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민예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일. 어쩌면 창조란 전혀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도록 알고 지낸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재즈는 그러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음악이다. 정해진 형식과 규칙을 배우면서도, 때로는 그것을 과감히 벗어나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어 낸다. 서로 다른 문화와 음악이 만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한 사람의 작은 실험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의 세계를 열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재즈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음악가들의 도전이 있었다.
콜롬비아 출신의 플루티스트이자 작곡가 아나마리아 오라마스(Anamaria Oramas) 역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음악가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그는 재즈를 만나 즉흥연주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콜롬비아의 전통음악으로 관심을 넓혀 갔다.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의 관악기 가이타(Gaita)를 현대 악기 플롯과 결합해 가우타(Gauta)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여러 지역의 전통 리듬과 선율을 탐구하며 그 안에서 현대 재즈와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어느 하나의 장르로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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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낯선 민속 악기의 소리가 들려오고, 때로는 익숙한 재즈의 화성과 리듬이 펼쳐진다.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가 자유롭게 뒤섞이지만, 그 안에는 아나마리아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자신만의 질서가 있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그 안에서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고, 재즈라는 언어를 빌려 두 세계의 번뜩이는 만남을 통해 독특한 음악적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올해 활동 10주년을 맞은 아나마리아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월 9일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이어, 15일에는 서울 모래내시장의 공연장 '모래내 극락'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 음악을 매개로 자유로운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림. ⓒ 민예원
이날 공연은 시작부터 오묘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모래내 극락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가 아나마리아의 짙은 음악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듯 했다. 특히 가이타가 처음 연주되었을 때, 나무를 통해 흘러나오는 듯한 따뜻한 음색이 무척 아름다웠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플루트의 맑고 선명한 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투박하면서도 부드럽고, 어딘가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듯한 소리였다.
가이타는 플루트에 비해 낼 수 있는 음의 수가 제한적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더욱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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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섬세하게 다듬어진 선율보다 악기 본연의 자연스러운 울림이 먼저 다가왔다. 때로는 울부짖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세상에 힘껏 외치는 것 같기도 했다. 제한된 음 안에서 이토록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림. ⓒ 민예원
이윽고 기타의 리드미컬한 선율과 드럼의 단단한 박자, 베이스의 묵직한 울림이 더해지며 음악은 。차 풍성해졌다. 기타리스트 산티아고 산도발(Santiago Sandoval)의 연주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선율을 풀어 나가다가 .。 음악에 깊이 몰입하더니,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들어 낸 리듬 속으로 완전히 빠져드는 듯했다. 연주가 고조될수록 그의 기타는 더욱 자유롭게 움직였고, 그 흐름을 따라 음악 전체의 에너지도 높아졌다.
그 곁에서 드러머 후안 메히아(Juan Mejia)는 마치 장단을 맞추듯 절묘하게 치고 빠졌다. 기타가 잠시 비워 둔 공간에 드럼이 들어서고, 다시 기타가 새로운 선율을 이어 가면 드럼은 한발 물러나 리듬을 받쳐 주었다. 서로의 소리를 밀어 주고 받아 내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 아래에서는 더껑의 베이스가 그림자처럼 묵직하게 음악을 지탱했다. 어느 악기도 과하게 앞서 나가지 않으면서 각자의 자리를 정확히 찾아갔다. 콜롬비아의 전통적인 리듬과 현대적인 기타 연주가 이토록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음악이 무르익자 객석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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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쾌한 콜롬비아 전통 리듬에 사람들은 하나둘 더욱 신나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공연장은 마치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 축제에 온 듯한 분위기가 되어,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주고받았고, 관객들은 그 리듬에 몸을 맡기며 함께 즐겼다. 낯선 나라에서 온 음악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았고, 모두가 아나마리아의 음악적 여정에 기꺼이 함께 했다.
모래내 극락에서 열린 아나마리아 오라마스의 공연 모습 / 사진. ⓒ 민예원
아나마리아의 즉흥연주는 익숙한 재즈의 어법과도, 콜롬비아의 전통음악과도 달랐다. 그 두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 냈다. 오래된 소리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음악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음악은 지구 반대편 한국의 작은 공연장에 도착했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콜롬비아의 전통 리듬이지만, 단지 그 작은 가능성으로부터 시작한 음악적 진심에 맞춰 한국의 관객들이 함께 몸을 흔들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단 것은 그의 모험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었다. 아나마리아가 들려준 것은 단지 낯선 나라의 음악이 아니라, 한 음악가의 탐구와 도전이 열어 보인 새로운 세계였다.
재즈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오늘 밤, 콜롬비아에서 불어온 낯선 바람을 맞으며 그 세계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졌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
탄생한 음악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