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 병사가 현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을 두고 집권 자민당이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자민당이 지원한 보수 후보가 12년 만에 지사로 당선, 미군 기지 문제 등에 대한 중앙정부와 오키나와 간 협력이 기대되는 가운데 벌어진 악재이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이번 주일미군 강도살인 사건으로 정부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전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전날 중의원 본회의 시정방침 연설에 앞서 “고인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만전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에서는 “극히 유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도 밝혔다.
하루 전인 지난 3일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조지 글래스 주일미국대사를 불러 직접 항의했으며,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주일미군 사령관에게 기강 확립을 요구했다. 요미우리는 “정부의 대응 속도에서 이런 인식(위기감)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오키나와현 나하의 한 호텔에서는 현지 거주 중인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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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한 경찰은 다음날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소속 주일미군 해병대 데빈 제이콥 발라드(20) 일병을 오키나와의 유흥가에서 체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이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지난달 선거에서 보수 성향 지사가 12년 만에 승리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당선된 고자 겐타 지사는 무소속이지만,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내세우며 자민당과 연립여당 일본유신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의 승리는 미군 기지 등을 두고 오랜 시간 대립해 온 오키나와와 중앙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취임 1주년을 앞둔 다카이치 정권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요미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기지 문제에 대한 중앙 정부 입장에 어느 정도 이해를 보여온 고자 지사가 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시메 고사부로 중의원 등 오키나와에 지역구를 둔 자민당 소속 정치인 4명은 전날 모테기 외무상과 고이즈미 방위상에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미국에 요구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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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한 의원은 보수 지사가 새롭게 취임한 직후 미군 관련 사건이 벌어진 것을 두고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토로했다.
일본 내 미군 기지 70%가 몰려있는 오키나와에서는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95년 미군 병사 3명이 초등생을 납치·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2016년에는 미 군무원이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 범죄 외에도 기지로 인한 환경 오염과 소음 피해 등에도 노출돼왔다. 전임 다마키 데니 지사는 기지 신설 등에 반대하며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이번 선거에서 경제와 민생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고자 지사에게 패배했다.
한편 또다시 벌어진 미군 범죄를 계기로 미일 주둔군 지위협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일 지위협정 전문가인 야마모토 아키코 류큐대 교수는 “만약 미군이 먼저 체포했다면 협정에 따라 기소 전까지 미군이 신병을 구속하게 된다”며 “이 경우 용의자가 어느 정도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항의를 정치적 퍼포먼스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오키나와에 기지가 집중된 구조와 지위협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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