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를 고온·고압으로 가공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액체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대나무를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수송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14일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연구소(WPI)는 화학공학과 연구진이 대나무를 액체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의 경제성과 환경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서스테이너블 에너지 앤드 퓨얼스(Sustainable Energy & Fuel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실제 대나무를 바이오 원유로 만들어 전환 효율을 측정하고, 이를 대규모로 생산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함께 분석했다.
고온고압 환경에서 대나무를 '바이오 원유'로
연구진이 활용한 기술은 '수열액화(HTL)'다. 대나무를 약 300℃의 고온과 100기압의 고압 환경에 넣어 액체 형태의 '바이오 원유'로 바꾸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거대한 압력밥솥과 비슷한 환경에서 대나무를 분해해 기름 성분을 얻는 셈이다.
다만 대나무에서 곧바로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 휘발유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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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바이오 원유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정제해 휘발유나 다른 액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한다.
수열액화를 이용한 바이오 원유 생산 자체는 기존에도 연구돼 왔다. 다만 콩이나 옥수수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 석유계 연료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대나무가 이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원료가 될 것으로 봤다. 대나무는 빠르게 자라는 데다 척박한 땅에서도 재배할 수 있어 원료 확보에 필요한 비용과 토지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생산하면 리터당 약 900원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연구진은 기술이 충분히 성숙해 대규모 상업 생산이 이뤄질 경우 대나무 기반 연료의 생산비가 휘발유 1갤런과 같은 에너지를 내는 양을 기준으로 약 2.75달러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단순 환산하면 휘발유 에너지 기준 리터당 900원 안팎이다.
대나무를 바이오 원유로 전환하는 데 활용되는 반응기 장비. WPI
다만 이는 주유소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판매 가격이 아니라, 연료 생산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비용 등을 반영한 생산 단계의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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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활용 측면에서도 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현재 생산하는 옥수수 에탄올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대나무 기반 연료로 만들 경우 필요한 경작지는 기존 옥수수 재배 면적의 약 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석유계 디젤의 26분의 1
환경 측면에서도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나무 재배부터 연료 생산과 사용까지 모든 과정을 따져본 결과, 대나무 기반 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에너지 1메가줄(MJ)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기준 3.5g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는 기존 석유계 디젤 연료의 약 26분의 1에 해당한다.
대나무는 지상부뿐 아니라 땅속 뿌리줄기에도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한다. 여기에 다른 바이오매스보다 바이오 원유로 전환되는 효율도 높아 전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항공기와 대형 화물차처럼 배터리만으로 완전히 전기화하기 어려운 운송 수단에서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클 팀코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진다면 대나무는 대규모 저탄소 액체 연료를 생산하는 유력한 원료가 될 수 있다"며 "대형 운송 수단과 항공 연료 공급망처럼 전기화하기 어려운 분야의 탈탄소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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