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포스터 중 일부. 중국과 함께 대만 국가명이 영어로 표시돼 있다.
오는 5일 개막하는 국제 미술전인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대만관(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 때문에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 휘말렸다.
여러 국가와 기관이 참여한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참여 주체 표기에 국가 이름 대신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을 썼다가 벌어진 일이다. 대만 측 항의에 ‘타이완’으로 명칭을 바꾸자, 이번엔 중국 측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측은 지난 달 28일 전시회 개막을 일주일여 앞두고 작품 설치를 중단한 채 현장에서 철수하는 등 행사 보이콧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국제적인 행사가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본전시와 별도로 해외 미술·문화 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국립대만미술관도 이 가운데 하나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에 따르면, 양측은 전시 준비 단계부터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 각종 홍보물에 ‘대만 파빌리온’ 대신 ‘NTMoFA 파빌리온’으로 표기한 것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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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참여 작가와 큐레이터 10명은 지난달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를 ‘정치적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이라는 이름을 삭제한 것은 참가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관한 표현의 자유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단은 올해 파빌리온 참여 주체를 국가와 기관으로 구분했으며, 지난 1월 체결한 협약 당사자가 NTMoFA인 만큼 해당 기관명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재단 관계자는 “중국 측이 대만 명칭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대만 쪽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행사가 다가오면서 대만 문화부도 ‘대만관’ 명칭을 되돌리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광주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국내외 작가·기획자들도 명칭 복원을 요구했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와 큐레이터 36명은 올해 광주비엔날레 슬로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비튼 ‘너는 네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결국 재단은 지난 25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대만 파빌리온’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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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와 공식 홍보물에도 ‘타이완’이라는 명칭을 다시 넣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국제 행사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시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7일 광주를 직접 찾아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 파빌리온’ 명칭 사용에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비엔날레 측은 “지난 주말(29~30일) 중국 파빌리온을 이끄는 중국문화원으로부터 대만관 명칭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시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28일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작품을 설치하던 중국 측 전시 인력이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난 것이다. 31일 현재까지 설치 작업은 재개되지 않았으며, 중국 작가들은 입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관이 5일 예정대로 개막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광주시는 31일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는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에 따라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대만 파빌리온’ 명칭 사용이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중국과의 우호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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