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청년이 농촌으로 향했다. 안정적인 월급 대신 자신이 선택한 작물을 키우고, 재배부터 판매까지 직접 책임지는 길을 택했다. 처음부터 농업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의 높은 초기 투자비와 장비 고장에 따른 위험을 걱정했고, 실제 농장 운영 과정에서는 수개월간 수확과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으로 남기고 재배 데이터를 쌓으면서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농산물 생산을 넘어 가공과 브랜드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려 한다. 전남 함평에서 유럽 상추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양림해오름농장 안진엽(35) 대표의 이야기다.
안 대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식품기업 SPC에서 약 10년간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2020년부터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휴직 기간에는 농협중앙회 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농업 현장을 익혔다.
2022년 단감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스마트팜 교육과 실습을 통해 시설원예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2024년에는 전남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자립 기반 지원사업 등을 바탕으로 유럽 상추 재배를 위한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올해는 청년농업인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도 선보였다.
처음부터 스마트팜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다. 초기 투자비가 큰 데다 장비가 고장 나거나 설치업체가 사라질 경우 사후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교육 과정에서 스마트팜 도입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의 생산 차이를 확인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안 대표는 온실을 지을 때부터 에너지 비용과 기후변화 대응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주변 지형과 바람의 방향을 살펴 환기가 원활하도록 시설을 설계했고, 자연적인 바람을 활용해 냉방 부담을 줄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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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방향으로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낮 동안 축적한 열을 저녁까지 활용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환경제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생산량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하루 4㎏들이 30상자 정도를 작업했지만, 올해는 최대 80상자까지 출하할 수 있게 됐다. 재배환경을 일일이 수동으로 조절하던 시간을 줄이고, 작물 관리에 필요한 작업을 체계화한 결과다.
안 대표는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는다. 스마트팜 운영 첫해에는 12개월 가운데 8개월가량 작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무조건 실패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온실 환경과 작물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당시 쌓은 데이터가 계절별 재배환경을 조절하고 생산량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단감 농장 운영도 쉽지 않았다. 초보자가 재배하기에 비교적 수월하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과수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관리해야 할 요소가 많았고 인건비 부담도 컸다.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작목과 경영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했다. 안 대표는 이 경험을 통해 작물 선택뿐 아니라 생산비와 노동력, 판로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현재 농장의 주력 작목은 단감에서 유럽 상추로 바뀌었다. 하루 출하량 가운데 일부는 도매시장으로 보내고, 상당량은 전남 서부권과 광주 지역 식당에 직접 납품한다. 나머지는 온라인 주문으로 판매한다. 쿠팡과 네이버쇼핑, 우체국쇼핑, 남도장터 등 여러 유통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판로가 안정됐다고 해서 경영 여건이 마냥 좋아진 것은 아니다. 유럽 상추 재배에 뛰어드는 농가가 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당 1만원에 판매하던 상품도 올해는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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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을 체감하고 있다.
유럽상추 활용 차 제품./전남광주농기원 제공
안 대표가 다음 단계로 가공과 브랜드 사업을 준비하는 이유다. 농산물 원물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판매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생산 브랜드와 가공 브랜드, 판매 브랜드를 구분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식품기업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농업에 접목해 자신만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는 농업의 매력을 자유와 성취감에서 찾는다. 직장에서는 팀 단위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농장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작물과 상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도 흥미롭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저에게 농장은 단순한 일터라기보다 저만의 실험실이자 놀이터"라며 "작물을 이렇게 키우면 그에 맞는 결과가 돌아오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또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귀농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농업은 기후와 작황, 가격 등 변수가 많고 초기 투자와 생활비를 감당할 자금도 필요하다. 그는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농업기술만큼이나 현실적인 자금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 대표는 "농업은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해서 모든 변수를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투자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 뒤 그가 바라는 모습은 지역에서 농업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먼저 찾아오는 농장이다. 농장과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다른 귀농인들과 나누며 지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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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함평에서 농업을 생각하면 해오름농장이나 제 브랜드가 먼저 떠오르고,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배우고 싶어 하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생산부터 가공과 판매까지 연결해 농업으로도 하나의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넘어 가공산업으로 청년농업 도전"
함평에서 유럽상추를 재배하는 안진엽 대표는 식품 관련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에 뛰어든 청년농업인이다. 2020년부터 귀농을 준비해 2022년 함평 단감 과수원을 매입하며 농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작목 선정과 재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안 대표는 스마트팜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에서 20개월간 장기교육을 수료하며 스마트농업에 필요한 전문기술과 재배 역량을 쌓았다.
2024년에는 전남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자립기반 구축사업 지원을 받아 3연동, 2천208㎡ 규모의 온실을 설치하고 유럽상추 재배를 본격화했다. 데이터 기반 재배환경 관리로 이상기상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갖추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엽채류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응해 원물 생산을 넘어 가공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상추에 함유된 안토시아닌과 락투신 등 기능성 성분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가공제품 개발과 판로 확보가 뒷받침된다면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가공·유통을 아우르는 사업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전남광주농업기술원은 청년농업인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가공제품 개발 등 창업 아이템의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소영 전남광주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안진엽 대표가 데이터 기반 스마트팜 재배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가공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창업 아이템의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소영 전남광주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