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자 인민일보 1면. 하단에는 공산당 지도력의 ‘약화·허화·담화’를 언급한 20기 5중전회 관전기가 실렸다. [사진 인민일보 캡처]
“한때 나타났던 당 리더십의 약화·허화(虛化)·담화(淡化)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했다.”
지난달 29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20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회) 공보에 이례적인 문장이 담겼다. 31일자 1면에 실린 인민일보·신화사 기자의 공식 관전기에도 이 문장이 다시 인용됐다. 당의 영도가 약해지고, 유명무실해지고, 옅어진 시기가 있었음을 반복해 강조한 것이다.
해석은 엇갈린다. 같은 달 30일 대만 국책연구원 좌담회에서 둥리원 대만 아태평화연구재단 집행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위가 한때 불안정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커우젠원 대만 정치대 교수는 별도 세미나에서 “시진핑의 자아비판”이라며 연이은 인사 실패를 발언의 원인으로 꼽았다.
실마리는 지난 8월 시 주석이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한 발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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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 주석은 “집권이 길어질수록, 태평한 세월이 이어질수록, 환경이 복잡할수록 위기의식을 높여야 한다”며 “전면적인 종엄치당(엄격한 당 통치)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통치의 균열이 두드러진 곳은 군부였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을 끝으로 허웨이둥 군사위 부주석이 사라졌고, 4중전회를 앞둔 지난해 10월 국방부가 그를 포함한 상장(대장) 9명의 제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장유샤 군사위 부주석이 류전리 연합참모장과 함께 입건되자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두 사람이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엄중히 짓밟고 파괴했다고 적시했다.
이번 5중전회는 장유샤 등 군 인사 16명의 당적 박탈을 추인하며 “당·국가·군대 내부의 엄중한 잠재 위험을 제거했다”고 결론 내렸다. 군권의 불균형과 군사위 주석 중심의 책임 구조가 흔들렸다는 문제의식이 “당 리더십의 약화”로 표현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숙청 규모도 전례가 없다. 4년 전 출범한 20기 중앙위원·후보위원 376명 중 출석은 279명(74.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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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명이 처분을 받고 그중 33명의 당적이 박탈됐다. 중앙위원 24명이 빠졌지만, 후보위원의 승계는 10명에 그쳤다. 홍콩 명보는 “14석 공석은 전례 없다”고 평가했다.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충성’을 인사 전면에 내세웠다. 황젠파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은 지난달 30일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행위)하는 자는 단호히 제거하겠다고 했다.
‘시진핑 당 건설 사상’이 내년에 당의 헌법으로 불리는 당장(黨章)에 별도로 기재되는지도 주목된다. 회의 공보는 이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규정하고,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등 역대 지도 이념과 한 문장에 나란히 적시하고 학습을 지시했다. 시진핑 당건 사상은 ‘후계자 없는 계승’으로 이어진다. 당건사상 훈련을 거친 이들만 간부로 선발되므로 모두가 후계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후보’는 곧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다. 박상수 충북대 교수는 “숙청의 제도화가 중국 정치권에 어떤 동력과 부작용을 낳을지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 리더십의 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