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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을 묶으며 고민에 잠긴 소년.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한 달간 백두대간 500km를 걷는다.
신발끈을 묶으며 고민에 잠긴 소년.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한 달간 백두대간 500km를 걷는다.
"설악산 구간은 너무 힘들어서 정말 굴러 떨어질까 생각했어요. 오르막에서는 입에서 욕밖에 안 나왔는데, 이번 구간은 평지가 많아 생각할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술·담배를 사려고 신분증을 위조했던 동원(16·가명)이 산행 소감을 털어놓는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데리고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는 김미곤(53) 대장이 아이들의 사정을 슬쩍 귀띔한다.
"한 아이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어요. 강해 보이려고 문신도 하고 싸움도 했죠. 결과만 봤을 때는 가해자지만 동시에 피해자인 셈이에요. 아이들이 대체로 자신감이 없고 의기소침해 있어요. 사회에서 꾸중만 듣던 아이들이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요. 자신감 있게, 또 정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이런 자리를 만들었어요."
산행을 마친 매일 저녁, 아이들은 둘러앉아 한 명씩 돌아가며 그날의 소감과 내일의 각오를 이야기한다.
"오늘 걸은 구간이 아주 의미 있다고 배웠어요. 매봉산을 중심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갈라지는데,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이 갈라져서 삼수령이라고도 불린대요."
지민(18·가명)이 청산유수로 소감을 발표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지민의 얼굴에 웃음이 새어나온다. 자기 차례가 되자 한 명씩 소감을 이어나간다.
"강사님이 모자를 쓰라고 하셨는데 빗소리가 듣고 싶어서 안 썼어요. 죄송합니다."
"클린산행을 했어요. 쓰레기를 주우면서 마음도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어요."
평범한 말들 속에 뼈가 있다. 산만하고 까불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차분하고 말수도 적었다. 강사들의 피드백이 이어진다.
"비가 왔다 안 왔다 심술궂은 날씨였죠. 맑은 날만 계속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이 또 인생이겠지요. 오늘 우비를 장시간 처음 입어봤어요. 귀찮을 텐데도 입으라고 할 때 입고, 벗으라고 할 때 벗는 걸 보면서 여러분이 많이 성장했구나 싶었습니다."
무면허 뺑소니, 특수절도, 특수폭행, 공갈 협박, 신분증 위조, 인터넷거래 사기…. 죄목만 듣고서는 아이들의 외모도 흉악할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러나 잡담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전 정보만 없었다면 그저 모범생으로 보였을 법했다. 아이들의 뒤꿈치에 붙어 있는 반창고가 산행의 고단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대간길에서는 사람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아이들이 묵묵히,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걷는다.
인생의 기로에 선 아이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김미곤 대장이 운영하는 한국산악교류협회와 천주교 살레시오 수도회의 황철현(49)·최남식(46) 신부는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 8명과 백두대간 일시종주에 나섰다. 8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 달간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서 시작해 충북 영동 우두령까지 500km를 걷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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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15일차(두문동재~은대봉~함백산~만항재~화방재, 13km) 구간을 동행했다.
'6호 처분'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 든 궁금증은 이것이다. 그럼 1호도 있고, 10호도 있다는 건가? 그렇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6호일까. '6호 처분'이란 교정 가능성은 있으나, 사회 내에서 교화가 어렵다고 판사가 판단한 경우 6개월가량 통제된 생활을 하는 조치를 말한다.
해당 기간 입소한 시설에서 대안교육을 받는다는 조건하에 학교 출석은 인정되지만, 외출·외박을 비롯해 휴대폰 사용과 인터넷 접속 등의 제한을 받는다. 1호에서 5호 처분까지는 가정에서 지내며 교정당국의 관리를 받고, 7호에서 10호까지는 교정 시설에서 감호 받는다는 。에서 6호 처분은 가정과 교정 시설의 중간에 위치한다. 즉 사회로부터 일시적인 분리조치는 필요하지만 사회 내에서 교육과 치료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된 청소년들이 6호 처분을 받게 된다.
살레시오 수도회 청소년센터는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위탁 감호하고 있다. 센터에는 여러 치료 수업이 있으며, 백두대간을 걷는 것 역시 치료적·대안적 교육의 일환이다. 센터의 규율이 엄격해서 이 기회에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없다. 세 차례 이상 테스트 산행을 거쳐 50명 중 최종 8명만 선발된다. 황 신부는 3년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뽑는 안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서울 것 없이 살아 왔던 아이들은 백두대간에 와서 벌레 하나에도 무서워했다. 산행 보름째, 민준(18·가명)은 민달팽이를 손으로 집어 모자 위에 얹었다.
