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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담재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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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달루시아, 왕의 길. 회백색 석회암 절벽 사이로 실처럼 가느다란 잔도가 이어진다. 협곡 바닥에서 최고 100m 높이의 암벽에 걸려 있다. 북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며 모로코 입국을 결정하고, 비행기 대신 스페인에서 페리를 이용하기로 정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을 지나갈 절호의 기회였고, 특히 '카미니토 델 레이Caminito del Rey(왕의 길)?를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유독 설레는 여정이었다. 오래전 사진으로 처음 본 이후, 절벽에 한 줄처럼 매달린 길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었다. 언젠가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걸어보고 싶었던 길이었다. 모로코로 가기 위해 지나가는 안달루시아에서 그 기회가 뜻밖에 찾아왔다. 왕의 길은 20세기 초 말라가 북쪽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가이타네호와 엘 초로의 수력발전 시설을 연결하고 유지·보수 인력과 자재를 이동시키기 위해 협곡 벽에 폭 1m 남짓, 협곡 바닥에서 최고 100m 높이에 이르는 좁은 통로를 냈다. 1921년 알폰소 13세 국왕이 인근 과달오르세 저수지 준공식에 참석하며 이 길을 걸었고, 그때부터 '카미니토 델 레이', 왕의 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시설이 노후화해 방치되었고, 오히려 그 아찔함 때문에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1999년과 2000년 잇단 추락사고로 결국 폐쇄되었고, 2014년 착공해 2015년 3월 안전하게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왕의 길은 현재 북쪽 아르달레스에서 출발해 남쪽 엘 초로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일방향 선형 코스로, 접근로와 잔도, 출구까지 이어지는 전체 거리는 약 7.7km이며 완주에는 보통 3~4시간이 걸린다. 과달테바댐의 여수로. 네 개의 대형 수문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100년 전 지어진 이 댐은 지금도 이 지역의 관개와 상수도, 수력발전에 쓰인다. 북쪽 입구는 아르달레스 인근, 내가 묵었던 말라가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였다. 트레킹 예약은 아침 9시. 여유 있게 경유지를 둘러볼 생각으로 새벽 4시 반에 숙소를 나섰다. 말라가에서 왕의 길까지 가는 길은 안달루시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만큼 아름다웠다. 첫 번째 경유지는 세 저수지 전망대Mirador de los Tres Embalses였다 온라인골드몽 . 투론강, 과달테바강, 과달오르세강을 막아 만든 세 저수지가 이 지. 근처에서 나란히 자리해 붙은 이름이다. 해발 486m 전망대에 오르니 시에라 데 우마의 봉우리들과 가이타네스협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은 등반가와 트레커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두 번째 경유지는 콘데 데 과달오르세 댐이었다. 유칼립투스 숲 한쪽 공터에 놓인 돌 의자, '왕의 의자Sill.n del Rey'를 만났다. 등받이에 문장과 함께 '1921'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었다. 1921년 5월 21일 알폰소 13세가 바로 이 자리에서 댐 준공 서명식을 가졌고, 그 자리에 오기 위해 지나온 길이 다름 아닌 왕의 길이었다. 협곡 벽에 매달린 그 좁은 통로를 국왕은 어떤 표정으로 걸었을까, 잠시 상상해 봤다. 나무 사이로 댐의 흰 아치가 살짝 비쳤다. 가이타네호협곡의 왕의 길. 한쪽은 바로 절벽, 반대편은 그대로 협곡 아래로 떨어진다. 난간 너머로는 강물이 초록빛으로 흐른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방문자센터 주차장에 여유롭게 차를 세웠다. 방문자센터는 태양광과 지열로 운영되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로, 왕의 길 코스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이 주차장에서 왕의 길 시작 지。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북쪽 접근로의 엘 키오스코 식당 앞에서 내렸다. 트레일 시작 지.까지는 1.5km와 2.7km,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두 길 모두 터널을 지난다. 나는 2.7km 코스를 택했다. 소나무 숲길 사이로 아이들과 함께 걷는 가족들이 보였다. 길을 걷다 나란히 늘어선 네 개의 대형 수문과 마주쳤다. 과달테바댐의 여수로였다. 이 댐은 지금도 이 지역 관개와 상수도, 수력발전에 쓰이고 있다. 강가로 내려서자 벌집처럼 구멍투성이인 거대한 절벽이 나타났다. 풍화와 침식으로 만들어진 '타포니' 지형으로, 이 절벽은 '고딕 아치Arco G.tico'라고도 불린다. 국왕이 건넌 다리 2.7km 숲길을 걸어 접근통제소에 도착했다. 옛 가이타네호 전력변전소 자리에 세워진 이곳이 왕의 길 공식 출발。