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동 작 ‘~이니, ~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나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해석이나 메시지를 한 번 더 돌아보도록 강조하는 것에 가깝다. ‘감각의 밑줄’은 말 그대로 감각에 주의력을 집중시키는 예술적 태도다.
우리미학연구회가 오는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감각의 밑줄-머묾의 자리’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0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업 세계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온 감각의 자리를 4개의 부스로 구성해 선보인다.
각 부스는 완성된 작품만을 제시하는 공간이 아닌, 과정 중심의 전시 공간이다. 머묾의 태도가 각 작가에 따라 어떠한 감각과 형식으로 전환되는지 그 과정을 담아냈다.
밑줄은 텍스트를 설명하거나 장식하기 위한 기호가 아니다. 읽으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시선을 잡아 ‘다시 보게’ 만들며, 동시에 감각이 작동하는 지.에 머무르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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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예술가가 하나의 대상·재료·이미지·질문 앞에 오랜 시간 머물며 감각을 조율해 온 시간의 흔적을 나타내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감각에 그어진 밑줄을 통해 흘러가던 흐름을 잠시 멈추고 작가들이 그랬듯 관찰과 응시,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이 과정을 통해 전시는 작가에게서 관람객들에게 시간을 넘겨 그들이 자신의 세계 안에서 다시 사유할 수 있도록 시간적 공간을 열어준다.
▲ 김선옥 작 ‘인생여희(人生如戱)_Wonder woman’
‘머묾’의 의미도 재구성된다. 머묾은 뒤처지거나 느림이 아니며, 정서적 집착이나 과거에 대한 회상과도 거리가 멀다. 전시는 머묾의 자리를 시간 속에서 형성된 감각의 자리로 본다. 즉, 작가가 자신의 작업 세계 안에서 오랫동안 감각을 다듬어 온 지。이다. 그 지。이 있기까지 촉박하게 짧은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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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과정 끝에 만들어진 자리는 일상일 수도, 자연일 수도, 물성이나 형식, 기억과 신체일 수도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 활동은 목적이나 성과와는 무관하다. 그저 감각이 충분히 형성될 때까지 ‘머물며’ 자리를 지키는 태도다. 이는 끈기나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며, 예술가는 멈춰있는 시간 속에서 사소한 변화와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그 안에서 작업의 본질을 발견한다.
김기동·김명숙·김병호·김선옥·김은애·김현숙·백은주·이희숙·조미행·조영순 등 10명의 참여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구축해 온 머묾의 자리는 단일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감각이 깊어지는 장소라는 。에서 맞닿아 있다.
머묾의 자리 안에 존재하는 감각에 밑줄을 긋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예술 앞에 멈춰서서 머물수록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이다. 감각은 머물 때 깊어지고, 예술은 그 머묾 속에서 비로소 세계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신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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