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신문] 지정학적 충돌과 기후위기,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에너지안보의 범위를 연료 확보에서 전력망과 핵심광물, 수송·가공시설 등 에너지시스템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전력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대규모 부하가 아니라 계통 상황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7일 엘타워에서 개원 40주년 기념 국제 정책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에너지시장 변화와 에너지안보, AI 시대 전력시스템 구축 방향을 논의했다. 세미나는 '지정학, 기후변화와 글로벌 에너지시장'과 '회복력 있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시스템 구축' 등 두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에경연 개원 40주년 기념 정책세미나 행사 전경.
"가격보다 공급 안정"...에너지안보 범위 넓혀야
기조연설에 나선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 등을 언급하며 에너지 조달 과정에서 가격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지정학적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기차 보급, 폭염에 따른 냉방수요 증가를 근거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석탄과 석유·가스 중심에서 '전기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전기화 확대가 에너지 주권과 제조업 경쟁력,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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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가와 기업 간 신뢰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연료나 자원 확보만으로는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워진 만큼 장기계약과 공급선 다변화, 공동 비축 등 국제 협력의 신뢰 기반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카모토 도시유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전무이사는 에너지안보·경제성·환경을 뜻하는 '3E' 가운데 에너지안보의 비중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공급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에너지 위기의 핵심 위험이 특정 공급국보다 해협과 가공시설 등 공급망의 병목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안보를 평가할 때 평상시 계약한 물량이나 공급자 수보다 위기 때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수입권과 대체 경로, 비축 물량, 설비 가용성을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급망 다변화와 비축 확대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실장은 평상시의 비용 효율성과 위기 대응 능력 사이의 격차인 '안보 프리미엄'을 정책적으로 분명히 하고 사회적 비용 분담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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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는 중기적으로 가스가 전력수요 대응과 계통 안정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계시별 요금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 가상발전소(VPP) 등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조달 국가를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공과 물류, 기술, 인력 등 가치사슬 전체의 병목을 관리하고 재활용 산업을 키워야 공급망 충격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고정 부하' 아닌 유연성 자원으로
오후 세션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탄소중립 및 산업경쟁력과 조화시키는 방안이 논의됐다.
굴샨 바시스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재무전략협력부장은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부하가 아니라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수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형·양방향 전력망과 저장장치, 수요반응, AI 기반 예측·제어를 결합해 계통 유연성과 청정전력 공급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의 자발적인 에너지효율 개선과 합리적인 수요관리를 유도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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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Energy for AI'에 머물지 않고, AI를 활용해 발전과 전력망, 소비를 효율화하는 'AI for Energy'로 정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 입지 집중과 계통접속 지연은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의 약 70%가 10개 주에 집중되면서 지역별 부하와 전력망 접속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전력망 건설보다 데이터센터 확충이 빨라 일부 기업이 가스 자가발전에 의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발전원과 전력수요, 송전망을 함께 보는 통합계획과 대규모 부하에 적용할 그리드코드, 계통안정화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고 봤다. HVDC와 ESS 등 전력전자 기반 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AI를 활용한 교류·직류 전력망 감시와 협조제어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력시장에서는 동적요금제와 계통서비스의 경쟁적 조달, 유연성 자원에 대한 적정 보상 등이 개선 과제로 거론됐다. 주변국과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유치와 전력 공급을 개별 사업 단위로 다루기보다 입지·계통·시장제도를 묶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논의는 에너지안보와 AI 전력수요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는 。을 보여줬다. 공급망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연료와 핵심광물 확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흡수할 전력망, 데이터센터 수요를 조절할 시장제도가 함께 구축돼야 전기화 확대가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적인 에너지효율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