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의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패소한 뒤 판정 취소를 신청했으나, 다시 패소했다.
정부는 지난 12일(한국 시각) 중국인 민펑전씨가 2020년 8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한 ISDS 사건의 판정 취소 절차에서 정부 승소(청구인 취소신청 전부 기각) 결정을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베이징 화푸빌딩 인수하려 우리은행서 대출받아 불법적 투자
이 사건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국적의 동포 민펑전(한국명 민봉진)씨는 2007년 한국에 백익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해 중국 베이징 도심에 있는 화푸빌딩을 인수하겠다며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3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지급 보증을 서고,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1500억원, KB국민은행이 2300억원을 빌려줬다. 백익은 중천광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빌딩을 매입했다.
화푸빌딩은 베이징 둥청구 자금성 인근에 있다. 지하 3층, 지상 25층 규모다. 기존에는 JP모건이 주주로 있던 홍콩의 CCP라는 투자회사가 중천광업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설정한 담보가 부동산이 아닌 중천광업의 지분이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이 부동산이 담보로 설정돼 있어야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중천광업의 지분만 가지고서는 중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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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생명과 국민은행은 대출 부실을 우려해 우리은행 측에 채권 인수를 요청했고, 우리은행은 2009~2010년에 3800억원의 채권을 인수했다.
그 뒤 민씨가 대출 상환에 실패하자, 우리은행은 담보권을 실행해 민씨의 주식을 외국 회사에 매각했다. 민씨는 담보권 실행이 부당하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패소했다. 민씨는 대출을 받으려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대가를 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2017년 3월 징역 6년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그러자 민씨는 우리은행의 담보권 실행과 민사법원 판결이 위법한 수용에 해당하며, 민·형사 소송에서 법원의 판결과 수사기관의 수사 등이 투자협정상 사법거부 및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ISDS를 제기했다. 최초 청구액은 약 2조원이었고, 최종 청구액은 약 2641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민씨의 투자는 불법적 투자이므로, 한·중 투자협정상 보호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행위는 대한민국에 귀속되지 않는다 ▲법원의 판단과 수사기관의 수사 등은 적법하다 등의 취지로 반박했다.
특히 ‘불법적 투자’ 부분에 대해 민씨의 백익 설립과 주식 취득은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금품을 공여하고 대출을 받아 화푸빌딩을 구매하기 위한 불법적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며, 대한민국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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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판정부는 2024년 5월 31일 한국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민국 전부 승소 판정을 선고했다. 중재판정부는 민씨 측에 우리 정부의 법률 비용과 중재 비용 등 약 49억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정부 “민씨 2차 중재 가능성도 원천 차단”
그 뒤 민씨는 같은 해 9월 28일 ICSID에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민씨는 “백익 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했는데, 원 판정부는 한·중 투자협정과 국내법을 잘못 해석·적용해 ‘불법 투자’로 보아 관할권을 부당하게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민씨는 취소절차를 ‘항소’ 제도로 오용하고 있고, 원 판정에는 취소 사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ICSID 취소위원회는 2년여 만인 지난 12일 “청구인(민씨)의 신청을 전부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민씨가 백익을 설립할 당시 주식을 위법한 대출 조달 계획에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과정에 잘못(권한유월)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취소위원회는 민씨에게 한국 정부가 취소절차 소송에 쓴 비용 15억원을 전부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사건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신에 대한 한국의 민·형사 사법 절차와 결과가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건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청구인의 2차 중재 가능성도 원천 차단했다”며 “원 중재와 취소 절차에서 모두 완승해,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투자협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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