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돌아가신 주님의 종인 고 최불암 프란치스코를 빛과 부활의 나라로 이끄소서.”
2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고 최불암의 장례 미사가 시작됐다. 여의도성당은 고인과 가족들이 신도로 등록된 본당이다. 미사에는 유족인 배우 김민자를 비롯해 배우 강석우·김혜수·정준호·신현준·송일국·유인촌, 아나운서 김경란, 가수 앤디, 코미디언 이용식,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미사는 줄곧 차분하고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염 추기경은 “최 프란치스코 형제는 우리가 어렵게 살던 시절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민재 회장,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정성 듬뿍 담긴 따뜻한 우리네 밥상을 알려주던 국민 아버지, 국민 배우였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염 추기경은 고인을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아픈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국적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타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웃을 이르는 성경의 비유다. 염 추기경은 “고인은 아픈 어린이들 돌보는 일을 소명처럼 했다”며 “아픈 어린이들을 하느님께서 보내신 선물, 보물로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항상 자신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자신에게 맡겨진 불쌍한 사람들의 착한 이웃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여의도 성당에서 故 최불암 배우의 장례 미사가 거행된 가운데, 배우 정준호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신현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이 자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26.11.2.
몇 가지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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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은 “고인의 신앙 여정은 소년 수용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2012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최불암은 2012년부터 14년 간 소년교도소의 청소년들에게 연극과 뮤지컬을 가르치며 사회 복귀를 도왔다. 염 추기경은 “당시 교정사목 위원장이었던 김성원 신부가 최불암 형제에게 왜 세례를 안 받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내 아내를 일요일 새벽 미사때마다 여의도성당 마당까지 데려다주고 있으니 반은 천주교 신자’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엄숙한 분위기가 좌중의 웃음으로 잠시 옅어졌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18년 고인은 염 추기경에게 세례를 받게 됐다. 당시 세례를 받은 후 최불암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연기자도 구도자는 아니지만 그런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국민의 사랑 받는 연기자는 구도자의 길을 가야한다고 깨닫게 되면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더 신경 쓰고자 한다.”
뒤이어 추도사를 한 황영기 어린이재단 회장은 고인을 ‘(후원)회장님’이라고 부르며 “좋은 어른”이라고 표현했다. 황 회장은 “회장(최불암)님은 국민께 받은 사랑을 다시 우리 사회에 나누어 주신 분”이라며 “연기로 보여준 어른의 모습을 실제 삶으로 이어갔다”고 말했다. 최불암은 1985년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으로 위촉돼 41년간 국내외 아동복지 현장을 누볐다. 공로를 인정 받아 이번 장례식 역시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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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은 “1981년 ‘전원일기’에서 고인이 연기한 김 회장이 금동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자 시청자들은 칭찬의 전화와 편지를 보내왔다. 작가가 쓴 이야기를 연기했을 뿐인데, 좋은 일을 한 것처럼 칭찬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고인은 실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돕고자 하셨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초록우산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인은 또 종종 황 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린이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어린이들을 또 하나의 나로 보아야 한다.”
미사 말미에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러시아 작곡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임형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평소 최불암을 ‘이모부’라고 부르며 친분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한 시간 여의 미사가 끝난 후 비교적 차분하던 유족과 동료들은 운구 행렬을 따르며 눈물을 흘렸다. 빈소를 지켰던 김혜수와 김경란은 유족인 김민자를 안고 울었다. 배우 신현준과 정준호는 고인이 실린 운구 차량 앞에서 연신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차량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성당을 떠난 운구 행렬은 오전 10시40분께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로 향했다. 고인은 생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장지로 향하기 전 초록우산 재단에 꼭 들러달라는 뜻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고인은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안치된다.
최불암은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지난달 30일 밤 10시께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한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고, 이후 재활에 힘써왔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반은 천주교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