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왼쪽부터)과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 이상국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일을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다. 배달·대리기사, 가사노동자, 디자이너, 웹소설 작가 등 플랫폼 노동자 및 프리랜서들은 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퇴직금, 노동시간 등 노동법상 보호도 먼 일이다. 법 바깥에 놓인 이들의 곁을 5년간 지켜온 곳이 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공제회)다.
공제회는 지난 2021년10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원으로 출범했다. 노조 모금으로 마련한 7억여원이 출발.이 됐다. 대리운전·배달·택배·가사돌봄 등 플랫폼 노동자 및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목돈 마련 저축, 건강검진, 이동노동자 쉼터, 교육·법률, 경조사비 지원 등을 해왔다. 회비를 내는 회원은 6000명을 넘었다. 회비를 내지 않는 준회원을 합치면 6만명에 이른다.
쿠키뉴스는 공제회 출범 5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공제회 사무실에서 김동만 공제회 이사장, 이상국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위원장, 송미령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 박현준 한국플랫폼프리랜서권익센터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공제회에서 이 위원장은 이사로, 송 사무국장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센터장이 이끄는 권익센터는 공제회의 산하 기구다.
공제회의 지난 5년과 인공지능(AI) 시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상황,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공제회 출범 5주년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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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김동만 이사장(이하 김) : 양대 노총 조합원들은 오랜 투쟁 끝에 이제 ‘먹고살 만한’ 노동자가 됐다는 말을 듣는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정규직을 위해 싸워왔다. 그러나 노동법 보호가 취약한 비정규 노동자는 867만명에 이른다. 이제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계에서 돈을 모으기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모금을 진행하니 7억여원이 모였다. 이를 종잣돈 삼아 공제회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세 가지에 주안.을 뒀다. 회원들의 목돈 마련과 쉼터, 건강검진이다. 금융노사가 함께 만든 금융산업공익재단과 손잡고 과거 재형저축처럼 특별 금리를 주는 적금 제도를 만들었다. 배달·택배 노동자를 위해 전철역마다 컨테이너 쉼터를 두는 방안도 추진했다. 건강검진 수검 시 12만원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가장 밑바탕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법적 보호를 받게 한다는 목표가 깔려 있다.
-공제회에는 어떤 이들이 가입해 있나
이상국 위원장(이하 이) : 초기에는 작게나마 조직화가 돼 있던 가사돌봄, 프리랜서 강사, 대리운전, 택배·배달 조직들이 뜻을 함께했다. 지난 2023년부터는 개인 가입의 문을 열었다. 현재는 훨씬 다양한 직종의 프리랜서들이 가입하고 있다.
-공제회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
박현준 센터장(이하 박) : 공제회 회원은 회비를 내는 정회원과 내지 않는 준회원으로 분류된다. 회비를 내는 회원은 6000명 정도이고, 준회원까지 합치면 6만명 수준이다. 회비는 월 8000원~1만5000원이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당사자 조직으로는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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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밖에서는 늘 몇 명이 가입했느냐로 공제회를 평가한다. 그러나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중에는 한 달 회비를 내는 것을 버거워하는 이들도 있다. 특별 금리 적금을 마련해도 가입 절차가 어렵고 시간에 쫓겨 들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공제회 사업은
송미령 사무국장(이하 송) : 건강증진 사업이다. 가사노동자들은 호출형으로 일하기 때문에 검진을 받으려고 하루를 비우면 그날 수입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잃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검진을 받아본 적 없는 분이 많았다. 올해 검진에서도 암을 발견하는 등 모르고 지나갔으면 큰일 날 뻔한 분들이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공제회비를 왜 받느냐’, ‘보험이냐’고 묻던 분들이 이제는 공제회가 왜 필요한지 느끼고 있다.
