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증가 속도 이유로 한국 재정 경고하는 보수신문
국민부담률 최고 수준 프랑스와 한국 상황 비교 맞나
부자 감세 펼친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실패는 어디에
불평등·양극화 다각도로 조명한 외신과 대비된 논조
▲ 2026년 10월18일 프랑스 시위를 다룬 BBC 보도 갈무리.
“10년 후 한국, 프랑스처럼 된다”
지난 22일 나온 중앙일보 1면 기사다. 온라인에는 “10년 뒤 한국 미래다…불타는 프랑스가 보낸 경고장”이라는 제목으로 남아있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프랑스의 혼란이 10년 뒤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중앙일보가 근거로 삼은 건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55년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웃돌고, 정부 예산의 3분의 2 가까이가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로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기사에서 한국이 향후 10~15년 안에 재정 운용의 선택지가 크게 좁아지는 '재정 곤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된다” 경고에 '논리적 비약' 비판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 약 80만 명(주최 측 추산)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당국이 야간 통행금지를 발표하고 군 병력 투입까지 예고했지만 지난 24일 주말 시위에도 비슷한 인원이 현장에 나왔다. 초기엔 방화, 약탈 등 폭력 사태도 발생해 위기감이 더 고조됐다.
▲ 2026년 10월22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지난 9월 학생들이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한 시위가 물가 상승, 불평등에 대해 반발하는 시민들의 참여로 확대됐다. 성장률 저하로 인한 재정 압박 아래 긴축이 필요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교육 예산을 삭감한 것이 학생들의 분노를 키웠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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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여력이 없어 시위대와 협상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좁아져 여러모로 정부가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프랑스 시위의 원인 중 하나가 대규모 공공부채라는 건 틀림없다. 올해 2분기 기준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119%로, 작년 재정적자는 GDP 5.1%에 달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재정적자를 GDP 5.4%에서 5.0%로 낮추기 위해 430억유로 규모의 긴축안을 마련했다. 경제성장률이 0%대라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부채 증가 속도를 이유로 한국이 10년 뒤 프랑스가 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 중앙일보가 근거로 한 '장기재정전망'은 현재의 제도와 경제여건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미래를 예측한 것이라 정책 방향 차원에서 참고할 뿐인 자료다. 이를 토대로 한국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뜻이다. 그러한 전망에 따라서도 한국은 2035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71.5%로 프랑스와는 차이가 있다. IMF는 지난 15일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부채비율을 54.4%에서 47.3%로 하향 전망하기도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지진이 안 온다 해도 언제든 올 수 있는 것처럼, 최악을 대비하자는 시나리오 분석 차원으로 이해해야지 (재정전망으로) 한국이 프랑스처럼 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은 세수 증가로 과거 재정전망과 거꾸로 가고 있다. (재정 곤란을) 우려할 수는 있겠으나 프랑스와 한국은 시대적 소명이 다르다. 투자도 해야 하고 노인 빈곤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정부(지출)의 규모가 제일 작은 나라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친기업 행보 마크롱… '부자 감세' 지적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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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위가 '과도한 복지'와 '방만한 재정'으로 발생했다는 프레임은 단편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기업 성향으로 감세를 통한 시장 활성화를 시도했던 정치인이다. 재정 지출을 늘려 무분별한 복지를 시도하다 재정 절벽을 마주한 '좌파 정치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마크롱의 실패> 기사에서 “지난 9년 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법인세와 급여세를 인하하고, 부유세를 폐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 중 어느 것도 경제 성장을 실질적으로 촉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프랑스의 부채를 줄이지도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우석진 교수는 “감세를 통해 산업이 활성화되고 경제가 좋아져서 세수가 늘어나야 감세를 한 이유가 있는 건데, 코로나19 등 여러 이유로 (프랑스는) 그러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때도 감세 기조를 보였으나 세수가 줄어든 바 있다”며 “세금을 많이 걷으면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증세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재정 위기가 왔을 때 가장 가까운 원인으로는 마크롱 대통령의 감세 조치가 꼽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국민부담률(GDP 대비 국민의 조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납부액 비율)은 2024년 기준 43.5%, 한국은 25.3%로 각각 OECD 최고 수준,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 세금을 적게 내는 편이라 복지 수준도 OECD 최저로 꼽히는 동시에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39.8%)이라 '10년 뒤 프랑스가 된다'는 주장이 더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문 기준으로는 프랑스 시위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논조가 다수다. <청년들 분노가 삼킨 프랑스, '퍼주기 중독' 한국의 미래다> (10월19일 조선일보), <돈 쓸 궁리만 하는 정부, 프랑스의 길 가려는가>(10월24일 중앙SUNDAY), <유럽 청년의 분노, 남의 일 아니다>(10월19일 한국경제) 등의 사설이 잇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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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양극화 외면한 '방만재정' 프레임
다른 신문에서 이러한 논조를 비판할 정도다. 이명희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지난 29일 칼럼에서 “국내 보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복지 망국론'을 설파한다”며 “프랑스 시위는 연금을 축소하자는 게 아니라 부유층에 세금을 더 내게 해 소득 재분배를 요구하는 것인데, 견강부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명희 위원은 “한국의 복지 현실은 프랑스와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연금의 실질(세후) 소득대체율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중 바닥권이다. 프랑스의 소득대체율 74%보다 35%포인트 낮다”며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프랑스처럼 된다' 운운하는 건 쥐가 고양이 걱정하는 격이다. 프랑스 시위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은 복지 포퓰리즘 비판이 아니라 초고령사회가 가져올 파장에 대비해 형편에 맞는 복지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 2026년 10월19일 조선일보 사설. 폭력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영상이 사설과 함께 나왔다.
프랑스 시위를 보는 외신의 분석은 좀 더 복합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9일 <마르세유에서 마크롱, 프랑스의 다양한 문제들이 뒤섞인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다> 기사에서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마르세유의 양극화를 다뤘다. 마르세유를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라고 소개한 NYT는 “이 지역 주민들은 일자리 부족과 엘리베이터 고장 및 누수가 빈번한 주거 건물, 그리고 범죄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라고 했다.
지난 19일 <마크롱의 실패> 기사에서도 NYT는 “(마크롱 대통령의) 감세 정책으로 프랑스 재정은 매년 수백억 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다. 본래 낮은 수준이 아니었던 국가부채는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프랑스 납세자들은 내년에 국방 및 교육 예산보다 공공부채 이자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쓸 수도 있다. 현재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라고 했다.
소명이 다르다.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