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고양 지축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돌봐주던 '까망이'라는 개는 10월 16일 이후 실종 상태다(왼쪽). '까망이'가 비명을 지른 뒤 실종된 것을 목격한 인근 아파트 주민이 직접 그린 그날의 현장(오른쪽).
"평생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봤어."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는 지난 10월 16일 오후 2시께 칠십 평생 한 번도 들은 적 없다던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평소처럼 반려견 둥이를 산책하려고 아파트 단지를 도는 길. 아파트 건너편 ○○농원에서 키우는 마당개 '까망이'가 비명을 지르더니 흰색 트럭이 지나간 뒤 사라졌다는 것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소리였어요. 처음에는 깽깽 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리'가 나고, 그 뒤로는 아무런 소리가 없었어요. (반려견) 둥이도 놀라서 나를 쳐다보더라니까. 무슨 소리인지 싶어서 농원 돌담 근처로 갔지."
비슷한 소리를 들은 건 이씨만이 아니었다. 그날 비슷한 시각 농원 바로 앞 동에 사는 김아무개(74)씨는 집 안에서 '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그 소리가 나고) 아파트 단지 내 개들이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똑같지는 않지만 브레이크 밟으면 나는 소리랑 근접하게 가까웠습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나갔어요."
아파트 주민들이 '까망이'라고 부르면서 먹을거리를 챙겨주던 농원의 마당 개는 그날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주민들은 동물 학대를 의심했고 나흘 뒤인 20일 ○○농원 거주민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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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문제 제기 "집 지키는 개가 왜 성견이 되면 없어지나?"
▲ ?농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일명 '까망이'라는 개가 혹한과 혹서에 오랜 시간 방치돼있었다고 주장했다.
ⓒ 유지영
아파트 단지에서 불과 70m가량 떨어진 ○○농원에 경찰이 출동한 건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2024년 11월에도 한 주민이 이곳에서 개를 방치한다고 신고해서 경찰이 출동했다.
주민들은 '까망이' 이전에도 이곳에 '복구'라는 개가 있었고, 복구가 사라진 2025년 11월경에 당시 강아지였던 '까망이'가 이곳에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마리 있던 마당개가 수차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마이뉴스>에 "농원에서는 집을 지키려고 개를 키운다는데, 정작 개가 성견이 될 쯤에 사라지고 강아지를 데려오는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가 들어선 2022년부터 이곳에 살던 김씨는 "처음 입주했을 당시 강아지가 세 마리가 있었다. 농원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은 계속 바뀌었다"며 "내가 목격한 사육 환경과 강아지들의 반복적인 교체 및 실종 정황을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는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16일 사라진 '까망이'라는 검은 개의 이름 그리고 이전에 이곳에 살았다는 '복구'라는 노란 개의 이름은 농원 거주민이 아닌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붙여준 것이다. '개 이름이 없다'는 거주민의 말을 듣고 주민들이 '까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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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몇 년에 걸쳐 경찰 신고, 국민신문고 민원, 고발 조치를 이어갔지만 그간 바뀌는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방치나 학대가 의심되는 마당 개에 대한 문제는 동물단체들 사이에서는 오래되고, 그만큼 까다로운 숙제로 손꼽힌다.
전국 곳곳에 비슷한 갈등 사례가 끊이지 않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어 대응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 학대'로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2021~2025년까지 매년 5천~6천 건에 달하지만, 학대로 인정받아 처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동물단체는 그 대신 소유자를 설득해 개를 넘겨받는 방식을 택하지만 보호소는 이미 포화 상태라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까망이'가 사라지자 "이제는 들고 일어나야겠다"(김아무개씨)고 마음먹었다. 김씨는 "(개가) 그 집 '재산'으로 간주되니까 터치(관여)는 안 해야겠다고 생각해 여러 번 그냥 지나갔는데, 이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까망이'가 실종된 당일 이곳 주민 5명이 함께 고양경찰서를 찾아 2시간 동안 진술했다. 주민들은 경찰서 진술뿐만 아니라 주민 진정서를 모아서 제출하고, 언론사, 동물단체, 고양시청, 시장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농원 거주민 "25년간 여기 살았던 우리가 피해 입어"... 고양경찰서, 수사 착수
▲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농원에 갓 성견이 된 개가 실종되기 직전 2~3개월령 강아지가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일명 '까망이'라는 개가 사라지고 회색 강아지가 홀로 남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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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영
고발이 이어지며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커지자 고양시청 담당 주무관도 10월 28일경 ○○농원을 찾았다. 담당 주무관은 "이 문제로 너무 대립이 심하기 때문에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이 장소에서 최대한 개를 키우지 않는 방향을 제안드렸다"고 설명했다. 관할서인 고양경찰서는 29일 <오마이뉴스>에 농원 거주민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8일 <오마이뉴스>도 현장을 찾았다. 농원 마당에 '까망이'는 없었지만, 2~3개월령으로 추정되는 회색 강아지가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주민 A씨는 "도대체 누가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이것(신고를) 해서, 남의 가정사에 꼬치꼬치 시비를 거나"라며 "왜 멀쩡한 사람을 들쑤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까망이'의 행방에 대해서는 "(검은 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고 답했다.
16일 그날 '까망이'의 비명을 들었다는 복수의 제보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런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고, 오히려 아파트가 이사 온 뒤로 25년간 여기에 살았던 우리가 피해를 입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A씨의 자녀라고 밝힌 B씨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라진 검은 개는) 지인이 기르겠다고 해서 준 걸로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인 두 분이 사시기 때문에 외부인이 왔을 때 짖어주는 경비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거다. (최근 데려온 강아지는) 새끼를 얻어와야 적응을 시키고 기를 수 있어서 처음부터 성견을 데려오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