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수 제주한경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교회 마당에 설치된 트램펄린 안에 앉아 웃고 있다.
“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제주 아이들은 그네 하나에도 기뻐합니다. 작년부터 아내와 방방 설치를 놓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박동수(45) 제주한경교회 목사가 서울 송파구 좋은나무교회(이강우 목사)에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어린이 전도를 원하는 교회에 트램펄린, 일명 ‘방방’ 설치를 돕는다는 소식을 듣고 쓴 것이었다.
제주 서쪽 한경면에는 아이들이 방과 후 모여 놀 곳이 마땅치 않았다. 교회 마당에 그네 하나를 달자 아이들이 날마다 찾아왔다. 한 명씩 열 번을 밀어주고 차례를 바꿨지만 그네 하나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웃 판포교회에 트램펄린이 있었으나 아이들 걸음으로는 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트램펄린을 마련하기엔 교회 형편으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내와 1년가량 기도하던 중 판포교회 목사가 해당 소식을 전했다. 박 목사의 진심 어린 네 장의 편지를 받은 좋은나무교회 성도들은 지난해 제주로 건너와 그에게 기도응답을 전했다.
지난 16일 제주한경교회를 찾았을 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장 밖까지 넘어왔다. “그래, 5분만 더 타고 가자.” 어머니들은 아이의 .프 한 번에 귀가 시간을 미뤘다. 아이들의 절반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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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는 “교회에 다니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환영받고 서로 어울리며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당에 아이들이 놀 자리가 생겼다면 예배당에는 청소년들이 합주할 자리가 생겼다. 2024년 또래들이 스스로 꾸린 찬양팀 ‘엘워리어(L.W Worship) 워십’이다. 연습할 장소와 악기가 부족했던 이들에게 박 목사는 교회를 내어주고 중고 악기 등 필요한 장비를 하나씩 채웠다.
박 목사가 아이들에게 이토록 마음을 쏟는 데는 교회학교 교사 시절의 경험이 있다. 어릴 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올라가 교회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찾아가도 좀처럼 열리지 않는 마음들도 있었다. 그 역시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돌아서더라도 누군가는 끝까지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 그 마음이 그를 목회자의 길로 이끌었다. “방황하는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가 2022년 12월 부임한 한경교회는 성도 대부분이 60~90대로 교회학교가 운영을 멈춘 지 10년이 지난 때였다. 박 목사는 이듬해 3월 교회학교를 다시 열었다. 지금은 어린이 16명과 청소년 2명이 꾸준히 예배에 나온다. 전체 교인 77명 가운데 오분의 일 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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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 교사들은 목요일이면 인근 신창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교회로 초대한다. 지난해 3월부터 동역하는 김혜윤(29) 파송 선교사는 평일 피아노 교실을 운영하고 육지의 파송 교회 청년들이 방학마다 영어캠프를 열도록 연결한다. 교회학교 신앙교육은 부모와 함께하는 큐티와 가정예배에 무게를 둔다. 아이들의 신앙이 가정에서도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엘워리어 워십팀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박 목사의 맏딸 박드림(21)씨는 고3이 되던 해 또래들과 팀을 꾸렸다. 제주에는 청소년들이 참여할 정기적인 찬양집회가 드물었다. 각자의 재능으로 그런 예배를 직접 세워보고 싶었다. 권유나 강요가 아닌 이들이 직접 하고 싶어 만들어진 팀이었다.
‘빛의 전사, 하나님의 전사’라는 이름 아래 대학생 두 명과 청소년 등 10여명이 주말마다 한두 차례 모인다. 일상을 나누고 큐티한 뒤 합주한다. 운영은 아이들 몫이다. 박 목사는 말씀사경회를 열고 찬양집회에 동행하며 찬양 인도 요청이 오면 팀을 연결한다. 연주 실력에 앞서 누구를 향해 찬양하는지 알도록 가르친다.
이들이 예배로 전하고 싶은 것은 ‘생명’이다. 드림씨는 “청소년들이 찬양의 기쁨과 삶의 소망, 꿈을 발견할 수 있는 예배를 함께 드리고 싶다”며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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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에겐 제주 목회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도 있다. 한경과 대정 지역의 목사 네 가정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모여 서로의 사정을 듣고 기도한다. 친족과 이웃의 유대가 깊은 ‘괸당’ 문화에서는 외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 전도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료들도 현지 주민이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주민들에게 다가갈 길을 함께 고민한다.
제주한경교회 마당의 트램펄린에 누워 쉬는 아이들. 김혜윤 선교사 제공
그러나 젊은 부모와 아이들에게선 희망을 본다. 기성세대와는 생활방식이 다르고 자녀가 교회에 오는 데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머물 곳은 여전히 부족하기에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교회를 꿈꾸고 있다.
성도들은 지난 3년간 약 8000만원을 모으고 마당 한편에 부지를 마련했다. 내년에는 무료 키즈카페 및 상담·부모교육 공간의 설계와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재정은 더 필요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은 구체적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놀이교실,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패밀리 캠핑데이 등이다. 청년과 젊은 부부에게도 공간을 열어 이곳에 정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아이들이 교회에서 사랑받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회복되며, 젊은 가정들이 교회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박 목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날도 마당을 채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에게 다시 기도할 힘이자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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