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창완은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6'에 초대된 데 대해 "나를 조율하고 적응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이 공연을 어떻게 보는가, 그 자체로 컨템퍼러리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추억이 아름다워 봐야 오늘만 하겠어요?"
가수 김창완(72)은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펼쳐진 '김창완밴드 온 싱크 넥스트(on Sync Next) 26' 이틀째 공연을 이렇게 열었다. 형제들과 함께한 록 밴드 산울림 활동으로 시작해 내년 데뷔 50주년을 맞는 그에게 과거는 소중하지만, 그곳에 머물 수는 없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언제나 현재다. 올봄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6' 제작발표회에서 "나도 몰랐던 내 현재성을 깨우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김창완은 이날 공연에서도 "(추억을) 이고 지고 살 수는 없다"며 "오늘 행복한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십 년 동안 부른 남루한 노래/ 소매가 나달나달하고 단추가 떨어지고'로 시작되는 자작시 '내 노래'를 낭독하고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 노래는 안 늙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K팝 이전의 정서적 원형을 보여주는 무대로서 마련된 28, 29일 김창완밴드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공연은 후배 가수 하현상이 오프닝을 장식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 직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창완은 정작 전날 열린 첫 공연을 떠올리며 만만치 않은 '현재성'에 대해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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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를 아는 관객이 별로 없어 "완전히 삐쳤다"며 "관객과 '싱크(동기화)'되려면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보가 빨리 전달되는 요즘이지만 마음에 심어지고 감동과 반응이 꽃처럼 피기까지는 100번은 들려줘야 한다"며 "개인 휴대폰 안에도 수만 곡이 들어 있는 시대니 100번 듣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고도 했다.
다만 김창완이 말하는 '싱크'는 젊은 음악을 억지로 따라잡는 일이 아니다. 그는 "세대 간의 싱크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와의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추억을 파먹으며" 살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있는 데서 생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완이 29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온 싱크 넥스트 26' 공연에서 기타 연주에 몰입해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기술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시대, 김창완은 오히려 음악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음악을 손쉽게 만들어내고 K팝이 하나의 거대한 장르나 규격처럼 소비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AI는 악마"라며 "드라마에서 추기경을 연기 중이라 그런 대사가 나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음악과 인간의 감성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이 엄청난 세계로 바뀌어 있다고 착각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K팝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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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K팝이 하나의 장르로 불리고 한국의 예술적 평가로 취급되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K팝이 외국인이나 타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데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더 마음을 담은 음악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미래 세대가 문학의 향기를 잃을까 봐 걱정된다"며 "존 케이지, 백남준이 잊히고 AI가 만들어주는 게 다인 줄 알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회를 찾았다가 감동해 직접 그림을 그려 기획사에 선물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런 김창완에게 음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일이다. 김창완밴드 결성 18년 만에 밴드 완전체로는 11월 일본에서 처음 여는 공연을 앞두고 직접 쓴 인사말에도 이런 생각이 담겼다. "음악은 혹시 마음과 마음 사이에 놓이는 다리가 아닐까요."
내년 산울림 데뷔 50주년을 맞아서도 그는 과거를 기념하는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요양원과 경로당, 어린이집, 청소년 시설 등을 찾아 연중 무료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누군가 지어준 자신의 호를 앞세운 '성암(聲巖) 음악회'라는 제목도 정해뒀다. 50년 동안 자신을 챙겨주고 응원해 준 옛 팬들을 두고 그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의 초석을 놓으신 분들"이라고 했다.
김창완은 "(내가) 소명의식을 가질까 봐 걱정한다"며 음악가에게 거창한 사명감을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며 '행복한 공연'을 거듭 강조했다. 29일 공연의 마지막 곡은 산울림의 '개구쟁이'였다. 객석에서는 떼창과 박수가 이어졌다. '개구쟁이'를 한껏 목청 높여 길게 뽑아내는 김창완의 얼굴에도 행복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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