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 사고의 덫을 경계하고 4성장군의 군사적 양심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설명도.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선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을 지켜보며, 착잡함과 일말의 기대가 교차하는 무거운 심경을 가눌 수 없다. 대한민국 안보의 백년대계가 걸린 두 핵심 뇌관, 즉 사관학교 통합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두고 후보자가 보여준 태도는 군사학적 소신에 입각한 명쾌함 대신 조심스러운 회피와 정무적 머뭇거림에 가까웠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미래 전장은 육·해·공군 전장이 중첩되고 우주·사이버 영역도 하나로 연결된다”며 합동성을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 사관학교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육사 46기 출신인 그에게 예비역 장성들의 거센 반대를 극복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비판보다 훌륭하고 경쟁력 있는 장교단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육·해·공군대학 통합에 대해서도 합동성 강화를 앞세워 추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강 후보자는 현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안에 대해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통합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그러면서 “기본안을 더 들여다보고 여러 의견을 듣겠으며, 좋은 안을 만들어 국회에 설명하고 지지를 구하겠다”며 보완 가능성과 추가 논의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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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도 “원론적 필요성에는 공감하되, 한미 간 상호 신뢰가 보장된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단서를 붙였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를 두고 청문회 석상에서 무 자르듯 “예스, 노” 식의 단정적 답변을 내놓기 어려웠던 후보자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온종일 이어진 질의응답의 행간에서 감지된 무게추는, 군사적 원칙보다는 현 정권의 정책 드라이브를 거스르지 않고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쪽에 더 깊이 기울어 있었다.
그 모호한 화법의 틈새에서 “정부안이 완전하지 않다고 인정했으니, 4성 장군 출신 작전통으로서 야전과 군 원로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면 재검토하지 않겠는가”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어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한 경계심을 거둘 수 없다. 이것이 실제 전장이라면, 아군의 희망 섞인 자의적 관측만큼 치명적인 독(毒)은 없기 때문이다.
고(故) 백선엽 장군은 정보판단을 내릴 때 “선입관을 배제하고, 희망적인 예측에 빠지지 말며, 철저히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철칙을 강조했다. 근대 군사학의 비조 클라우제비츠 역시 전략 수립 시 기만적인 희망을 끊임없이 걷어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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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전형적인 희망 사고다. 군 통수기구와 안보 수장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와 희망 사항이라는 왜곡된 렌즈로 안보 현실을 재단하는 것만큼 국가를 누란의 위기로 몰아넣는 자해행위는 없다.
마침 오늘 제40차 한미안보국제학술회의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던진 무거운 일침은 우리 군이 직면한 현실을 뼛속 깊이 새기게 한다. 그는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에 새겨진 고귀한 희생을 언급하며 “억제는 결코 말뿐인 수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진정한 억제는 태세, 방호, 지속능력이라는 세 기둥 위에 서 있으며, 이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오늘 밤 당장 싸울 수 있는 태세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 논리에 휘둘려 수사만 앞세우는 전작권 조기 환수와 사관학교 졸속 통합이 얼마나 위험한지 웅변한다. 정보 감시망의 연속성과 미군의 실전 DNA 없이 지휘권만 쥐겠다는 것은 억제의 기둥을 허무는 일이며, 3조 원대 토목공사로 각 군의 역사와 야전성을 해체하는 통폐합 역시 군의 지속능력을 파괴하는 자해행위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역 여단장. 육군 신지식인.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장수에게 임전무퇴(臨戰無退)는 기본이다. 그러나 때로는 계산된 모호함이 적과 상황을 다스리는 고도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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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 장수가 역사의 고비에서 탁월한 전략가였는지, 아니면 일신의 안위를 좇은 비굴한 간신이었는지는 앞으로 이 2개의 과업을 실제로 어떻게 추진해 나가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병법 36계의 주위상(走爲上)이 그저 살기 위해 줄행랑친 도망이었는지, 아니면 2보 전진을 위해 힘을 비축한 1보 후퇴였는지는 그 이후의 결단이 증명하는 법이다. 청문회에서 보인 후보자의 작전상 후퇴가 결코 부끄러운 타협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를 바로 세우기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음을 4성 장군 출신 국방부 장관답게 행동으로 입증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정부안이 완전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 해법은 겉포장만 바꾸는 미봉책이 아니라 원. 전면 재검토뿐이다. 사관학교 통폐합은 민·관·군 전문가위원회를 거쳐 교육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전환하고, 전작권 환수는 정치적 시한을 폐기하고 군사적 조건 충족이라는 본궤도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지금 50만 국군과 국민이 갈망하는 국방부 장관은 권력의 눈치를 기민하게 살피는 유약한 관료가 아니다. 어떠한 정치적 인연과 개인적 욕심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직 국익과 국민의 생명만을 바라보며 대통령 앞에서도 “군사학적으로 이것은 아닙니다”라고 직언할 수 있는 진짜 당당한 4성 장군 출신 장관의 기개를 온 국민과 함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 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체하는 통폐합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