자산 형성을 돕는 목돈 마련 저축도 반응이 좋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자녀를 키우며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한 조합원이 있다. 남편이 남긴 빚과 월세에 늘 형제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고, 적금을 만기까지 유지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분이 공제회 저축으로 3년을 채웠고, 만기 때 받은 공제회 추가 지원금 12만원으로 형제들에게 처음 밥을 샀다. 손만 벌리다 처음 밥을 산 날이라며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이 : 대리기사들에게는 ‘심야 이동형 쉼터’도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에 대리기사는 손님을 외곽에 모셔다 드린 뒤 다시 상권으로 나올 방법이 없다. 이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은 대부분 불법이다. 사고가 나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제회가 지난 2021년부터 심야 이동형 쉼터라는 이름으로 셔틀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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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업이 있다면
김 : 소액 급전 대출이다. 은행은 서류가 복잡하고 신용등급을 따진다. 급할 때는 단돈 50만원도 구할 데가 없다. 지금 공제회에서 일부 시범으로 소액 급전 대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0만원~300만원까지는 쉽게 빌릴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
이 : 대리기사가 모이는 곳에는 40만원~50만원을 빌려주고 일요일 제외 하루 2만원씩 떼어 가는 일수가 있다. 연리로 따지면 300%가 넘는다. 그래도 빌릴 수밖에 없다. 사고가 나면 보험 자기부담금 30만원~50만원을 내야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다. 저리로 빌려주면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저신용자를 위한 새로운 신용 체계도 실험해 볼 만하다.
-출범 당시 공제회가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노동계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는데
이 : 현실은 그 반대다. 처음부터 노동조합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공제회에서 경제적 도움을 받고 손해볼 게 없다는 안심이 생기면 노조에도 가입해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제회는 기층 조직이다. 노조 조직률에도 일조한다.
-AI와 알고리즘이 일감을 배정하고 보수를 정하지만, 정작 노동자는 그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나
송 : 가사노동 시장의 60%가 플랫폼 시장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들은 일감이 어떻게 배정·산정되는지 모른다. 이에 더해 동료들의 상황이 어떤지도 알기 힘들다. 조사를 해보니 같은 회사, 같은 지역에서 일해도 수수료와 일당이 달랐다. 가사노동자로서는 기준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 :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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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고객 평.이 배차에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지만, 기업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인지 알 길이 없다. 비대칭 관계가 개선되려면 플랫폼 노동자가 생산한 데이터를 ‘마이데이터’ 개념으로 노동자가 소유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의2에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플랫폼 노동 분야에 전격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보편화되면서 디자이너 등 프리랜서들의 피해도 크다고 들었다
박 :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의 일감은 대폭 줄었다. 수익이 기존보다 90% 이상 줄었다는 분들도 있다. 웹툰 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하며 배경 등을 돕던 초보 작가의 일거리가 사라졌다. AI가 기존 창작물을 무단 도용하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당사자 조직이 거의 없어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을 평가해본다면
김 : 현재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된 노동 법안이 많아 좋은 .수를 주기 어렵다. 노란봉투법 등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것만 보면 아직 변한 것이 없다.
송 : 전 정부보다는 노동자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가 공제회와 비슷한 성격의 ‘K-노동복지회의소’ 설립을 추진 중인데
김 : 어떤 방식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운영할지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발표된 바가 없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복지를 제공하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다음 달 3일 열리는 공제회 5주년 행사 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면 물어보려고 한다. (웃음)
이 :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아무런 기반이 없을 때 민간단체인 공제회가 나서서 여기까지 길을 터왔다. 공제회의 그간 공로를 인정, 더 키워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부 기관은 절차가 있어 현장 상황이 바뀌더라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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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민간이 서로의 장。과 약.을 보완하는 형태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사정이 모이는 사회적대화 테이블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자리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 사회적 대화 기구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있다. 그러나 경제단체는 플랫폼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전혀 없다. 프리랜서는 직군이 워낙 다양하고 수익 차이도 커 당사자 간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 현안은 계속 쌓이는데 정부는 감당하지 못한다. 결론을 못 내면 법을 만들라며 국회로 넘긴다. 국회에서는 쥐고 있다가 선거 때 공약에 한두 개 끼워 넣는 데 그친다.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도 깊이 논의해야 할 때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중요한 논의에 있어 노동계를 배제해왔다. 다만 이번 정부에서는 어떠한 형태로 갈지 모르겠다.
이 :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른 사회적 대화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없기에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바꾸기 힘든 구조다.
송미령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왼쪽부터)과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 이상국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공제회의 다음 5년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
김 : 목표는 다다익선이다. 더 많은 재원을 마련해 시스템을 더 갖추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면 좋겠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해 전국적으로 운영망을 확충, 플랫폼 노동자들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희망도 갖고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플랫폼 기업에도 한 가지 요구하고 싶다. ESG 차원에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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