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국전력과 협력해 1일부터 '스마트가전 캐시백'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삼성전자
냉장고와 세탁기, TV를 만들어 한 번 팔면 끝이던 가전업체들의 장사법이 바뀌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멀쩡한 가전을 오래 쓰면서 교체를 미루는 데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까지 파고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매 부담을 낮추는 구독부터 전기료·수리비 절감 서비스까지 내놓는 한편,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회수해 원가를 낮추는 데까지 나서고 있다.
국내 가전 시장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제품의 보급이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원자재와 물류비, 관세 등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비용도 변수다. LG전자 가전 사업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가와 관세 부담에 대응한 비용 효율화를 주요 과제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역시 업체 간 경쟁 속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다.
◇가정 생활비까지 줄여주는 경쟁 시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독이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정수기 등 가전 구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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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도 ‘AI 구독 클럽’을 통해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월 단위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상품은 최대 72개월(6년)까지 비용을 나눠 낼 수 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초기 가격 부담 때문에 구매를 미루던 소비자들의 구매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을 산 뒤 들어가는 생활비까지 줄여주는 경쟁도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한국전력과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사용하면 전기 요금을 돌려주는 ‘스마트 가전 캐시백’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예컨대 사용 전력 1kWh(킬로와트시)당 100원, 시간당 최대 300원을 요금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전기를 덜 먹는 가전’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가전’으로 한 단계 넘어가는 것이다.
수리비 절감도 판매 전략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구독 상품에 무상 수리, 세척, 필터 교체 등 관리 서비스를 결합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 가격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들어갈 전기료와 수리비까지 따지면서 ‘총비용’을 낮춰야 가전을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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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원가 줄이기 위해 희토류 재활용까지
업체들이 직접 부담하는 원가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전자는 폐가전에서 희토류 영구 자석을 분리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시범 사업을 통해 연간 약 4만대의 폐가전에서 1.6톤 규모의 희토류 영구 자석을 회수할 계획이다. 기존 철·구리 중심 재활용에서 전기차와 로봇, 고효율 모터 등에 쓰이는 값비싼 희토류까지 회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2030년까지 전 모바일 제품의 주요 모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재활용 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새 원료 구매 부담까지 낮추려는 전략이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이런 변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과거 TV와 청소기 등 저렴한 소형 가전에 머물렀던 중국 브랜드가 냉장고와 세탁·건조기 등 대형·프리미엄 제품까지 올라오면서 성능만으로는 맞서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성숙한 내수 시장과 고물가, 중국 가전의 추격까지 겹치면서 제품의 구매부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비용과 수익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마른수건 짜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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