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은 다음 달 27일까지 중견 작가 차명희 초대전 '.·선-감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40여 년간 자연을 화두로 독자적인 추상회화를 구축해 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자리다. 차 작가에게 자연은 눈으로 바라보고, 재현해야 할 풍경이 아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와 바람이 스치는 촉감까지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에 가깝다.
차 작가는 선(線)과 .(點)으로 화면을 지배한다. 선은 바람, 대지, 물과 같은 자연의 궤적을 그리며 화면 위를 대범하게 가로지르고 굽이친다. 악보 위의 스타카토를 연상케 하는 .들은 대자연의 원시성과 역동감을 자아낸다.
그런 감각은 '비 개인 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크릴과 목탄으로 채운 고요한 회백색 화면 위를 불규칙한 무채색 선들이 뒤흔든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선과 흔적은 복잡하게 뒤엉킨다. 비가 멎은 뒤 땅에서 피어나는 수증기일 수도, 바람에 흔들리는 풀숲일 수도 있다. 무엇을 그렸는지 명확히 규정하기보다 관람객의 기억 속 자연을 불러낸다.
'그 너머…'에서는 풍경이 더욱 해체된다. 회색 바탕 위에 넓은 붓질과 사각의 면이 층층이 겹치고 검고 흰 물감이 그 사이를 흘러내린다. 산과 물 같은 익숙한 풍경의 요소는 사라졌지만 겹쳐진 면과 빈 공간은 오히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만들어낸다. 다른 작품에서는 짙은 붓질 몇 개가 수평으로 길게 누워 수면이나 능선을 떠올리게 한다. 적게 그릴수록 화면 너머의 공간은 깊어진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올해 제작한 'work-2608-5'에서는 선의 움직임이 한층 거칠다. 화면 한쪽에 검은 덩어리가 응축되고, 그곳에서 뻗어 나온 선이 방향을 바꾸며 화면 곳곳을 질주한다. 계획된 흔적과 우연히 생긴 흔적이 뒤섞이면서 긴장과 이완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전시 제목의 '감각'은 결국 자연을 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 속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과 선이 서로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거리이자 보이지 않는 바람과 물이 지나가는 자리다. 차명희의 풍경 앞에서는 무엇을 그렸는지 찾아내려 애쓰기보다 선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사라지는지를 천천히 따라가는 편이 좋다. 눈으로 시작한 감상이 어느 순간 바람과 소리, 기억의 감각으로 옮겨간다.
견 작가 차명희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