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을 끝내려던 야권이 기대에 못미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분노한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이번 선거가 네타냐후 축출을 기대했던 야권에 타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개표율 93.8% 기준 친(親)네타냐후 연합이 53석, 가디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이 이끄는 반(反)네타냐후 진영이 4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랍계 정당들은 1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야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야권에 매우 화가 난다”고 FT에 말했다. 당시 공격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안보 실패로 평가된다. 야당은 ‘네타냐후 심판’이라는 유리한 구도에도 유권자들을 모으지 못했고,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를 둘러싼 내부 분열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내부에선 지도력과 선거 전략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 야권 관계자는 “네타냐후를 꺾으려면 단결된 지도자와 명확한 정책·비전을 갖춘 연합이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부족했다”고 짚었다. 야권 지도자 누구도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선거 구호도 ‘비비(네타냐후의 애칭)는 안 된다’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도 우파의 지지 기반을 넓힌 요인으로 꼽힌다.
황금성용가리
2009년 네타냐후의 선거운동을 지휘한 로니 리몬 정치전략가는 FT에 “최근 수십년간 초정통파 유대교도와 종교적 민족주의 성향 유대인의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세속·자유주의 유권자에 비해 우파의 기반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연정 구성의 열쇠를 쥔 아랍계 정당들을 향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견제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리쿠드당은 이번 선거가 “테러리즘과 유대 국가의 말살을 지지하는 아랍계 정당들에 의해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랍계 정당들이 부패, 협박, 폭력, 금지된 소프트웨어 사용 등을 동원했다”며 관련 증거를 당국에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사·정보기관의 증거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F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