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 터지거나 갈라지는 열과 피해 때문에) 배 밭에 나오기가 싫을 정도예요.”
충남 부여군 내산면에서 농사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는 안정옥(63)씨는 최근 자신의 배 밭을 찾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밭 곳곳에는 껍질이 벗겨졌거나 검게 변했거나 물러진 ‘불량 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수확철이 한창이지만 안씨는 “80%는 버려야 한다”고 속상해했다. 급격한 수분 변화로 과실 표면이 갈라지거나 파이는 열과 피해 때문이다.
올해 귀농했다는 송경호(70)씨의 배 밭에선 열과 피해를 본 배 주변으로 파리가 날아다녔다. 송씨는 “즙이라도 짜보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하집(72) ‘부여 배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회원 37개 농가 중 90%가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데 피해가 막대하다”며 “나만 해도 지난해는 배를 콘티박스(18㎏) 2200개에 담았는데 올해는 1천콘티도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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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과 피해를 본 배는 먹을 수는 있지만 모양도 안 좋고 금방 상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부여 배 농가들은 현행 보험 체계상 열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어 더욱 심란하다. 농가가 가입한 ‘적과 전 종합위험’ 방식의 농작물 재해보험은 나무에서 키울 열매만 남기는 적과(솎기) 전까지는 모든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보장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태풍·집중호우·지진 등 일부 재해만 보장한다. 열과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확을 앞두고 알게 됐거나 발생한 열과 피해는 농가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작물의 생애주기와 상관없이 모든 재해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전 기간 종합위험 보장)을 일부 시·군에 새로 도입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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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에서 “적과 이후 폭염으로 인한 열과 등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어 기존 상품보다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가입 대상이 주산지 중심으로 설계되며 배의 경우 충남 천안·아산과 경기 안성만 해당된다.
올해 유독 심한 열과 피해를 경험한 부여 배 농가들은 전 기간 종합위험 보장 보험을 들 수 있게 해달라고 입을 모은다. 김하집 대표는 “열과를 유발하는 봄철 냉해, 여름철 폭염·폭우가 더 심해질 텐데 이로 인한 피해도 보상하는 보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경호씨도 “(현재 적용되는 보험은) 농협에서 가장 보장성이 좋은 상품이라 했고 열과는 보상이 안 된다는 안내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농업정책보험과 관계자는 “전 기간 종합위험 보장 보험을 .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긴 하지만 내년 대상지가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보상받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