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다음달쯤 ‘보건의료 국가대표기술 30선’을 선정한다. 국가적 보건의료 난제 해결에 기여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발굴해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 명단에 꼭 이름을 올려야 할 기술 중 하나로 척추내시경수술이 제시됐다. 대한척추내시경수술연구회(KOSESS) 회장인 이동찬 안양윌스기념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사진)은 28일 “단일공내시경척추수술(FESS)과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UBE)로 대표되는 척추내시경수술 분야는 국제 계량서지학 연구에서 이미 ‘세계의 중심은 한국’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몇 안 되는 외과술기 중 하나”라고 밝혔다.
척추내시경수술은 작은 절개로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넣어 탈출된 디스크(추간판)나 좁아진 척추관을 치료하는 최소침습 수술로,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등에 적용하며 단방향 또는 양방향 방식으로 시행된다.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편이어서, 개원가뿐 아니라 근래엔 대학병원에서도 수술법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2022년 국제학술지(Orthopaedic Surgery)에 실린 양방향척추내시경 수술 분야 계량서지학 분석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1년 3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관련 논문 74편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발표된 논문이 전체의 82.4%(61편)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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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연구 영향력을 나타내는 ‘H-지수’에서도 한국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H-지수는 특정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 수와 다른 연구자들에게 인용된 횟수를 고려해 그 연구자의 학문적 영향력 및 생산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수치 지표다. 연구진은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의 세계적 중심이 한국에 있다”고 평가했다.
기관별 분석 결과도 눈길을 끈다. 윌스기념병원은 관련 논문 12편을 발표해 세계 연구기관 중 공동 1위에 올랐다. 대학병원이 아닌, 지역의 척추전문병원(4회 연속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략 있는 연구기관으로 꼽힌 것이다.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양방향내시경척추수술 논문 10편’의 순위다. 이 가운데 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 1, 2, 5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인용된 해당 분야 논문 상위권 5편 중 3편이 이 병원에서 나온 것이다.
윌스기념병원 연구진은 2016년 양방향내시경감압술을 세계 최초로 학술지에 보고한 데 이어 2017년에는 경피적 양방향내시경 이용 요추체간유합술(UBE)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 양방향내시경척추수술연구회를 대표해 발표됐는데, 이는 한국 연구진이 이 분야의 국제 연구 교류를 주도해 왔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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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에도 양방향내시경 수술이 협착증 환자에게 현미경 수술만큼 충분한 감압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한 전향적 대조군 연구(2018년), 수술 후 회복을 앞당기는 ‘ERAS’ 프로토콜 연구(2019년)도 발표했다.
이 회장 역시 2016년부터 디스크 내시경 수술 치료 전략, 최소침습 수술법간 비용 효과 분석, 경추 내시경 신경공확장술 등 다수의 국제 학술지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임상 근거 축적에 기여해 왔다. 이런 임상·연구 역량은 이 회장의 지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대한척추내시경수술연구회 8대 회장에 추대된 뒤, 더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척추내시경수술을 국내외에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2021년에는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에 대한 세계 교과서 집필에도 저자로 참여했다. 올해 2월엔 교과서 2판이 출판됐는데, 수원윌스기념병원 박춘근 이사장도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국내 척추내시경 분야는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앞서가는 수준”이라며 “국내 기술이 전 세계로 나아가는 표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 의료진이 한국의 척추내시경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발판 삼아 한국이 ‘국제사회의 허브이자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척추내시경수술 분야가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만큼,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한국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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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국가대표기술 30선은 시장 창출, 기술 초격차, 현장 현안, 난제 극복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전략기술을 선정한다. 이 회장은 “국내 척추내시경 분야는 4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국제 계량서지학 데이터로 증명된 기술 초격차 분야이며 국제학술대회를 통한 해외 의료진 유치와 로봇 결합수술로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시대 척추질환 급증이라는 현장 현안에 대응하며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치료 난제 해결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이 회장은 단언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이후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초격차 기술’을 논할 때 척추내시경수술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에선 척추내시경수술에 대한 제도적 장벽이 여전한 상황”이라는 이 회장은 “척추내시경수술의 현실을 반영한 건강보험 기준 개정 등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임상·연구 역량에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더해져야 산업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한척추내시경수술연구회는 2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2026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 국내외 의료진이 참여해 아시아 각국의 척추내시경기술과 임상 결과를 비교하고 공유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활발한 학술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 척추내시경수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나아가 세계 척추내시경수술 발전에 기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피적 양방향내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