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대상자인 정경순씨(왼쪽)가 2일 서울 관악구 자택에서 방문간호사와 건강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병원 이동 지원·방문재활·요양 등 서비스…수혜자 2000명 육박
‘원스톱’ 신청으로 편리…지속 위해선 안정적 재원 확보 등 필요
지난 2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 진용득씨(71)가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집을 나선 뒤 휠체어에 앉았다. 이동지원업체 ‘힐빙케어’ 관계자가 휠체어를 밀어 전용 승합차에 태웠다. 진씨는 차를 타고 서대문구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폐암 4기로 항암치료 중인 진씨는 지난해 암이 뇌로 전이돼 거동이 불편하다.
‘지역사회 통합돌봄’(통합돌봄)을 이용하기 전까지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아내 이재남씨(73)에게 큰 부담이었다. 이씨는 “휴대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것도 어렵고, 직장 다니는 자식들에게 매번 부탁하기도 미안했다”며 “지금은 차를 부를 필요도 없고 타고 내릴 때도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진씨는 장애등급이 있지만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은 아니었다. 아내가 동주민센터에서 상담하는 과정에서 통합돌봄을 알게 됐다. 현재 진씨는 병원 이동 지원과 방문진료·요양 등 8개 통합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통합돌봄은 지난 3월27일부터 전국에서 노인과 고령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시행된 국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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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마련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자체가 기획·실행을 맡는다.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직접 찾아 각각 신청해야 했지만, 통합돌봄은 한 번의 신청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달라진다.
같은 날 배석봉씨(78) 집에서는 ‘풍선 치기’가 한창이었다. 배씨는 작업치료사와 풍선을 주고받으며 몸을 좌우로 움직이고 팔을 뻗었다. 고혈압·당뇨에 파킨슨병까지 앓아 신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배씨를 위한 재활운동이다.
관악구는 혼자 지내는 배씨에게는 주거환경 개선과 방문운동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방문재활 기반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 7개 서비스를 연결했다. 낙상을 막기 위해 침대와 화장실에 안전바를 설치하고 리모컨으로 켜고 끌 수 있는 LED 조명도 달았다.
홀로 사는 정경순씨(84)에게는 방문간호사가 찾아왔다. 간호사는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고 대화를 나누며 건강 상태를 살폈다. 정씨는 지난달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받고 퇴원하면서 통합돌봄 대상자로 연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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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협심증약을 가리키며 “생명과도 같은 약이니 꼭 제때 챙겨 드셔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병원에서 나온 뒤로는 사과·바나나를 먹어도 쓰고, 물도 써서 힘들다. 그래도 이렇게 챙겨주시니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관악구는 65세 이상 인구가 약 9만4000명으로 전체의 19.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통합돌봄 실태조사에서 통합돌봄 잠재수요가 2만9000명으로 전국 상위 14%, 서울시 5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구는 지난달 말 기준 1978명에게 통합돌봄 서비스 7332건을 제공했다. 기존 공공 돌봄서비스 외에 방문재활 기반 주거환경 개선사업,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방문약료’ 등 관악형 특화사업 9종도 운영하고 있다.
통합돌봄이 지속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서울 자치구의 통합돌봄 사업비는 국비 30%, 시비 35%, 구비 35%로 분담한다. 지난달 복지부 통합돌봄 포럼에서는 별도 회계·기금을 신설하고, 지역별 돌봄 수요와 재정 여건에 따라 재정 분담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경제적 여건이나 가족 돌봄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곳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행정이 먼저 돌봄의 필요를 살피고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살아온 곳에서 존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