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우수연구자로 선정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블랙홀 내부의 비밀을 수학으로 파헤치고, 불이 날 위험이 거의 없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고질적인 서버 과부하 문제도 독자 기술로 해결한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술들이 국내 과학자들의 손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들의 도전 뒤에는 14년간 1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삼성의 기초과학 지원이 있었다.
삼성은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열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우수 연구자 10명을 처음 선정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와 국회, 학계·산업계 관계자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수리과학 분야 수상자인 오성진 미국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 교수다. 오 교수는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힘을 주고받는 원리를 설명하는 ‘양-밀스 방정식’을 연구해 왔다. 특히 블랙홀 내부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방정식의 해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수학적으로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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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내부의 불안정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오 교수는 올해 삼성호암상 과학상도 받았다.
최장욱 서울대 교수는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에 도전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물을 전해액으로 사용하는 ‘수계 전지’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와 폭발 위험이 현저히 낮지만 저장 용량이 작고 성능이 쉽게 떨어지는 게 약.이었다.
최 교수는 성능 저하 원인을 규명하고 전극과 전해액 소재를 새롭게 개발해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열었다.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로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의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자도 있다. 김장우 서울대 교수는 AI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센터 서버의 병목 현상에 주목했다.
기존에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데이터 이동과 관리까지 떠맡아 서버 효율이 떨어졌다. 김 교수는 이 작업을 데이터처리장치(DPU)에 나눠 맡기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를 개발했다. 그가 2022년 창업한 ‘망고부스트’의 시제품은 기존 서버 구조보다 데이터센터 성능을 3배 이상 높이고 CPU 사용량을 50% 이상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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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삼성]
삼성의 미래기술육성사업은 2013년 시작됐다. 당장 돈이 되는 기술보다 실패 위험이 크더라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투자하자는 취지다.
지난 14년간 916개 연구 과제에 1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기술 인력만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연구 성과는 창업으로도 이어졌다.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기업 ‘프로티나’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번에 처음 선정된 우수 연구자는 기초과학 4명, 소재·정보통신기술(ICT) 6명 등 모두 10명이다. 삼성은 이들에게 기술 자문과 창업 지원, 후속 연구 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14년간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축적되면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이끄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구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삼성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국내 기초과학 분야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해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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