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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2026. 더 그레잇 커미션 제공
기록되지 못한 역사 속 슬픔과 기술 발전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인간의 소외, 그리고 개인의 고통을 예술적 언어로 승화한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가 관객을 찾는다. 퍼포먼스, 사운드, 영상 설치 등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상처 입은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축제의 장이다.
예술단체 더 그레잇 커미션(TGC)은 오는 11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과 마로니에공원, 한양도성 낙산 일대에서 전시 축제 를 무료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이자 연구자인 전민경이 삶이 위태로운 자리에 놓인 이들과 함께하며 10년 가까이 집필해 온 5막 레제드라마(읽기 위해 쓰인 희곡) 을 중심에 둔다. 희곡 속 안내자이자 비인간 존재인 ‘SA’는 사람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슬픔을 받아 안으며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실마리 역할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방법론은 ‘덧쓰기(Overwrite)’다. 로나 번, 최찬숙, 플로리안 돔부아, 황민규, 권아람, 로나 심슨 등 국내외 작가 6명이 이 희곡을 바탕으로 각자의 시각 매체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덧쓰는 방식을 취했다. 덧쓰인 작업 아래에 위치한 원래의 희곡 층위는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읽히며, 희곡 또한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전환하는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전시 기간 대학로 일대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이자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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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황규찬(국문)과 조엘리사벳(영문)이 낭독한 희곡을 헤드폰으로 들으며 예술가의집 공간을 걷거나, 책 한 권만 놓인 리딩룸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공연 위에 덧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울러 마로니에공원에서 펼쳐지는 개막 퍼포먼스부터 낙산 성곽 위로 오르는 소리 연 행사까지, 일주일간 날마다 다른 라이브 프로그램이 도심 곳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의 바탕이 된 희곡 국문판은 개막일에 맞춰 정식 출간된다.
더 그레잇 커미션 관계자는 “슬픔은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모두의 것이고, 또다시 쓰일 수 있다”라며 “말해지지 못한 순간 속에 가라앉아 있던 슬픔이 사회와 역사를 만나 우리가 함께 감당하는 현실의 일부가 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버려진 천과 돛으로 엮은 슬픔의 물길
아일랜드 더블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나 번은 퍼포먼스와 ‘사회적 조각’을 통해 사람과 장소, 사물이 만나는 방식을 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그의 신작 <물길>은 슬픔과 분노, 희망의 감정이 뒤섞이는 공간을 주황, 빨강, 보라 등 강렬한 색채의 소용돌이로 표현한 작품이다. 재활용 천과 수명을 다한 돛 등을 재료로 삼아 버려진 존재에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 개막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스무 명의 몸으로 완성하는 사회적 조각 <이동하는 문턱> 서울 에디션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11월 3~4일에는 관객들이 작품을 함께 입고 엮는 예술교육 워크숍도 진행한다.
. 작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3133gpyt.png" data-org-width="300" dmcf-mid="BohChe1yT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3133gpyt.png" width="658">
로나 번 <허들웨어>. 작가 제공
■ 지워진 ‘위안부’ 조선인 여성들의 흔적을 쫓다
이주와 소외된 몸을 주제로 작업해 온 최찬숙 작가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영상 설치 신작 <밋찌나>(2020)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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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은 미얀마(버마) 밋찌나에 일본군 ‘위안부’로 억류됐던 조선인 여성들의 자취를 따라간다. 연합군 전시 기록에는 이름과 사진이 남았지만 끝내 증언하지 못했던 이들의 빈자리에 허구의 세 여성을 세워 국가주의와 가부장제 속에서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한다. 오는 11월 7일에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 이들과 함께 슬픔을 달래는 노래를 부르는 ‘송 서클’ 행사가 마련된다.
, 2020, 2채널 영상 설치, 영상 스틸. 작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4387lvtt.png" data-org-width="300" dmcf-mid="bxWyWoUZy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4387lvtt.png" width="658">
최찬숙, <밋찌나>, 2020, 2채널 영상 설치, 영상 스틸. 작가 제공
■ 방패연이 연주하는 바람과 고통의 진실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플로리안 돔부아는 사운드 설치 신작 <삼중주 악기(서울)>를 선보인다. 한국의 방패연을 본뜬 이 작품에는 철학자 시몬 베유의 문장 “고통은 우리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진실의 영역으로 열리는 문이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연 가운데 뚫린 구멍을 거울로 둘러 ‘열린 문’을 형상화했으며, 피아노 줄로 지상의 악기와 연결해 바람이 만드는 소리를 연주한다.
, 2026, 시험 비행, 스위스 엥가딘 실스마리아. 커미션 및 제작 더 그레잇 커미션. 더 그레잇 커미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5678kfoh.png" data-org-width="300" dmcf-mid="KMt1tE9UC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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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돔부아, <삼중주 악기(서울)>, 2026, 시험 비행, 스위스 엥가딘 실스마리아. 커미션 및 제작 더 그레잇 커미션. 더 그레잇 커미션 제공
■ 가상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AI 신화의 이면
국내 신진·중견 작가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신작들도 눈길을 린다. 황민규 작가는 가족의 슬픔을 1인칭으로 기록한 (2025)에 이어, 배우 황규찬과 촬영한 신작 (2026)를 통해 슬픔 너머의 출구를 찾는 여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송은미술대상 수상자인 권아람 작가는 신작 <헌팅, 게더링, 샘플링>을 통해 매끄러운 AI 신화 뒤에 숨겨진 기계와 인간 노동의 흔적을 발굴한다. 11월 5일에는 전시장 안에서 곤충비행 퍼포먼스 <플라잉>도 펼쳐진다.
황민규, , 2025, 단채널 영상 스틸. 작가 제공
■ 사라진 몸, 영원히 남는 목소리
세계적인 개념 미술가 로나 심슨의 대표작 <클라우드스케이프>(2004)도 서울 관객을 만난다. 1990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작가 최초로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그의 이번 작품은 안개 속에서 휘파람을 부는 남성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이 거꾸로 흐르며 몸은 。차 안개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가 남긴 선율은 끝까지 전시장 안에 맴돌며 ‘보이는 몸보다 오래 남는 목소리’의 힘을 전한다.
, 2004. 설치 전경,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2006. (C) Lorna Simpson. 작가·하우저 앤 워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8212qjyo.png" data-org-width="300" dmcf-mid="2HL51kKpS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3/khan/18212qjyo.png" width="658">
로나 심슨, <클라우드스케이프>, 2004. <로나 심슨> 설치 전경,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2006. (C) Lorna Simpson. 작가·하우저 앤 워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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