이다 야마토3릴게임 . 이곳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헬멧을 받은 뒤 그룹별로 입장한다. 헬멧은 낙석 위험에 대비한 필수 장비로, 코스를 마친 후에는 남쪽 지。에서 반납한다. 내 차례가 되어 헬멧을 받았다. 안전요원이 트레킹 진행 방법을 간단하면서도 힘 있게 설명했다. 잔도 위에서는 반드시 한 줄로 걸을 것,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 서더라도 뒷사람의 진행을 막지 말 것, 그리고 한번 들어서면 중간에 되돌아 나올 수 없다는 당부였다. 그 마지막 한마디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이제부터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계단식 잔도가 협곡 벽을 타고 지그재그로 가파르게 뻗어 있다. 이 길은 엘 소토로 이어진다. 통제소를 지나 몇 걸음 걷자 협곡이 갑자기 좁아졌다. 양옆으로 회백색 석회암 절벽이 하늘을 반쯤 가리며 솟아 있었고, 그 사이로 좁은 하늘만 한 줄기 열려 있었다. 발밑으로는 목재 잔도가 절벽에 매달린 채 구불구불 이어졌다. 협곡 벽은 구간에 따라 높이가 300m를 넘고, 협곡 사이의 폭이 10m가 채 안 되는 곳도 있었다. 왕의 길의 첫 번째 절벽 구간, 가이타네호협곡Desfiladero de Gaitanejo이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오래된 댐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마주쳤다. 검게 그을린 돌벽을 타고 물줄기가 하얗게 부서지며 떨어졌다. 협곡 초입부터 풍경의 크기가 남달랐다. 잔도는 생각보다 튼튼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릴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걸음에 리듬이 붙었다. 잔도의 폭은 넉넉하지 않았고 한쪽은 바로 절벽, 반대편은 그대로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 앞사람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한 줄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높이보다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볼 때마다 협곡의 깊이가 다시 느껴졌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졌다. 오른쪽 절벽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고, 왼쪽 난간 너머로는 강물이 초록빛으로 흘렀다. 가이타네호협곡을 빠져나오자 잠시 시야가 트이며 엘 소토El Soto 구간으로 들어섰다. 모바일 바다이야기릴게임공략 두 협곡 사이에 자리한 작은 열린 공간으로, 좁고 높은 절벽길에서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엘 소토를 지나 다시 길이 좁아지면서 타호 데 라스 팔로마스Tajo de las Palomas 협곡으로 이어졌다. 협곡으로 들어서자 잔도 옆 좁은 협곡 사이에 작은 다리가 걸려 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왕의 다리(푸엔데 델 레이Puente del Rey)'였다. 1921년 5월 21일 알폰소 13세가 이 다리를 건너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엘 소토를 지나 다시 좁아지는 타호 데 라스 팔로마스협곡.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절벽 사이로 잔도가 양쪽 벽을 타고 이어진다. 왕의 다리 주변에서는 헬멧을 쓴 사람들이 수백 미터 협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왜 꼭 헬멧을 써야 하는지도 그제야 체감이 됐다. 왕의 다리를 지나 두 번째 협곡을 빠져나오자 길은 넓어진 오요계곡Valle del Hoyo으로 이어졌다. 절벽길은 소나무 숲 오솔길로 바뀌었다. 협곡 한복판에서 잠시 긴장을 놓을 수 있는 구간이었다. 길가에 선 나무 이정표에 '110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벌써 1.1km를 걸어왔다는 뜻이었다. 오솔길이 끝나갈 즈음, 양옆으로 높은 콘크리트 벽이 솟은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끝 나무 골조가 문틀처럼 서 있었다. 그 문을 지나자 다시 절벽길이 시작됐다. 가장 깊은 협곡으로 마지막 절벽 구간인 가이타네스협곡Desfiladero de los Gaitanes이 시작되었다. 협곡은 .. 더 깊고 웅장해졌다. 잔도가 절벽을 따라 끝없이 구불거렸고, 저 멀리 오래된 수로교가 협곡 사이를 잇고 있었다. 그 너머로 철도와 터널이 이어졌다. 절벽에 박힌 표지판에는 '최대 하중 10인'이라 적혀 있었다. 북쪽 접근로에 있는 엘 키오스코 식당. 이곳에서 셔틀버스를 내리고 트레일이 시작된다. 낡고 부서진 옛 잔도의 철제 구조물이 새 잔도 옆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0년 전 노동자들이 실제로 딛고 다녔던 그 흔적을 보니 지금 걷는 길이 얼마나 안전하게 다시 태어났는지 선명하게 다가왔다. 새 잔도 아래로 부서진 옛길의 판자와 철골이 그대로 매달려 있는 구간도 여러 번 지났다. 황금성오리지널 어떤 곳은 콘크리트 자체가 통째 뜯겨나가, 녹슨 철근만 앙상하게 드러난 채 그 틈으로 저 아래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반쯤 무너진 그 잔해를 내려다볼 때마다, 지금 딛고 선 이 길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역사 위에 놓여 있는지 더욱 또렷해졌다. 