"처음에는 순한 아이들을 데려갔어요. 그런데 금세 포기하더군요. 못 걷겠다고 해서 업고 내려간 적도 있어요. 이제는 다소 거칠더라도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을 선발해요."
이 프로그램은 김미곤 대장이 수도회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로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기에 원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구상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찾은 대안이 바로 산이었다. 산은 아이들이 기존에 경험했던 환경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이왕이면 상징성이 있고,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백두대간을 택했다.
군대의 축소판
TV도, 휴대폰도 없다. 매일 산행의 피로가 근육에 쌓이니 밤 10시도 되기 전에 곯아떨어진다. 기상시간은 오전 5시 30분. 아이들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킬 때가 가장 힘들고 피곤하다"고 말한다. 아침 메뉴는 쌀밥에 어묵국, 배추김치, 오이지무침. 자기가 비운 식판을 스스로 설거지하는 모습이 갓 입소한 훈련병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식판에 밥풀이 한 톨씩 남아 있는 등 십대 청소년이기에 미흡한 부분이 보이지만,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황 신부는 말한다.
"백두대간을 걷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혼남'의 연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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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많이 혼을 내요. 물품 관리를 소홀히 해서, 배낭을 못 싸서, 제대로 걷지 못해서. 고된 생활이 이어지니까 분노, 짜증, 욕설, 폭력적인 성향들이 자연스레 나타나죠. 그럴 때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는 거야'라고 타이릅니다. 보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예절도 생기고 의젓해지는데, 지금이 딱 그 시.이에요."
아이들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보호처분 받은 소년범이기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규율이 있고 신부의 허락을 거쳐야 한다. 김 대장을 비롯해 강사들은 오직 산행에 한해서만 지도할 뿐 그 이상은 개입하지 않는다. 문제행동이 발생할 경우 이를 판단하고 제한하는 것은 오직 센터장 신부에게 있다.
오전 7시 30분. 들머리인 두문동재(1,268m)에 섰다. 제법 긴 체조시간이 이어지지만, 누구 하나 대충 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등산복을 갖춰 입고 스틱을 쥔 채 꼿꼿이 서 있는 모습에서 어젯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한창 성장기에 접어든 소년들이 보였다. 막내 유강(14·가명)의 키는 이미 183cm를 넘어섰다. 하룻밤 사이에 훌쩍 자란 콩나물처럼, 대간을 걷는 순간에도 아이들의 뼈마디는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을 터였다.
오늘 넘어야 할 구간은 산봉우리뿐 아니라 두문동재·만항재·화방재 등 고갯마루도 1,300m를 넘는다. 남한에서 손꼽히는 고지대지만, 사북·고한·태백 등 주변 마을의 고도 자체가 높아 고도감이 그리 심하진 않다. 특히 '꽃방석'이라는 뜻을 지닌 화방재의 이름처럼 이 구간은 봄과 가을에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며, 뒤돌아보면 설악산부터 보름간 걸어온 산줄기가 장쾌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강사들이 말했다.
만항재에서 쉬어갔다. 아이들의 뒷모습이 곧게 뻗은 낙엽송을 닮았다.
벌레 하나에 벌벌
아이들은 대열을 갖추고 걸었다. 길은 겨우 한 명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걷는 속도가 제법 빨라서 맨 뒤에서 쫓아갔다. 안개가 짙어서 맨 앞 사람이 보일락 말락 했다. 로마 병정의 투구처럼 볼록하게 생긴 보랏빛 투구꽃이 앞서 걷는 아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9월에 피는 꽃봉오리가 이제 곧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에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평생 몰랐을 것들을 아이들은 하나씩 배워간다. 위도와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기후와 식생을 피부로 느끼고, 흙과 돌의 감촉을 발바닥으로 구별해 낸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꽃과 버섯의 이름을 물어본다. 밤송이를 짓밟아 알밤을 까먹고, 야생 감을 따 먹었다가 떫어서 뱉어내기도 하며, 자연산 오미자의 맛에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한다.
"제일 극복이 안 되는 게 벌레였어요. 아이들이 벌레 공포증이 심해서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하곤 했죠. 산길에서 갑자기 놀라면 다칠 수 있으니 정말 엄격하게 통제해요. 시골에서 자라거나 자연을 접해 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이 또한 보름 정도 지나면 괜찮아져요. 어릴 때 자연스럽게 익혔어야 할 경험들을 대간을 걸으면서 체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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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신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민준(18·가명)은 모자챙에 민달팽이를 얹고선 "오늘 저와 함께 걸을 친구"라고 소개한다. 달팽이는 모자에 투명한 .액을 남기며 꿈틀거렸다.
