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리원전 3·4호기의 수명연장 안건이 첫 심의 뒤 12일 만에 전격 통과되면서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부의 전력 확보 ‘속도전’에 발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리 3·4호기가 있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는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약 1㎞ 거리의 울산 울주군 새울 부지에는 새울 1~4호기가 들어서 있다. 영구정지·건설 중인 원전까지 모두 10기에 이른다. 2017년 기준 고리원전의 ‘계획적 피난구역’인 반경 30㎞ 안엔 382만명이 사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 반경 30㎞ 안에 14만명이 거주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번 심사에서는 자연재난으로 여러 호기에서 동시에 방사성 물질이 방출될 경우 주민이 받을 피폭선량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다. 또 관련한 국내 연구 성과도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은 이에 대해 “(관련 연구에 따라) 새로운 평가 방법과 결과가 나온 것은 맞지만, (연구의 진도가) 현행 인허가 절차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심의 과정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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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의 외부전원 공급이 차단되는 일이 있었지만, 킨스는 “계속운전 관。에서 검토된 사항은 아니”라고 답했다. 또 킨스가 제시한 2035년 최대 해수온도 전망 역시 32.26도로, 고리 3·4호기의 설계 기준(33.3도)과 1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추가 발생할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공간 문제도 과제로 남았다. 고리본부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의 저장률은 6월 말 93.4%에 이르러 2032년 포화 예정이지만,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은 부지 선정도 못 한 상태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7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026-1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원안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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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도 원안위는 이날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두번째 심의에서 의결했다. 지난 15일 첫 심의 뒤 12일 만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원전 수명연장 심사 중 가장 빨랐다. 지난해 11월 수명연장된 고리 2호기는 49일 만에, 세번째 회의에서야 통과된 바 있다.
이런 배경에는 현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요 확보 문제가 얽혀 있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반영해, 204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을 기존보다 약 27기가와트(GW) 늘어난 158.4~165GW로 높여 잡았다. 앞서 최원호 원안위원장도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하면서도 계속운전 심사가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규제해야 하는 독립기구인 원안위가 사실상 형해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발전소마다 운영 이력과 특성이 다른데도, 두 호기를 함께 심사하면서 충분히 검토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규핵발전소 저지와 핵없는 세상을 위한 전국행동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노후 원전 가동은 치명적인 위험을 주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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