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할 때까지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학에 적을 둬야 학내 인프라를 활용해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첫 직장이 평생 임금과 경력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쫓기듯 취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이러한 실태는 28일 한국일보가 분석한 대학알리미 공시 내용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졸업유예제도(학사학위취득 유예)를 운영해온 서울 4년제 대학 8곳(건국대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의 졸업유예 신청자는 2022년 4,825명에서 올해 7,020명(4월 기준)으로 4년 새 45.5% 늘었다. 수료나 규정학기 초과 방식으로 졸업을 미룬 학생까지 더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졸업유예제도는 졸업 요건을 모두 갖춘 학생이 취업 등의 이유로 통상 2년까지 졸업을 미룰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도서관 이용도, AI 무료 혜택도 대학생만"
졸업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공백기에 대한 걱정이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취업 준비 기간이 마치 쉰 기간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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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김모(25·한양대 사범대)씨는 4학년 2학기를 마친 뒤 졸업장 대신 학생증을 택하기로 했다. 졸업유예를 신청하기로 한 것이다. 교사가 아닌 다른 직종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그는 "면접관이 졸업 이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안 좋게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실리적인 이유도 크다. 졸업유예를 신청할 예정인 대학생 우모(21·이화여대 경영학부 4)씨는 "졸업하면 학교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크다"고 말했다. 김씨도 "학생일 때만 받을 수 있는 도서관, 고시반, 인공지능(AI) 멤버십 등 혜택을 유지하고 싶어 미룬 측면이 있다"며 "(학적을 유지해야) 대학생 인턴이나 프로그램 등 취업 정보와 기회도 더 많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선 기업과 제휴를 맺고 학생에게 유료 AI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별도의 졸업유예제도가 없는 서울대도 정규 학기를 넘기고 최소학.(1~3학。)만 수강하는 학부생이 올해 1학기 624명으로 집계됐다. 한 해 입학 인원의 약 15.8%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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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격차가 평생 가는데... 임금·복지 격차의 이면
학생들 요구에 따라 졸업유예제도를 새로 만드는 대학도 늘고 있다. 경희대는 올해, 고려대와 숭실대는 지난해 처음 제도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일부 학。을 남겨두거나 졸업 논문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학교에 남았다면, 이제는 졸업 요건을 다 채웠어도 학생이 신청하면 1, 2년가량 학위 수여를 미룰 수 있도록 제도화됐다. 그만큼 졸업유예가 보편화됐다는 얘기다. 숭실대 학사팀 관계자는 "취업시장이 어렵고, 학생들의 요청이 있어 제도를 도입했다"며 "최대한 재학생에 준하는 지원을 해주려다 보니 학교 차원의 재정 부담 등을 줄이고자 유예 기한을 1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장만으로 취업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데다 AI발 고용 한파까지 겹치면서 졸업을 미루는 청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졸업유예는 결국 노동시장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전체의 20, 30% 정도로 제한적이고 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 이제는 성과급 격차까지 커지고 있어 '취업 재수'를 하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현상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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