해발 1,573m 함백산 정상이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맨 뒤에서 함께 걷던 김 대장이 말한다.
"이 친구들이나 저 어릴 때나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저는 어렸을 때 공부도 못했고, 남원에서 자라 지리산만 다녔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산을 다니지 않았거나 요즘 같은 시대에 태어났으면 이 친구들처럼 됐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산이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 줬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바른 길로 안내해 줄 환경이 부재했던 거지, 아이들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김 대장은 올해 산악회를 만들었다. 앞 기수 아이들과는 일 년에 세 번가량 만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자주 만나 산행을 이어갈 계획이다. 재범의 유혹에 흔들릴 때 건전한 등산이 마음을 다잡아줄 거라 믿는다.
정년퇴임한 원로 산악인, 대학 산악부 출신 젊은 산악인, 응급의학과 교수, 스포츠학과 교수가 전 구간 또는 구간별 동행한다.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해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함께 걷는다.
골프선수의 꿈을 접다
함백산 정상은 짙은 운무로 자욱했다. 한데 부대껴서 안개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이 그들의 불확실한 앞날처럼 보이기도 했다.
"백두대간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정말 할 수 있겠냐고 50번은 물어보셨어요. 밖에서는 뭘 한다고 하면 항상 포기했거든요."
무인매장에서 키오스크를 부수고 돈을 훔쳤던 지민은 백두대간을 걷는 동안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후회된다고 말했다. 퇴소하면 아버지의 인테리어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교에 가고 싶은데 어떤 과를 선택할지 몰라서 걸으면서 계속 고민 중이에요."
모자 위에 민달팽이를 태우고 묵묵히 걷던 민준이 역시 진로를 두고 생각이 깊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지 않아?"
"음… 기계를 다뤄보고 싶어요. 항공설비 쪽으로요. 오토바이도 직접 수리하면서 재미를 느꼈거든요."
가출을 했던 민준이는 "가족한테 죄송하다"며, "퇴소하면 마음 다잡고 대학에 들어가 사고를 안 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합의금이나 배상금 때문에 힘들어하셨어요. 사고를 한두 번 친 게 아니다 보니 억대는 물지 않으셨을까요…. 또 재범을 하게 되면 9~10호 처분을 받아요. 부모님이 퇴소 후에는 절대 다시 죄 짓지 말라고 하셨어요."
무면허 운전을 하다 뺑소니 사고를 낸 찬석(15·가명)은 다부진 체격답게, 이번 기회로 등산 강사를 하거나 레슬링 같은 운동을 배워서 성실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재물손괴 방조죄예요. 친구를 잘못 사귀었죠. 부모님이 친구 다 끊으라고 하셨어요. 당시엔 억울하고 반항심이 생겨서 야간팔찌(보호관찰용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착용 안 하고 사회봉사도 안 나가서 6호 처분을 받게 됐어요. 소년분류심사원에 처음 위탁돼서 부모님이 처음 면회 오셨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어요."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처럼 잘 생긴 경환(18·가명)의 말이 마음을 건드린다
PC 바다 이야기
. 경환이는 퇴소일이 지났는데도 진로를 탐색하고자 한 달 연장해서 백두대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골프를 쳤어요. 골프 선수도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고 나서 접었어요. 진로 상담 선생님하고 얘기해 봤는데, 스포츠지도학과 가서 골프레슨 자격증을 따면 괜찮을 것 같대요. 이건 엄마 바람이고, 아빠는 군대 가서 부사관 되길 바라세요. 내년 4월에 고졸 검정고시 치르고 바로 입대해서 그 기간에 더 생각해 보려고요."
아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감추거나 포장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웃으면서 장난스레 답하거나 뉘우침 없이 떳떳한 것도 아니었다. 후회와 함께 저마다 마음속에 앞날을 그리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분명 중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인데,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은 과연 착각일까.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오래 지켜봐 온 황 신부라면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비행이 기질적인 문제냐, 사회구조적인 문제냐. 연구에 따르면 후자가 많아요. 맞벌이 가구도 많고 가정환경이 해체되어 있다 보니 소위 '하위문화'에 더 자주 노출되고, 문제가 터져도 수습도 잘 안 되죠. 생계가 있는데 부모가 자녀 문제로 법원과 파출소를 들락거리는 것도 한두 번입니다. 아이들의 비행이 길어지면 부모마저 포기하게 되는 시.이 있어요."
