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순국한 전투로
왜선 200척 수장·100척 포획
7년간 이어진 왜란 종지부
장군 유구 안치한 ‘충렬사’
‘이순신바다공원’ 한눈에
관음포만 해안길은 조성 중
전 구간서 해전지 감상 가능
일부 구간, 시설 낡아 보완을
충렬사 난간 없어 출입 어려워
전시관 활용 방안 고민해야
7년간 이어진 왜란의 종지부를 찍은 노량해전은 가장 크고 치열했으며 이순신이 순국한 전투다. 성웅의 열의를 느끼며 노량해전 격전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11㎞의 승전길을 걸었다.
남해군 설천면 충렬사에서 이어지는 해안길을 걷다 보면 누렇게 익은 들녘 너머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의 바다가 펼쳐진다.
◇최후, 최대의 해전= 1597년 정유년, 조선으로 재침한 왜군은 그해 9월 명량에서 패배한 후 침략전쟁의 동력을 잃는다. 이듬해 8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병사하자 총원 철수작전에 나선 왜군은 전남 순천으로 집결한다.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명나라 수군도독 진린에게 뇌물을 바쳐 퇴로를 열어줄 것을 호소했고, 진린은 이를 수락하는 한편 이순신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고니시는 연락선으로 남해안 일대 왜군 수군을 집결해 퇴각하려는 계획이었다. 이를 파악한 이순신은 진린을 꾸짖고 함대를 출정했다. 재침략의 불씨를 꺼트리고, 7년간의 전쟁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나선 이순신은 “이 원수만 무찌른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今日固決死 願天必殲此賊).”라고 맹세했다.
11월 18일 밤 하동·남해 사이 노량엔 왜선 500여 척이 집결했다. 왜선 진영 서쪽에 있는 대도 양 옆으로 200여 척의 배를 나누어 진격한 조명연합군은 기습 포격으로 해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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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군이 남해군 관음포까지 이동했을 때, 이순신 본 함대가 등장해 총공세를 가한다. 퇴로를 찾는 왜군의 집중 공세에 좁은 바다에서 수백 척이 엉켜 백병전이 곳곳에서 발생했고, 진린과 이순신 또한 위기를 맞았다가 서로를 구하며 전투를 이어갔다. 이튿날 아침까지 난전은 지속됐고, 이순신은 적의 총환에 가슴을 맞고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戰方急愼勿言我死)”고 말하며 쓰러졌다.
조선 수군은 이 전투에서 왜선 200척을 수장했고 100척을 포획했으며, 왜선 일부만이 관음포에서 탈출했다. 가장 크고 치열했던 노량해전을 끝으로 긴 왜란은 막을 내렸다.
이순신 장군의 유구가 안치된 ‘충렬사’와 거북선 모양 전시관.
◇노량해전의 순서를 따라가는 승전길= 지난달 27일, 남해군 진입로인 남해대교를 건너 충렬사에서 승전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량해전 때 전사한 이순신의 충의와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장군의 유구를 처음으로 안치한 장소다. 내부엔 충렬사가 지어진 17세기 때 세운 통제사증시충무이공묘비와, 장군의 유구가 안치됐던 장소를 가리키는 사묘가 있다. 이곳 시설들은 노량해전 배경지인 노량해협을 내려다본다.
충렬사를 관람한 후 노량마을로 내려오면 바닷가 쪽 거북선 모형으로 된 전시관이 보인다. 승전길 구간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해안가 길로 이어진다. 승전길 코스를 설명하는 안내판은 이달 중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나룻배로 오다니던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노량해협 건너편으로는 하동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길을 걸어가다 보면 거북선을 연상하는 용머리가 달린 여객선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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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 선착장서 이어진 구불구불한 해안길은 한 쪽으로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걷기 좋다. 이곳은 내년 중반기 스카이워크가 준공될 예정이기도 하다. 노량에서 만난 왜군들과 조명연합군이 뒤엉켜 백병전을 벌인 바다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이곳은, 바다 정면으로 보이는 대도 우측에서 명군이, 좌측에서 조선 수군이 진군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연상된다.
남해대교 너머 펼쳐진 노량해협.
해안길을 10분 정도 따라가다 보면 감안마을이 나오고 곧이어 월곡교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구간은 이곳에서 논 옆으로 난 해안길로 이어진다. 구간 전체에 18개 이정표가 세워져 길을 파악하기 쉬웠다. 노량해전길 구간은 해전이 일어난 해안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 대도·장도 등 큰 섬들 앞에서 첫 전투가 벌어진 후 격전지는 물때에 따라 남쪽 큰 바다로 이동했는데, 승전길는 이곳 바다가 보이는 해안길을 따라간다.
월곡마을을 지나면 길은 구포미산 쪽으로 이어진다. 산을 가로지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 어렵지 않았다. 산길은 20분가량 이어졌다. 산을 올라가다 보면 옆으로 바다가 보이는데, 이곳은 주 격전지를 너머 전남 여수 이순신대교까지 보인다.
이어 길은 이락산을 지나 차면방파제 인근서 해안길로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면 이순신바다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은 이순신과 노량해전에 관한 전시 공간과 영상관으로 구성됐다. 내부엔 임진왜란의 경과 과정에 대한 설명과 당시 사용됐던 무기·갑옷들의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이순신영상관에 노량해전 당시 조명 연합수군과 왜군의 해전 장면을 재현한 모형이 전시돼 있다.
전시공간 옆 길은 이락사에서 첨망대 가는 길로, 나무그늘로 덮여 바다 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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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해전 당시 이순신의 유구를 처음 인양한 곳으로 알려졌다. 길은 높게 솟은 반송들로 덮여 그늘 져 있다. 이락사 옆 이순신순국공원에서 이어지는 길은 차도 옆 길로 이어진다. 이에 관음포만 대사방조대까지 800m가량 해안 데크길 조성이 추진 중이다. 현재는 관음포만까지 우회도로를 통해 길이 이어진다. 관음포는 해전 당시 수군이 만·간조 수위 격차를 이용해 왜선들을 몰아 놓아 격전을 이어간 곳이다. 방조대로 이어지는 길가 벽엔 승전길을 표시하는 그림과 문구들이 적혀 있다.
10분가량 걸으면 둑방길로 이어진다. 둑방길 입구엔 이순신 승전길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좌측으로 논이, 우측으로 대사천이 흐르는 도보 전용 길은 한적함이 가득하다. 길은 고현면 대장경판각문화센터로 이어진다. 고려대장경을 판각한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노량해전길은 끝난다.
◇해전을 연상하며 걷다= 노량해전길의 가장 큰 특징은 경로 거의 전 구간에서 노량해전지를 볼 수 있기에 당시 해전을 연상할 수 있다는 .이다. 해안길이나, 해안이 들여다보이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순신 승전길로서 의미를 충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핵심 구간인 이순신바다공원 인근 구간은 해전 관련 전시물들이 즐비해 쉬어가며 즐기기 좋았다. 향후 관음포 인근 데크길이 조성된다면 도보 이동성이 한결 더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노량해전길 일부 구간은 시설이 노후되거나 안전장치가 없어 온전히 이용하지 못해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충렬사 진입로 계단에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아 사당은 신문(神門)을 통해 출입해야 한다. 또 충렬사 앞 거북선 전시관은 노후한 상태로 내부를 관람하지 못해, 활용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였다. 해전의 역사성과 이순신의 행적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승전길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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