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야지 푸즈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씨를 볶아 갈고, 해바라기 단백질과 식물성 기름, 설탕을 섞어 초콜릿 맛과 질감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는 회사다.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한 해 1만t을 만들어낸다. 영국 윈윈은 볶은 곡물로, 싱가포르 프리퍼는 씨앗과 곡물로 초콜릿 맛을 내는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도씨로 만든 초콜릿, 대추씨로 내린 커피, 벌 없이 만든 꿀….
이상기후가 극심해지면서 카카오·커피 같은 주요 식품 작물의 수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료 값이 뛰자 기업들은 과학 기술로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키우고, 다른 씨앗으로 맛을 되살리는 식이다.
◇이상기후에…‘세포 배양 카카오’까지 만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말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아시아의 스타트업 약 10곳이 세포배양 카카오와 초콜릿 대체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카카오 값이 급격히 치솟은 것이 시작이다.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산지를 덮치면서, 10년 가까이 1t당 2000~3000달러에 머물던 카카오 가격은 2024년 말엔 1만20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엔 5000~60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언제 다시 뛰어오를지 알 수 없다.
그래픽=김성규
이에 기업들은 카카오 세포를 직접 키우는 기술을 찾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기업 셀레스트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카카오 세포에서 초콜릿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게 하는 지방 성분인 코코아버터를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글로벌 식품 기업 몬델리즈와 손잡고 최근엔 시험용 초콜릿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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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컬처드도 카카오 세포를 키우고 있다. 두 회사는 2028년까지 제품 출시, 미국 규제 당국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예 다른 재료로 초콜릿 맛을 내려는 경우도 있다. 미국 보야지 푸즈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씨를 볶아 갈고, 해바라기 단백질과 식물성 기름, 설탕을 섞어 초콜릿 맛과 질감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는 회사다.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한 해 1만t을 만들어낸다. 영국 윈윈은 볶은 곡물로, 싱가포르 프리퍼는 씨앗과 곡물로 초콜릿 맛을 내는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병아리콩·대추씨까지… ‘원두 없는 커피’ 경쟁
커피도 초콜릿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브라질 가뭄 우려 등으로 지난해 10월 파운드당 4.38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를 찍었다. 커피 연구 기관 WCR은 기후변화로 2050년이면 아라비카를 키울 수 있는 땅이 절반으로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포도씨 초콜릿을 만든 보야지 푸즈는 이에 ‘원두 없는 커피’도 내놨다. 볶은 병아리콩과 쌀겨에, 녹차에서 뽑은 카페인을 더했다. 일반 커피보다 40% 싸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미국 아토모는 버려지는 대추야자 씨앗으로 커피 맛을 낸다. 시애틀 공장에서 한 해 약 1800t을 생산할 수 있다.
일본 아사히음료도 최근 원두 없는 라테를 선보였다. 국내에선 스타트업 웨이크가 대추씨와 치커리 뿌리에 전통 발효법을 더한 대체 커피 ‘산스’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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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키우는 커피도 있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VTT)는 아라비카 커피나무의 잎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커피사이는 배양 용기에 빛을 비춰 세포를 키우는 기술을 가진 브레벨과 손잡고 대량생산을 시험하고 있다.
◇벌 없는 꿀, 홉 없는 맥주…향과 맛 되살려
바닐라도 마찬가지다. 세계 천연 바닐라 수출의 80~85%를 책임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올해 사이클론이 잇따라 덮치면서, 고급 바닐라 값은 지난 시즌보다 20% 가까이 올랐다. 캐나다 랄르망은 지난 3월 효모를 발효시켜 바닐라 향 성분(바닐린)을 만든 제품을 내놨다. 바닐린은 대부분 석유화학 원료로 합성하는데, 발효로 만들면 ‘천연’ 표시를 달 수 있다.
꿀벌이 기후변화와 질병으로 줄어들면서 ‘벌 없는 꿀’을 내놓는 기업도 잇따른다. 미국 멜리바이오는 과당·포도당에 꽃 추출물을 섞어 꿀 맛을 낸 제품을 유럽 대형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벌이 꿀을 만드는 과정을 미생물로 재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맥주 홉도 연구 대상이다.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유럽의 홉 생산량은 최대 18%, 맥주 특유의 쓴맛을 내는 성분은 최대 31%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유전자를 바꾼 효모로 홉을 넣지 않고도 홉 향이 나는 맥주를 만들어냈다.
숙제도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은 생산비를 크게 낮추고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원래의 맛과 질감’에 얼마나 가깝게 만드느냐도 여전히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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