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극적인 4선 당선은 지역에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반구를 미국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규정한 ‘돈로 독트린’을 앞세워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룰라 대통령과 강성 우파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대선 결선투표는 ‘세기의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격렬했다.
“이겼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25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서 대선 결선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밖에 모인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금속노조 지도자 시절 활동 무대였던 이곳에서 한 표를 행사한 룰라 대통령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4선에 성공했다. 상베르나르두두캄푸=로이터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은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밀렸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역전하지 못했다. 1989년 대통령 직선제가 채택된 이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패배한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전례도 없었다. 개표 과정에서 룰라 대통령은 초반 한때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밀렸지만, 개표율 48%를 기록할 무렵 역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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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선거 당일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2시간 연장하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룰라 측과 보우소나루 후보 측 모두 연장을 요구했지만, 보우소나루 측은 투표 결과 발표 뒤 이를 이유로 선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가난한 소작농 부모 밑에서 자란 룰라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공장 근로자로 일해야 했다. 19세 때 작업 중 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을 잃고, 5년 뒤에는 함께 공장을 다녔던 첫 부인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룰라 대통령은 노조 활동에 뛰어들었다. 1980년 상파울루시 인근 3개 지역 노조가 참여한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198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 진출한 그는 2002년과 200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퇴임 후 옥살이와 암 투병 등 고난을 겪었으나 대선에 재도전 했고 2022년에 이어 이날 대권을 차지했다. 룰라 대통령의 다음 임기는 2027년 1월5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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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 후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 ‘보우사파밀리아’ 지원금을 15% 인상하는 등 민생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막판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 것이 주요 승리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우소나루 가문의 재집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계심도 작용했다.
중남미 주권에 외부의 개입에 대한 거부감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콜롬비아 등 중남미 각국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브라질에 대해서도 보우소나루 후보의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한 보복으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상당수 브라질 유권자들은 이를 자국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봤다.
좌파 정권에 대한 지지가 확인된 만큼 룰라 대통령은 기존 외교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좌파와 우파로 뚜렷하게 양극화된 브라질 사회를 봉합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서반구 전략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과 마약 카르텔 대응을 위한 ‘미주방패’를 출범하고, 중남미에서의 중국 영향력 축소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미주 방패에 반대 입장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회원으로 반(反)트럼프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AP통신은 “지역 패권을 재확립하고, 브라질 광물에 대한 특혜 접근권을 확보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룰라 측과 보우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