새 잔도 바로 아래로 옛길이 나란히 따라오는 모습은 이 길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 가운데 하나였다. 100년 전 노동자들이 실제로 딛고 다녔던 그 흔적을 보며, 지금은 튼튼한 목재 바닥과 철제 난간이 몸을 보호해 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저 부서진 콘크리트와 철골 위를 걸었다는 사실이 새삼 서늘하게 느껴졌다. 같은 절벽, 같은 높이인데 길 하나가 달라졌을 뿐이지만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완전히 달랐다. 왕의 길은 단순히 아찔한 절벽 길만이 아니었다. 수력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산업시설과 오래된 철도, 협곡의 지질, 그리고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흔적이 한 길 위에 겹쳐 있었다. 가이타네스협곡의 마지막 관문, 현수교 푸엔테 콜간테. 왕의 길에서 가장 아찔한 구간으로 꼽힌다. 유리 전망대, 발콘 데 크리스탈Balc.n de Cristal에 도착했다. 바닥 일부가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서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협곡 아래가 내려다보였다. 나도 그 위에 발을 올렸다. 투명한 바닥 아래로 아득한 낙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의외로 다리가 후들거리진 않았다. 한국에 워낙 유리 전망대가 많아서인지, 이미 익숙해진 감각이었다. 그리고 가이타네스협곡의 마지막 관문인 현수교, 푸엔테 콜간테Puente Colgante가 나타났다. 케이블에 매달린 다리가 협곡을 가로질러 건너편 절벽까지 이어졌다. 다리 중간쯤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멀리서 볼 때 넓어 보였던 강물이 가느다란 선처럼 협곡 사이를 흘렀다. 바닥이 철망으로 되어 있어 발을 디딜 때마다 그 틈으로 협곡 아래가 훤히 드러났다. 유리 전망대는 눈으로 확인하는 아찔함이었다면, 이 다리는 걸음마다 발밑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왕의 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서웠던 구간이었다. 다리를 다 건너고 나서야 뒤를 돌아봤다. 방금 전까지 발끝을 내려다보며 건너온 다리가 협곡 한가운데 매달려 있었다. 현수교를 건너와서 내려다본 협곡. 강물이 까마득히 아래로 흐른다. 다리를 건너자 계단이 이어졌다. 릴게임 바다이야기 고래 계단 옆으로 오래된 초록색 철교가 바짝 붙어 있었다. 코르도바와 말라가를 연결하기 위해 1865년 개통한 오래된 철길이었다. 가이타네스협곡을 관통하며 말라가 내륙 교통의 중요한 축이 되어온 노선이다. 당장이라도 기차가 지나갈 것 같은 그 옆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계단을 다 내려서자 회전식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 문을 통과하는 순간, 왕의 길은 끝났다. 그런데 정작 몸이 서늘해진 건 그 다음이었다. 반대편 절벽을 무심코 올려다보니, 방금 내가 걸어온 그 좁은 잔도가 까마득한 계곡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채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발아래는 끝없이 깊은 협곡, 그 위로 한 줄기 선처럼 이어진 길. 내가 저기를 걸어왔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 났다. 근처 안내판 지도에는 코르도바의 우마이야 정권에 맞선 우마르 이븐 하프순의 반란 거。이었던 보바스트로 유적지도 표시되어 있었다. 이 협곡이 1,000년 넘도록 여러 시대의 사람들을 품어온 길이라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방문자센터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주차장 한쪽 안내판에는 이 일대에 서식하는 이베리아 야생염소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갈라진 발굽과 탄력 있는 발바닥으로 험준한 바위 지형을 자유롭게 오르내린다는 설명을 읽으며, 오늘 하루 내가 어렵게 건넌 협곡을 이 염소들은 아무렇지 않게 누비고 다닐 거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주차장을 나서며 뒤돌아본 협곡은 아침의 낯선 얼굴과는 또 달랐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저 좁은 길 위에서 발밑을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는데, 이제는 그 전체 윤곽이 산줄기 하나로 담담하게 보였다. 원래 목적지는 모로코였다. '왕의 길'은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여정 중에 만난 뜻밖의 작은 선물이었다. 여행이란 늘 그렇게, 예정에 없던 길에서 완성되는 건지도 모른다. 왕의 길 정보 예약 공식 홈페이지: caminitodelrey.info 주차장 방문자센터 주차장 이용 가능 주차요금 1일 2유로. 입장 예약 과정에서 함께 예약하거나, 잔여 공간이 있으면 현장 이용 가능 셔틀버스 방문자센터·북쪽 접근로·남쪽 엘 초로를 연결. 요금 1인 2.50유로. 운행시간 오전 7시 40분~오후 8시. 소요시간 약 15~20분. 현장 결제는 현금만 가능, 카드 결제 불가 당일 동일 티켓으로 양방향 이용 가능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왕의 길은 현재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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