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베이조스와 아마존에 대해 격노한 것이 못해도 20번은 될 거라 하더군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지 1년쯤 지난 2018년 3월 워싱턴포스트(WP)의 백악관 출입기자는 백악관의 취재원에게 이 같은 말을 들었다. WP의 비판적 보도에 심기가 뒤틀린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을 공격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던 때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WP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는 대통령의 공개 비난으로 인한 아마존 주가 급락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WP 편집국에 “내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면서 자신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할 일을 하라”고 했다. 취임 직후 언론과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우리는 정부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했던 마틴 배런 WP 편집국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배런은 2001년 미 일간지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재직 당시 가톨릭교회의 상습적 아동 성추행을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킨 언론인이다. 이 일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극화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3년 WP로 옮긴 배런은 2021년 은퇴하기까지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베이조스와 함께 WP의 전성기를 이끌며 한때 뉴욕타임스를 넘어 월간 구독자 수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정치는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마틴 배런 지음·전미영 옮김·위즈덤하우스 발행·732쪽·3만2,000원
‘정치는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는 배런이 WP에 재직하며 권력에 맞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분투했던 기록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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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록 수준의 후일담이 아니라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치 권력에 맞서 한 신문사와 사주가 어떻게 저널리즘 정신을 지키려 했는지 기록한 징비록이다.
저자는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 에드워드 스노든의 기밀문서 공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 팬데믹, 미투 운동, 조지 플로이드 사건 그리고 2020년 국회의사당 폭동까지, 편집국장으로서 진두지휘했던 주요 사건의 취재, 보도를 둘러싼 의사결정, 그 과정에서 직면한 외압 등 치열한 뉴스 제작 현장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한다. 한국판 서문에는 자신의 은퇴 이후 친트럼프 행보를 보이는 베이조스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WP와 나라를 위해 “그가 용기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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