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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통역하는 사람 안 데려오면 조사를 못 받는 거예요. 3~4개월 임금을 못 받고 있는데. 아는 사람 데려가거나 전화로 통역을 부탁해야 해요. (한국 제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피해를 받는 거죠."(섹 알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임금체불이나 폭행 같은 노동법 위반 사업주에게 고통을 겪은 이주노동자들이 통역 문제로 또 한 번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고용노동청에서 충분한 통역 지원을 받지 못해 전화 통역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감독관이 정한 날짜에 통역할 사람을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이 권리구제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청 찾는 이주노동자 '14만명→24만명'
실제 상담원 60명, 언어별 배치도 제각각
11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은 '외국인노동자 언어 지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방고용노동청을 찾은 이주노동자가 57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주노동자 상담과 행정절차 안내, 권리구제 절차 안내 등을 맡는 다국어상담원 실제 인원은 6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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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별 연인원 합계는 78명이다. 1명이 2개 이상의 언어를 담당하는 경우를 포함했다.
지방노동청을 찾는 이주노동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2024년 14만7천379명에서 지난해 24만6천385명으로 10만명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는 8월까지 18만150명이 방문했다.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57만3천914명이 찾은 것이다. 국적별로는 네팔이 12만6천7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얀마 7만3천702명, 베트남 6만6천652명, 캄보디아 5만3천240명, 인도네시아 4만9천696명 순이었다.
인력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언어별 통역 인력도 고르게 배치돼 있지 않다. 지방노동청 다국어상담원 60명의 언어별 인원을 보면 베트남어가 15명으로 가장 많고 캄보디아어 9명, 네팔어 10명, 영어 7명, 인도네시아어 6명, 미얀마어 3명, 방글라데시어(벵골어) 1명 등이었다. 가장 방문자가 많은 네팔 이주노동자의 민원을 통역할 수 있는 상담원보다 베트남어가 더 많고, 방문자가 두 번째로 많은 미얀마어 상담원은 3명에 그친 셈이다.
현장에서는 "통역할 사람 데려와라"
통역 지원받았지만 오역한 사례도
실제 현장에서 통역 지원을 고르게 받을 수 있을까. 노동부는 이학영 의원에게 "지방고용노동청 외국인팀에는 2024년 4월부터 다국어상담원이 배치돼, 고용허가제 관련 외국인노동자 상담 및 연계 행정 처리 업무, 노동법 관련 구제 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며 "지방고용노동청 외국인팀은 다국어상담원 외에 용역계약한 통역원을 두고 있어 진정사건 출석조사시 지원이 가능하며, 외국인력상담센터의 3자 통역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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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설명과 달리 통역 지원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겨진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지원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시스템으로 지원하도록 만들어 놓지 않아 임금이나 폭행 등 진정을 제기한 이주노동자에게 '통역을 데리고 오라'는 요구가 많다"며 "노동부의 통역인원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렵게 통역 지원을 받더라도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섹 알 마문 수석부위원장은 "'몇 명이나 증인으로 갈 수 있냐'는 (노동부) 질문에 이주노동자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대답했는데, 통역 지원하는 사람이 '말 안 하고 싶어요'라고 통역하는 일이 있었다"라며 "노동부에서 통역하는 사람이 '밥 잘 먹었어요?' 정도의 말을 통역하지는 않지 않나. 법률 지식이 있는 전문 통역사를 만들거나 관리감독을 하지 않으면 통역인원이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개 언어 상담? 일부 언어 상담원 '0명'
"상담인력 확충하고 통역 지원 제도화해야"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외국인력상담센터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노동부 '외국인력상담센터 상담원 인력 현황' 자료 등을 살펴보니 센터에는 방글라데시·파키스탄·키르기스스탄·동티모르어 상담원이 없었다. 올해 8월 기준 외국인력상담센터 상담원은 35명으로 베트남어 5명, 캄보디아어 4명, 중국어·필리핀어·몽골어가 각각 2명, 인도네시아·스리랑카·네팔·미얀마·라오스·타지키스탄어 등이 각각 1명이었다.
고용허가제 송출국 17개 언어 이주노동자에 일상생활·고용허가제 등 상담과 통역을 외국인력상담센터가 수행하고 있다는 노동부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최근 3년 외국인력상담센터 방글라데시어 상담은 1천540건, 파키스탄 노동자 상담은 18건, 키르기스스탄 노동자 상담은 76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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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력상담센터는 상담 통계를 국적별이 아닌 언어별로 관리하고 있다. 상담 수요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해당 언어로 도움을 요청하는 이주노동자가 실제 존재하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다. 주 5일제 일하는 상주상담원과 특정 요일 혹은 상담이 필요할 때 일하는 일일상담원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상주상담원은 36명·일일상담원은 148명이다. 1명이 2개 이상의 언어를 담당하는 언어별 연인원 합계는 상주상담원 45명, 일일상담원 186명이다. 이주노동자에 상담과 교육, 문화체험행사 등 체류지원 서비스를 시행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전국에 1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다만 그마저도 스리랑카어(타밀어)와 방글라데시어, 라오스어, 우르두어(파키스탄·인도), 아랍어, 키르기스스탄어(키르기스어) 등 10여개 언어에는 상주상담원이 없었다.
노동부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 진정 사건에서는 다국어상담원이 지원을 바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외국인력상담센터는) 대사관 등에서 리스트를 받아 채용하고 있지만 적격자를 찾기 힘들어 충원이 안 되는 것이지 일부러 채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방정부 매칭사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언어를 더 채워달라'고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상담원이 배치되지 않은 언어에 대해서는 실시간 통역 서비스 등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동시에 필요한 언어의 인력 확충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이학영 의원은 "임금체불과 폭행 피해를 입고 노동청을 찾는 이주노동자에게 '통역할 사람을 데려오라'고 하는 것은 권리구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언어별 수요를 파악해 상담 인력을 확충해, 언어 장벽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권리구제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통역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리구제를 포기하