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無黨層)의 비율이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야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치권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무선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은 31%를 기록했다. 3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6%포인트 뛰어 32%였던 2023년 8월 5주차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같은 무당층의 증가는 거대 양당의 지지율 하락에 기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5%포인트 하락한 35%로 정부 출범 뒤 최저치였다. 국민의힘 역시 1%포인트 떨어진 26%였다. 민주당의 하락 폭이 컸지만, 반등하지 못한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잇따른 외교·안보 위기와 여권 내부의 잡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19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1일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이 북한의 매설 지뢰로 밝혀지면서 대북 긴장 완화를 기조로 삼아온 정부·여당엔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방미 무산 논란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보류 등 현재 진행형 악재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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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민주당 전당대회 때부터 이어져온 여권 내부 충돌 또한 끝날 줄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 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 잘 안되니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같은 당 인사들을 겨냥할 정도다.
다만, 지난달 추석 연휴 전까지 4주 연속 떨어졌던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하락세가 주춤했다. 긍정 평가가 37%로 3주 전 조사와 같았다. 부정 평가는 5%포인트 줄어든 51%였다.
이처럼 여권 지지율이 동반 침체 상황이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여 공세의 기회인 국회 국정감사 국면에서도 지지율 하락세가 여전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정부·여당 비판 외에 뾰족한 정책을 내놓지 못해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재선 의원)는 한숨도 나온다.
여야가 모두 유권자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은 정치권이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만 봐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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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질의에 집중하기보다는 막말 논란을 양산하는 ‘쇼츠(Shorts) 정치’에 천착하다 보니 정치권 전반의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야는 국감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문제를 거론하다 “우리 ‘부엉이 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들자”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선 같은 당 박충권 의원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북동영”으로 칭한 게 화제가 됐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의 막말이 .입가경”이라고 비판했지만, 여권도 논란을 일으킨 건 마찬가지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법사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대통령 재제청 요구에는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개기고 있다’”고 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느냐”고 물었다.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는 여야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무당층이 늘어나는 현상을 “타협과 성과가 사라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갈등이 있어도 협상을 통해 최소한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여야 모두 자극적 충돌만 반복하며 함께 무너지는 ‘공멸의 균형’에 갇힌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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