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AI를 이용해 조류의 부리 모양을 좌우하는 조절 DNA 2351개를 찾았다. 앞으로 비둘기에서 해당 조절 DNA를 멸종한 도도새 형태로 바꾸면 커다른 부리를 가진 도도새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챗GPT 생성 이미지
영국의 루이스 캐럴이 1865년 발표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아이스크림을 푸는 주걱처럼 크고 뭉툭한 부리를 가진 새가 나온다. 날지 못한 도도새이다. 17세기에 멸종한 이 새를 복원하는 데 강력한 우군이 등장했다. 도도새 외형을 좌우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인공지능(AI)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노모프(GenoMorph)라는 AI 플랫폼으로 도도새의 부리 모양을 좌우하는 조절 DNA 2351개를 발견했다”고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서 분자생물학 및 진화학회 연례 학술대회와 두개안면 고든 연구 콘퍼런스 등에서 발표됐다.
조절 DNA는 그 자체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 정보는 없지만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인 셈이다. 이번에 찾은 정보대로 조절 DNA를 도도새 형태로 바꾸면 오늘날 새가 낳은 알에서 도도새 부리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이 지노모프(GenoMorph) AI로 찾은 조절 DNA로 도도새의 부리 모양을 논의하는 모습./Colossal Bio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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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 부리 구현할 유전자 스위치
벤 램(Ben Lamm) 콜로설 대표는 이날 “멸종 복원은 생물학적 문제인 동시에 데이터 문제이기도 하다”며 “AI는 현생 조류에서 조절 DNA가 외형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학습한 뒤, 도도새의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유전적 스위치를 식별했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램 대표는 2021년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와 멸종 복원(de-extinction)을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다. 그렇다고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송진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도도새의 DNA를 뽑아 똑같이 복제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현생 조류를 도도새에 가깝게 바꾼다고 보면 된다.
도도새 유골이 있어도 DNA가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다. 이런 한계 때문에 현생 조류의 DNA에서 일부만 바꿔 도도새의 주요 특징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DNA에서 원하는 부분만 잘라내고 다른 형태로 바꾸는 유전자 교정이다. 공동 설립자인 처치 교수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닭과 메추리, 오리, 비둘기 등 현생 조류 표본 수백 。을 이용해 배아가 자라면서 얼굴 발생을 제어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어떻게 켜지고 꺼지는지 보여주는 ‘조류 조절 지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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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데이터를 도도새의 친척뻘인 니코바르비둘기를 포함해 현생 조류 70여 종의 유전 정보와 대조했다. AI는 이런 과정을 통해 부리 크기와 관련된 유전자 스위치 653개와 두께, 폭과 관련된 스위치 1698개를 찾아냈다. 이제 도도새의 커다란 부리를 만들 길을 찾은 셈이다.
도도새 복원 과정/자료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챗GPT 생성 이미지
◇포유류보다 힘든 멸종 조류 복원
콜로설은 이미 멸종 포유류 복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년 전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1만3000년 전 멸종한 늑대인 다이어 울프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멸종한 매머드의 털 유전자를 생쥐에서 복원해 털북숭이로 만든 성과도 발표했다. 도도새 복원은 앞선 성과를 토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멸종 포유류 복원은 유전자 교정과 체세포 복제를 결합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콜로설 연구진은 다이어 울프의 유골에서 채취한 DNA와 오늘날 회색 늑대의 DNA를 비교하고 차이.을 찾아냈다. 이후 회색 늑대 세포의 DNA에서 털이나 턱, 체구와 관련된 유전자를 다이어 울프 형태로 교정했다. 이 세포를 이미 핵이 제거된 회색 늑대의 난자에 주입해 복제 배아를 만들었다. 대리모 개의 자궁에 착상된 복제 배아는 다이어 울프와 흡사한 늑대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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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 복원은 포유류보다 더 어렵다. 배아가 단단한 알 속에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과 자연 교배 방식을 결합할 예정이다. 우선 친척인 니코바르비둘기에서 난자와 정자로 자랄 원시 생식세포를 채취했다. 앞으로 이 세포의 유전자를 도도새 형태로 교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찾은 조절 DNA가 교정의 핵심 대상이다.
유전자가 도도새 형태로 교정된 원시 생식세포는 달걀 껍질 안쪽에 있는 배아에 주입된다. 원시 생식세포는 배아의 생식 기관으로 이동해 정자와 난자로 자란다. 나중에 부화한 병아리가 암탉이 돼서 같은 방식으로 유전자가 교정된 수탉과 짝짓기를 하면 닭이 아니라 도도새로 자랄 알을 낳는다.
콜로설은 도도새 복원을 위해 번식이 어려운 니코바르비둘기를 36마리까지 늘렸으며, 원시 생식세포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멸종 조류의 배아를 대리모처럼 키울 인공 알도 개발했다. 콜로설의 최고 과학책임자인 베스 샤피로(Beth Shapiro) 박사는 “현재 도도새 유전 정보 분석도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AI 덕분에 연구 속도가 빨라져 5년쯤 지나면 도도새 모습을 가진 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Colossal Biosciences(2026), https://colossal.com/wp-content/uploads/SMBE_poster-updated.pdf
Cell Genomics(2026), DOI: https://doi.org/10.1016/j.xgen.2026.1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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