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7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0%라고 발표했다. 지난 8월 전망치 0.3%를 크게 웃돌았지만,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사설들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과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격을 지적하면서도 재정과 규제에 관한 처방은 달리했다. 28일 주요신문 사설을 정리했다.
반도체가 이끈 3분기 성장 민간소비 감소
한겨레는 <3분기 1% 깜짝 성장, 경제 선순환 정책 속도를>에서 기업 성과가 소비로 이어지는 방식에 주목했다. “특히 내년 1분기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직원 특별 성과급으로 60조원이 풀리면서 내년 민간 소비를 0.1∼0.15%포인트 끌어올리고, 두 회사의 배당금 11조원이 지급되면 소비 증가율을 0.05%포인트 추가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그러나 성과급과 주식 배당금 모두 일부 대기업 노동자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탓에, 전체 소비 지표는 개선될 수 있겠지만, 계층별로 체감 경기가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계층만 거시 지표 호조를 체감하는 양극화가 심화하지 않도록,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초과세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사회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에 따른 세수를 가계 지원에 쓰자는 주장이다.
한국경제도 <3분기 깜짝 성장에도 가계 살림 나아지지 않고 있다>에서 반도체 기업의 소득 증가가 다른 산업과 가계로 퍼지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기업 소득이 1분기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으로 가계 소득으로 파급되는 데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차를 두고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져 내수가 활성화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기업 소득은 반도체 분야 일부로만 쏠리고 있다. 모든 산업과 계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정 지출에는 한겨레와 다른 판단을 내놨다. 한국경제는 “물가가 불안한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겹치면 가계의 부동산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소비 여력이 더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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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을 푸는 임시방편으로는 문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내수 살리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뛴들… 소비, 청년 일자리는 뒷걸음>에서 청년 고용을 함께 다뤘다. “한국 경제가 고용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 진입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일보는 <3분기 '깜짝' 성장에도 민간소비 후퇴… 구조개혁 고삐 좨야>에서 노동 규제와 서비스업 규제를 거론했다. “모빌리티 플랫폼과 원격의료 등 혁신 서비스는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 시 2년 후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규정한 기간제법, 주 52시간 근로제 등 일률적·경직적인 노동규제도 여전하다”고 했다. 같은 소비 부진을 두고 한겨레는 재분배 정책을, 세계일보는 규제 개선을 앞세운 셈이다.
주 52시간 특례 무산 가능성 중앙·동아는 기업 요구 수용 촉구
정부가 추진하는 초광역특구법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제외 특례가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존 제도의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은 특례뿐 아니라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규제 완화에도 반대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노동계 반대에 발목 잡힌 메가특구, 정부가 돌파구 열어야>에서 노동자의 건강권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법안 철회 요구를 비판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는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특례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외면한 채 법안 전체를 철회하라는 요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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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반도체 투자 속도를 이유로 정부의 결정을 촉구했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와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대만·중국·미국·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에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한국만 경직된 노동 규제에 묶여 잠자는 토끼처럼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문제에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장치를 병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52시간 특례' 입법 대신 시행령 '땜질'… 속도전 가능할까>에서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려면 근로자 동의를 받고 연장근로 사유와 건강 보호조치 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복잡한 반도체 R&D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그때그때 정부에 사전 허가를 받는 방식은 분초를 다투며 무한 기술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더 일하려는 근로자와 세계 시장에서 생존 경쟁을 하는 기업들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풀고 노동계가 우려하는 장시간 근로와 고용 불안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합당한 보상 체계로 푸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두 사설 모두 특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동계가 제기한 우려는 휴식과 보상 장치로 다뤄야 한다고 봤다. 같은 방향의 주장 안에서 중앙일보는 정부의 정책 결정을 촉구하는 데, 동아일보는 시행령·행정지침 변경의 한계를 따지는 데 더 무게를 뒀다.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필요성 놓고 판단 갈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관련 안건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대법관 제청 과정과 지난해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등이 조사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국일보는 <대법원장 국조에 제청권 무력화까지 나선 민주당 급발진>에서 정치 보복성 사법부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 직전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여권의 조 대법원장 때리기가 계속돼 온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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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석수의 힘을 앞세운 정치 보복성 사법부 압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사 사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뜻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부 수장을 국정조사에 불러내겠다는 것부터 무리하거니와, 하급심 각 재판부 판단의 책임을 대법원장에게 추궁하겠다는 것도 위헌적 발상이다”라며 국정조사 계획을 거둬들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한겨레는 <'조희대 국정조사',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하길>에서 조 대법원장이 제기된 의혹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제청에 관해 “지난 8월에는 역대 대법원장들이 모두 대통령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대법관 후보를 제청한 관례를 깨고,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과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후보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상 후보 사퇴를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했다.
한겨레는 격려금 지급과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도 거론하며 “하나하나가 헌법 수호와 법치주의 실현의 책무를 지닌 대법원장의 자격이 있는지 묻게 하는 중대한 사안들이지만, 조 대법원장은 국민의 의구심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의 국정조사 출석과 증언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대법원장 국정조사, 정치공세 아닌 사실관계 규명 집중하길>에서 조사 추진은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범위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적 현안이나 중대 의혹의 진상을 밝혀 국가기관의 책임성을 회복하려는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이들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국정조사가 사법부 불신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삼권분립을 흔드는 나쁜 선례가 될지는 오직 진실 규명이라는 목적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이득을 위한 조사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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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분립을 흔드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