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문화지구 ‘NDSM’. 이음스토리 제공
“암스테르담을 여러 번 찾았던 나였지만, NDSM은 좀처럼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 운하 도시 특유의 고풍스러운 풍경 대신, 낡은 조선소와 철제 구조물이 빼곡한 이질적인 공간이 맞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 부산 영도의 조선소 골목을 걷던 기억이 떠오르며 묘한 친근감이 느껴졌다.”
운하 도시 암스테르담과 영도가 닮았나? 조정윤의 ‘호모 비아토르의 세계 문화지구 노트’가 그 답을 준다.
조정윤은 자신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길 위의 인간)’라고 부른다. 유럽 배낭여행 1세대로 젊은 시절을 세상의 길 위에서 보냈으며, 이후 문화행정가로 25년을 일하는 동안 세계 각지 문화지구와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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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록의 첫 번째 묶음인 이 책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각 도시는 고유한 정체성과 매력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전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문화’가 자리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문화가 집적된 특화 공간 ‘문화지구’가 도시를 바꾸는 예술과 창의성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동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북미 6개 권역 21개 문화지구를 다룬다. 1937년 담배 공장으로 출발해 창의문화 공원이 된 타이베이 ‘송산문창원구’, 군수 공장을 공연 문화 허브로 바꾼 런던 ‘울위치 워크스’ 등 성격이 다른 사례들이다.
각 문화지구는 저자의 현장 방문 기록으로 문을 연다. 설립 배경과 도시의 맥락, 운영 주체와 재정 구조, 핵심 프로그램 등을 분석한 내용은 문화정책 담당자에게는 참고자료가 되겠다. 실제로 문화지구를 방문하려는 독자를 위해 교통과 예약, 동선을 담은 방문자 팁도 붙였다.
세계 사례를 읽는 기준。은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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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문화지구가 한국의 도시에 무엇을 시사하는지 정리하는데, 그 자리에 북항과 영도를 비롯한 부산의 현안이 반복해 등장한다. 항만 기능을 잃은 부지를 예술특구로 바꾼 대만 ‘가오슝 보얼예술특구’는 북항 재개발의 참고 사례로, 조선소 부지가 창작 공간이 된 암스테르담 ‘NDSM’은 영도의 조선소 골목과 겹쳐 읽힌다.
‘NDSM’은 한때 선박이 만들어지던 조선소였다. 1990년대 이후 .차 쇠퇴하고, 2000년대 초에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 들어오면서 예술과 창의성이 넘치는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낡은 산업 건물 벽마다 그려진 화려한 그래피티, 거대한 창고를 가득 채운 갤러리와 작업실,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 등. 저자의 말처럼 영도 ‘깡깡이 마을’을 중심으로 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조정윤은 현재 부산문화재단 문화시민본부장으로 일상문화, 예술교육, 글로벌문화를 총괄한다. 이 책은 ‘HOMO VIATOR 시리즈’ 첫 권이다. 이후 축제 경영, 공연장과 오페라하우스를 주제로 한 후속 권이 이어질 예정이다.
부산의 현안이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