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리스트(La Liste)는 프랑스에서 출발한 글로벌 미식 가이드다. 세계의 미식을 조명하는 라 리스트 2027 코리아 어워즈에서 나는 ‘쇼 투 테이블’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의 셰프들이 서로 다른 요리 철학과 기술을 나누는 미식의 장이기도 했다. 다섯 셰프가 함께한 갈라 디너와 우녹스 코리아 앰배서더 안주연 셰프의 디저트는 각자의 개성과 한국 미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상의 기쁨을 넘어, 현장에서 마주한 음식과 동료 셰프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식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 식탁 위에서 만난 세계, 라 리스트
라 리스트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 가이드와 전문 매체, 평론가 및 온라인 이용자들의 평가를 종합해 세계 미식의 흐름을 짚는다. 1100개 이상의 국제 자료와 수백만 건의 온라인 리뷰를 분석하며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텔과 페이스트리숍까지 폭넓게 다룬다.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톱 1000과 특별상을 통해 순위뿐 아니라 창의성, 장인정신, 혁신 등 다양한 미식의 가치를 소개한다. 라 리스트의 활동은 프랑스 파리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여러 지역의 시상식과 행사로 이어진다. 라 리스트는 세계의 음식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식문화가 만나고 교류하는 미식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라 리스트 2027 코리아 어워즈에 참석했다. 세계의 미식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내게는 결국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각자의 주방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온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그들이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갈라 디너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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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행사였겠지만, 내게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셰프들의 생각을 음식으로 읽어볼 수 있는 자리여서 즐거웠다.
라 리스트 코리아 2017년 행사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동기 셰프와 디저트를 담당한 안주연 셰프.
이번 행사에서 나는 청담 일판의 셰프로서 ‘쇼 투 테이블(Show-to-Table)’ 특별상을 받았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재료를 준비하고, 불의 세기를 확인하고, 손님에게 내보낼 한 접시를 완성하는 일은 매일 반복된다. 상이 주방의 현실을 바꿔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반복해 온 일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요리를 준비할 힘이 된다. 나는 프렌치 요리와 테판 조리의 장。을 결합한 프렌치 테판을 일판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테판은 손님 앞에서 재료가 익고, 향이 퍼지고, 조리 과정이 눈앞의 장면이 되는 공간이다. 테판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음식을 익히는 과정일 뿐 아니라 손님과 조리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는 일이기도 하다.
◆ 라 리스트 갈라 디너
갈라 디너에서는 다섯 셰프의 서로 다른 접근을 만날 수 있었다. 최현석 셰프, 강민철 셰프, 소울 다이닝의 김희은·윤대현 셰프, 그리고 홍콩 로즈우드의 조나단 숙데오 셰프가 각자의 음식을 선보였다. 같은 식탁에 놓인 음식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은 하나가 아니었다.
강민철 셰프의 훈연 오이 타르트는 익숙한 재료를 다른 감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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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는 흔히 요리에서 산뜻함과 수분감을 담당하는 재료다. 여기에 훈연의 향을 더하면 우리가 알고 있던 오이의 인상은 달라진다.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무조건 새로운 재료를 가져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늘 사용하던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최현석 셰프의 칠리 버거 역시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버거라는 음식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친숙하다는 것이 요리하기 쉽다는 뜻은 아니다. 대중적인 음식일수록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맛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는 일은 셰프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김희은·윤대현 셰프의 우엉 피티비에
소울 다이닝의 김희은·윤대현 셰프가 선보인 홍시 소스의 물밤개묵 냉채와 우엉 피티비에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우엉 피티비에를 통해 한국적인 재료가 현대적인 조리법과 만나면 전통과 새로움이 반드시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으며, 그 안에 식감 좋은 장어와 팽이버섯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입 한입 먹을 때마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최현석 셰프의 무조림과 강민철 셰프의 한우 안심을 거쳐 숙데오 셰프의 스위트 라이스로 이어진 식사는 서로 다른 셰프의 색깔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경험하게 했다. 갈라 디너는 한 명의 셰프가 자신의 주방에서 완성하는 코스와 다르다. 각자의 음식이 개별적으로 완성도 높은 것은 물론이고, 서로 다른 요리가 한 끼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는지도 중요하다. 여러 셰프가 함께한다는 것은 단순히 메뉴가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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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식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강민철 셰프의 소고기 요리
◆ 페이스트리 셰프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 반가웠던 것은 아내이자 페이스트리 셰프인 안주연 셰프가 라 리스트 행사 리셉션에서 디저트와 오브제를 선보였다는 。이다. 우녹스 코리아 앰배서더이자 일판의 페이스트리 셰프로 활동하는 안 셰프는 이번 행사에서 자신만의 디저트와 오브제를 선보였다.
가까운 사람의 성과를 지켜보는 일은 때로 자신의 성과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불러온다. 같은 업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에 서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놓인 것은 하나의 디저트였지만, 그 뒤에는 수없이 반복했을 연습과 선택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라 리스트에서 받은 특별상은 내게 도착.이라기보다 앞으로도 계속 요리해야 할 이유에 가깝다. 일판에서 프렌치 테판을 이어가고, 대회 무대에도 도전하며, 다른 셰프들의 음식을 통해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일과 요리대회에 도전하는 일은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결국 더 나은 요리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야채 피티비에 만들기
<재료> 페이스트리 생지 1장, 템페 80g, 당근 30g, 애호박 30g, 새송이버섯 30g, 케일잎 1장, 소금 약간, 버터 30g, 계란물 15g, 올리브유 30ml
<만드는 법> ① 야채 슬라이스와 케일은 버터와 소금을 넣은 물에 데쳐 놓는다. ② 템페는 올리브유에 노릇하게 익힌다. ③ 템페 위에 야채들을 올린 후 케일잎으로 감싸 준다. ④ 페이스트리 생지로 감싼 후 계란물을 입혀 준다. ⑤ 180도 오븐에 15분 노릇하게 익힌 후 식혀 잘라준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 셰프
되짚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