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립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백모씨의 반려견을 진료하고 있다.
“심장 소리가 조금 불규칙하네요.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주저앉는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20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성남시립동물병원 진료실. 수의사가 진료대에 올라선 15살 말티즈 ‘예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댔다. 심장 소리를 확인한 뒤 눈과 치아 상태를 차례로 살폈다. 치석이 쌓인 치아를 살펴보며 관리 방법을 설명하자 보호자 성모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씨는 13년 전 길에서 발견한 유기견 예삐를 데려와 가족으로 맞았다. 그는 “우리 집에서는 아들이라고 부른다”며 “예전에 진드기에 물려 수혈까지 받은 적이 있고, 나이가 많다 보니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이곳에서 저렴하게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구입하고 정기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살가량 된 요크셔테리어 믹스견과 함께 병원을 찾은 백모씨에게도 반려견은 소중한 가족이다. 혼자 지내는 백씨를 위해 동생이 선물한 반려견이다. 백씨는 “예전에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내는 날도 있었다”며 “지금은 이 아이를 돌보면서 사람 사는 것 같다. 수의사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과잉진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 안심하고 찾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고 산책과 돌봄을 통해 신체활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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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적지 않은 진료비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성남시는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반려동물의 치료 포기와 유기를 예방하기 위해 2023년 9월 시립동물병원을 개원했다.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병원에는 수의사 2명과 동물보건사 3명 등 모두 5명이 근무한다. 진료는 질병 예방과 기초 건강관리에 중.을 둔다. 종합백신·광견병 예방접종과 심장사상충 예방, 피부질환·외이염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엑스선 촬영, 중성화 수술도 가능하다.
2023년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을 연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성남시립동물병원.
진료 대상은 성남시에 주소를 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65세 이상 시민, 유실·유기동물 입양자 등이다. 보호자 명의로 내장형 동물등록을 마친 개와 고양이를 진료하며, 진료비는 대상에 따라 50~70% 감면된다. 진료비 기준은 해마다 인근 민간 동물병원 5곳의 평균가격을 조사해 정한다.
진료는 예약제로 우선 운영하지만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다만 예약이 대부분 차 있어 방문 전 예약하는 것이 좋다. 토요일에도 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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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근무하는 동물보건사는 병원의 역할을 사람의 ‘보건소’에 빗댔다. 그는 “예방접종과 심장사상충 예방약처럼 꾸준히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의 부담을 덜고, 보호자들에게 올바른 반려동물 건강관리 방법도 알려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남시립동물병원에서는 2288명이 반려동물 2533마리의 진료를 받았다. 같은 해 실시한 자체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 148명 가운데 147명(99.3%)이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용자들은 저렴한 진료비와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등을 장。으로 꼽았다.
다만 제한적인 진료 범위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응급진료와 중성화 수술 외의 내·외과 수술, 정밀검사가 필요한 질환 치료 등은 민간 동물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성씨도 “기본적인 검사 외에 필요한 치료와 약 처방까지 이곳에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진료 확대를 원하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는 “치석이 심해 제거하거나 발치해야 하는 동물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해드릴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마취가 필요한 처치는 인력과 시설, 관리체계가 갖춰져야 해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진료 범위를 넓히려면 의료 인력과 시설 확충에 따른 예산 부담, 민간 동물병원과의 역할 조정 등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재정으로 운영되는 병원인 만큼 지원 대상과 진료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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