있네"라고 반응해주는 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공동주의와 언어, 인지, 사회·정서 발달이 함께 이뤄진다. 비싼 교구나 조기교육보다 많이 이야기하고,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고, 함께 놀고, 책을 읽고, 충분히 움직이며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놀이도 뇌가 성장하고 신경회로가 형성되는 데 필요한 경험이다."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에게 뇌전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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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경련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뇌전증과 발달지연은 서로 연관될 수 있다. 다만 경련발작 자체만으로 발달지연이 생긴다고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뇌전증의 원인 질환과 경련발작의 정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나이에 발작이 시작되거나 발작이 자주 반복되고 조절이 잘되지 않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뇌전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아이의 지능이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달지연과 뇌전증이 함께 나타날 때는 두 증상을 동시에 일으키는 공통된 뇌의 원인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흔한 발작 중 하나인 열성경련은 대부분 예후가 좋다. 주로 생후 3개월에서 5세 사이 고열과 함께 나타난다. 다만 발작이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24시간 이내 두 차례 이상 반복되거나 신체 일부에 국한된 발작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경련이 발생하면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아이를 평평한 곳에 눕힌 뒤 몸과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지속 시간을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영상을 촬영해 의료진에게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안에 손가락이나 물·약을 넣거나 경련하는 팔다리를 억지로 누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특히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연속적으로 반복되면 즉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느린 것 같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한 말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크면서 좋아지겠지"?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금 느리다고 반드시 발달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또래와 지나치게 비교하기보다 아이 자신의 발달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걱정된다면 영유아건강검진의 발달선별검사를 활용하거나 발달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발달지연이 의심될 때는 최종 진단을 기다리기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가능한 한 일찍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백린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6~2017년 고려대구로병원장을 역임했다. 뇌전증, 뇌성마비, 두통, 발달지연, 근육병, 희귀난치성질환 등 소아 신경계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해왔다. 대통령표창과 보건복지부장관표창, 질병관리청장표창을 받았으며, 영유아 건강검진에 활용되는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K-DST)'의 책임연구자를 맡았다. 현재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신경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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