"슬픈 이야기네요. 백두대간을 걸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마지막 구간에는 부모님들을 초청해서 함께 걸어요. 어떤 아버지는 주저앉고, 어떤 어머니는 아들이 무거운 배낭을 대신 메주죠. 참을성도 없고 막무가내로 사는 줄 알았던 내 아들이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한 달 동안 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세요. 내 아이의 가능성을 본 것이겠죠.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순간, 그때가 가장 보람차고 행복해요."
함백산 정상이 운무에 휩싸였다. 지나온 길도, 앞길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쪼개지 못한 사과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손아귀 힘으로 사과 쪼개기에 도전했다. 그러나 성공한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 손을 다 써 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사과를 쪼개지 못하는 그 모습이, 몸집만 컸을 뿐 속은 아직 여물지 않은 소년들임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김 대장은 "자기들끼리 있으면 힘자랑하던 아이들도 정말 한계에 부딪히면 엄마 보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빗방울이 후드득 쏟아졌다. 아이들이 판초와 바람막이를 눌러썼다. 망토와 고깔을 뒤집어쓴 중세의 수도승 같아 보였다. 그렇게 보였던 건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500km에 달하는 험한 산줄기를 걷는 동안 아이들은 고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13km를 걸어 종착지인 화방재에 도착하자 다시 햇살이 비추었다. 아이들은 수돗가에 가서 등산화에 묻은 진흙을 솔로 닦아냈다. 아이들에게 이만 가겠다고 작별인사를 건네자 한 아이가 물었다.
"저희랑 더 산 안 타나요?"
그 아이의 한마디에서 수줍은 정이 느껴졌다. 비록 하루 동안의 짧은 동행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사회적 걷기'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로 향하는 차에서 황 신부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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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그러세요. 왜 범죄자에게 휴가비(백두대간 참가비) 줘야 하냐고. 그런데 이건 '휴가비'가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교화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에요. 오랫동안 교정시설에서 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어떤 아이들은 이런 장거리 하이킹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생이 바뀌기도 해요."
2026년 8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아이들은 총 500km를 걸었다. 하루 평균 17km, 9시간씩 걸었다. 그것도 잘 닦인 둘레길이 아니라 산꾼들조차 힘들어하는 백두대간을. 고행에 가까운 산행이었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고 아무도 도망가지 않았다.
*쇠이유Seuil
장거리 하이킹을 통한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은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비행 청소년 교화 단체인 '쇠이유Seuil'는 '문턱' 또는 '한계。'이라는 뜻으로 매일 25km 이상, 3개월 동안 1,800km를 걷는다. 완주 청소년들의 재범률은 기존 85%에서 25%로 낮아졌다.
6호 처분 청소년 완주 소감
이**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그렇게 살다 보니 퇴소일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가서 뭘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퇴소일이 지났는데도 한 달 연장해서 백두대간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잘해서 들어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것이었어요. 나가서 부끄럽지 않도록 살겠습니다.
이**
'부모님은 내가 해달라는 것 사달라는 것 다 해주셨는데, 나는 왜 부모님께 피해만 줬을까'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송**
이곳에 오기 전 저는 정말 하찮은 모습이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다 포기했거든요. 중학교를 마치고 정말 후회되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백두대간을 걸으며 가장 크게 바뀐 건 포기하지 않는 저의 모습이었어요. 종아리가 아파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
왜 남들은 잘 걷는데 나만 못 걸을까. 그럴 때마자 주변에서 도와줘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주변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나가서도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살겠습니다.
이**
'고작 백두대간 걷는다고 사람이 바뀔까? 바뀐다고 얼마나 바뀔까?' 생각했는데, 걸으면서 백두대간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 깨달았습니다. 저의 꿈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커피콩을 수입하고, 카페를 차리는 것입니다.
조**
사람들 앞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의 제 모습과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백두대간을 걸었던 시간을 떠올리겠습니다.
박**
사소한 것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됐습니다. 물 한 모금 같은 것에도요. 누구를 이겨 먹으려는 생각과 말대꾸하는 단.도 고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따고 일을 하고 싶어요. 이제는 혼자서 나를 책임지고 살겠습니다.
이**
백두대간도 잘 해냈으니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요. 퇴소하고 나면 효도라기보다는 부모님 속 썩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살겠습니다. 평범한 시민으로 살겠습니다. 그리고 강사님들, 제 삶에 나타나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를 걸어 종착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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