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0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공동학술대회에서 한글학교의 교육과정 혁신과 재외동포 차세대 교육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제공
세계 각지에서 운영되는 한글학교의 역할과 교육과정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공간을 넘어 재외동포 차세대가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거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한글학교의 교육적 역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공동대표 박인기·김봉섭)과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국어교육연구소는 지난 10월 10일 서울교육대학교 사향융합체육관 세미나실에서 '한글학교의 미래 생태계 구축과 교육과정 진화'를 주제로 제1회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종이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세계한인의 날 제정 20주년과 가갸날 선포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학술대회에는 재외동포청 관계자를 비롯해 국내외 한국어교육 전문가, 재외 한인회와 한글학교 관계자, 대학·대학원생, 교육청 및 학교 현장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논의는 재외동포의 세대 변화와 다문화 가정의 증가, 디지털 교육환경의 확산에 따라 한글학교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글학교는 한국과 거주국 문화가 만나는 '제3공간'
기조발제를 맡은 원진숙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미주 지역 제3공간으로서의 한글학교 기능과 교육과정의 진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원 교수는 한글학교를 한국과 거주국의 언어·문화가 서로 만나고 겹치는 '제3공간'으로 설명했다. 한글학교가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을 연결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교육공간이라는 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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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자녀들은 가정에서 접하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 학교와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주국의 언어와 문화 사이에서 성장한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한글학교는 어느 한쪽의 문화만을 익히는 공간이 아니라 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
이어 박민신 서강대학교 교수는 올해 초 재외동포청이 개발한 한글학교 표준 교육과정의 취지와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한글학교마다 학생 구성과 학습 여건이 다른 만큼 표준 교육과정을 현장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발표 후에는 진대연 선문대학교 교수가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박인기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글학교 교육생태 다양성과 커리큘럼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개별 한글학교가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살아 있는 교육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교마다 축적된 교육 경험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체계화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는 교육과정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공통 교육기준을 마련하되, 지역과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도 존중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지정토론에는 김지혜 명지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뉴질랜드·베트남 한글학교, 지역과 학생에 맞는 교육 실천 공유
학술대회에서는 해외 한글학교가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교육 사례도 소개됐다.
고정미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인회장은 '뉴질랜드 한글학교, 한글을 넘어 사람을 키운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뉴질랜드 지역 한글학교의 변화 과정을 돌아보며 지역사회 속에서 교육공동체로 자리 잡아온 한글학교의 역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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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 베트남 사이공한글학교 교장은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계승어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다문화 환경과 제한된 교육 여건 속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현장의 경험을 공유했다.
두 사례는 국가별 교육환경과 학생 구성이 서로 다른 만큼 한글학교 교육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운영돼야 한다는 논의에 구체적인 현장 경험을 더했다.
"한글학교의 다음 100년"…교육 경험 축적과 협력체계 강조
종합토론에서는 백봉자 고문의 총평을 시작으로 김경근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은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송향근 전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유동걸 유라시아한글학교 교감, 이희경 재외동포청 동포교육문화지원과장 등이 참여해 한글학교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공동 주최 기관들은 학술대회에서 '지구촌 한글학교의 다음 100년을 준비하며'라는 비전 선언도 발표했다.
선언문은 재외동포 사회가 2세와 3세, 4세로 이어지면서 한국어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모국어에서 의식적으로 배우고 계승해야 하는 언어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문화·국제결혼가정 자녀와 입양동포 및 그 자녀 등으로 학습자 구성이 다양해지는 현실도 언급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언어교육의 방식과 내용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 역시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글학교 교육은 한글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머무르지 않고,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변화하는 세대에게 한글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한글학교에 동일한 교육과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공통의 교육 방향과 기준을 마련하면서 지역별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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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정부에는 지속 가능한 교육환경 조성과 현장 지원을, 학계에는 교육 경험의 연구와 체계화를, 한글학교와 재외동포사회에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교육모델 개발과 상호 협력을 과제로 제시했다.
언어 학습에서 문화 이해와 정체성 교육으로
한글학교의 미래를 둘러싼 이번 학술대회는 해외 한국어교육의 목표를 언어 능력뿐 아니라 문화 이해와 정체성 형성까지 넓혀 논의했다는 .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한국어 읽기와 쓰기는 단순한 언어 기능의 습득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며, 자신의 삶을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표현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관。은 한글학교 독서교육의 방향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국어로 된 책과 이야기를 읽는 활동을 가족의 경험, 거주국의 문화, 학생 자신의 생활과 연결한다면 언어 학습과 함께 사고력과 문화적 이해를 넓히는 수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교육을 현장에서 지속하려면 학습자의 한국어 수준에 맞는 읽기 자료, 다문화 환경을 고려한 교수·학습 방법, 교사의 수업 역량을 뒷받침할 지원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제시된 교육과정 혁신과 현장 경험의 체계화 역시 이러한 과제와 맞닿아 있다.
공동 주최 기관들은 이번 학술대회가 일회성 논의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지 한글학교의 교육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연구·실천 네트워크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세계한인의 날 제정 20주년과 가갸날 선포 100주년을 맞아 열린 첫 공동학술대회가 앞으로 각국 한글학교의 실제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인다.
'한글학교의 미래 생태계 구축과 교육과정 진화'를 대주제로 열린 이번 제1회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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