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거창 양민학살사건 추모 공원.
“전쟁 당시 학살 사건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생애 마지막 소원입니다.”
5.18 비하 마케팅으로 공분을 산 스타벅스 사태에 정치권도 가세하며 5.18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가폭력 사안을 엄중히 다루겠다고 밝힌 올해 과거사 관련 논의와 관심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75년 전 6.25 전쟁 당시 있었던 국가폭력 사건인 ‘거창·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에는 관심이 가 닿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수십년째 국가 책임과 배상, 보상을 요구 중이지만 유족들의 목소리는 국회나 정부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거창·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은 6.25 전쟁 당시인 1951년 2월 국군 제11사단이 지리산 일대의 북한 인민군과 빨치산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거창 지역 주민 719명, 산청·함양 지역 주민 705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1996년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돼 희생자 유족 인정, 추모공원 설립 등은 이뤄졌으나, 법안에 보상이나 배상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유족들이 별다른 보상과 배상을 받지 못했다.
2004년엔 배상금 지급 규정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됐으나 고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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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 매 국회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계류되거나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 16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발의된 배,보상 관련 법안만 16건이다. 22대 국회에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상안과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보상안이 각각 계류 중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당 모두에서 관심도가 높진 않은 상황”이라며 거창·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배·보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예산 문제’다. 신성범 의원실에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거창 사건 등 배·보상 법안 관련 자료를 보면, 행안부는 “배·보상금 지급 시 상당한 규모의 국가재정이 수반될 것이 예상돼 사회적 공감대 및 재정 당국과의 협의 선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신성범 의원 측에 “보상과 관련해 1000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듯 해 예산 당국과 긴밀히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신성범 의원실 관계자는 “제주 4.3 사건은 1조원 가까이 보상금이 나가고 있다”며 “마땅한 과거사 보상에 대한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이재명 정권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제주 4·3과 관련해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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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오찬에서도 “해방 이후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에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 대통령이 국가폭력 사안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보상에 의지가 있는만큼 ‘거창·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에도 동등한 잣대로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거창 사건 유족회장 이성열(72)씨는 “왜 우리만 안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며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가 마땅한 사과와 책임을 지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9살이던 1951년 2월 산청 지역에서 일어난 학살로 아버지를 잃은 송진현(84)씨도 “이제 기다릴 시간도 더 남지 않았다”며 현재 계류돼 있는 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되는 것이 생애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한편 배 보상 문제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과거사 관련 유족들은 ‘거창·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 유족들뿐만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충북 지역에서 일어난 양민 학살 사건인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유족들도 배·보상의 법적 근거 마련을 기다리고 있다.
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 등의 피해 보상 규정을 담은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은 “20명 남짓 남은 유족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번 정부에서 꼭 보상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산청 지역에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