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도, 줄거리도, 긴 대사도 없는 연극 ‘혁명의 춤’. [사진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대사와 줄거리에 연연하다 정작 봐야 할 것을 놓치게 됩니다.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고 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보세요.”
지난 25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연극 ‘혁명의 춤’ 전막 오픈 리허설 이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김우옥 연출은 “이 작품은 서사가 없다. 다만 작품 순간순간 극적인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혁명의 춤’은 미국 실험극의 대가 마이클 커비의 1976년 희곡을 바탕으로 그의 뉴욕대 제자인 김우옥이 1981년 한국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공연이 시작하면 칠흑 같은 어둠 속 배우들이 손전등 불빛을 들고 두리번거리며 등장한다. 철조망 발견, 가면 무도회, 바리케이드 구축 등 8개의 독립된 장면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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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의 시간 동안 무대 위 39명의 배우는 때로는 일사불란하게, 어떨 때는 어지럽게 움직인다. 주어 동사를 갖춘 완결된 문장의 대사는 없다. “기다려” “그들 거야” 같은 짧은 외침이 때때로 들릴 뿐이다. 뚜렷한 인과관계 없이 서로 다른 장면과 배우의 몸짓이 이어지지만, 어느 순간 소리와 대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김우옥은 관객들에게 “여러분들이 이 공연을 보고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작품의 줄거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여러 번 보면 볼수록 알게 된다. 또다시 공연을 보러 오셔야 한다”며 웃었다. 기승전결의 인과관계는 없지만 동작과 말의 반복이 이어지고 그것을 느끼는 순간 관객들이 자신만의 서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작품은 커튼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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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객이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자 김우옥은 “커튼콜을 하면 연극이 망가진다”고 단호히 말했다. 박수와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가 등장하고 배우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순간 여태껏 무대에서 형성된 분위기와 여운이 깨진다는 것이다. 그는 “관객이 나갈 때까지 작품의 여운이 유지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우옥은 한국 실험극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우리 연극의 풍토가 지나치게 서사에 매몰돼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 작품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쁨을 갖고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혁명의 춤’은 서울문화재단의 기획 프로젝트 ‘2026 쿼드: 연극의 질문들’의 레퍼토리 중 하나다. 오는 28일 정식 개막해 다음 달 8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후 이성열 연출의 ‘화염’(11월 14일~12월 6일), 한태숙 연출의 ‘서안화차’(12월 16~27일)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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