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옥상녹화 조성지. 고온·건조한 환경에 강한 식물을 인공토양에 심어 여름철 건물 표면 온도 상승을 완화해준다. 한국도시녹화 제공
"이달 초 극한 폭염이 한창일 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옥상에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올라갔습니다. 놀랍게도 옥상 표면 온도가 78도까지 치솟았어요. 손도 못 댈 정도였죠. 그런데 인공토양에 식물을 심어 옥상녹화를 조성한 곳은 54도에 머물렀습니다."
김철민 한국도시녹화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옥상정원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같은 일화를 전했다. 2004년에 설립된 한국도시녹화는 서울 DDP를 비롯해 대법원, 헌법재판소, 성동구의회 등 지자체·공공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옥상녹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김 대표는 "서울처럼 지상에 새로운 녹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도시는 기존 건축물의 옥상이나 벽면 등 활용하지 못했던 공간을 녹지로 전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건물과 포장도로로 덮인 도시에서 새로운 공원을 조성하려면 막대한 토지와 비용이 필요해 지상 녹지 확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옥상정원은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로 발생하는 도시 환경 문제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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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DDP 사례처럼 건축물 표면을 식물과 토양으로 덮으면 건물로 전달되는 열을 줄여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빗물을 흡수·저장해 천천히 배출함으로써 홍수 예방에도 기여한다.
김철민 한국도시녹화 대표
DDP 옥상에는 금강기린초, 섬기린초 등 세덤(sedum)류의 다육식물이 식재됐다. 고온·건조한 환경에 강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며 토심이 낮아도 생존력이 뛰어난 식물들이다. 광반사율도 높아 열섬 완화 효과도 크다. 1만㎡ 규모의 DDP 옥상에는 토양층 8㎝, 가로·세로 각각 50㎝ 크기의 모듈형 유닛 약 4만개가 설치됐다. 이를 통해 최대 125t의 빗물을 일시 저장해 시간당 30㎜의 비가 내릴 때 배수시설로 유입되기까지 25분가량을 늦출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옥상녹지는 열을 낮추고 빗물을 저장하는 기능뿐 아니라 새나 곤충과 같은 도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서식처가 된다"고 했다. 이어 "도시 곳곳에 작은 녹지를 만들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옥상은 도시의 녹색 네트워크를 만드는 핵심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건축물과 식물이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주안.을 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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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가장 먼저 건축물의 구조와 하중을 고려해야 하고, 그다음으로 방수·방근·배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양은 가벼우면서도 식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어야 하고, 물을 적절히 저장하면서도 과도한 수분은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석탄재를 재활용해 자연토 대비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 친환경 인공경량토양(K-Soil)을 사용하고 있다. 식물 역시 강한 햇빛과 바람, 건조한 환경, 겨울철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종으로 선택한다.
김 대표는 "좋은 옥상정원은 도심 속 일상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실제 이용과 체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건물 위에 조성되는지, 이용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디자인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옥상정원은 법관들이 업무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색할 수 있도록 공간으로 구성했다. 반면 이대목동병원의 옥상정원은 환자·의료진·보호자 등이 방문한다는 .을 고려해 배리어프리 동선과 치유 기능, 공연·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김 대표는 "서울에는 아직 녹지로 활용하지 않은 공간이 많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에 자연의 기능을 되돌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옥상정원 하나가 도시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수많은 옥상이 정원이 된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과 환경은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방에도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